[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물순환도시, 태화강 물줄기를 이을 수 있을까?
[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물순환도시, 태화강 물줄기를 이을 수 있을까?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2.07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길천산업단지항공사진

<1968년도 태화강 상류 상북면 길천산업단지 자리는 드넓은 모래밭이었다. >


최근 상북면 주민들이 지역난개발을 둘러싼 공청회에 참가하면서 발제 자료에 나온 상북면 ‘거리’와 ‘길천’ 인근 1968년도 항공사진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드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어서였다. 상류인데도 폭이 1km가 넘는 하얀 모래사장이 드넓게 있었고 그 뒤로는 논과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 속 풍경 같은 모습이 그 곳에 있었다. 길천산업단지는 바로 그 모래밭이 있던 위치에 들어선 것이었다. 범람 습지대인 강변 땅을 돋우고 다져서 쓸모있는(?) 공단을 유치한 것이었다.


상북면의 물과 공기가 맑고 좋아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들어왔던 사람들은 이제 바짝 마른 개울과 산업단지로부터 나오는 오염된 공기를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보다 못해 지역주민이 생활개선이나 복지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세수증대만을 노리는 지자체 행정에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를 자랑한다면 그 주변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정책이나 조치가 같이 따라야 하는데 영남알프스는 영남알프스대로 산악영화제니 억새축제니  상품으로 팔고, 그 아래 상북면은 상북면대로 공단유치를 통한 곶감 빼먹듯이 세수증대를 위한 난개발로 엇박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스위스 케이블카를 모방하고 싶어 해도 스위스 알프스 자연보호 정책과 복지수준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4대강 난개발을 통해 얻은 뼈아픈 경험으로 하천주변의 모래사장이 물 저장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모래사장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물을 여과하는 자연정화시설로 작동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금 태화강 근방 저습지 유역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망성교 위 구수리 아래 유역을 자전거길 등으로 또 없애고 있다.


전원주택 등 건물이 지어지는 장소도 문제가 많다. 물 좋고 경치가 좋은 계곡 주변에는 모두 화려한 건물로 다 채워지고 있다. 계곡물이 마르는 이유가 뭘까? 바로 산을 타고 내려 온 물이 머무르는 장소가 바로 깊고 낙엽이 쌓인 계곡 주변이다. 그 곳을 다 들어내고 집을 짓는다면 물이 다 마를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변에 관정이라도 뚫는다면 악영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상류에 위치한 댐이 갈수기에 마르는 이유가 단지 비가 안와서 그렇다고만 할 수 있는 문제일까?


태화강공원이 그 드넓은 면적을 자랑하지만 그 너른 땅은 사실 강 주변 저습지였고 모래땅이었다. 큰물이 지면 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늦추고 갈수기에는 물을 조금씩 흘러 보내는 물저장고인 것이다. 공원 땅은 조금만 파도 물이 나와서 나무는 올려 심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자연순환, 생태순환 시각은 없어진 지 오래고 인위적인 시설만 늘어간다.

 
울산시가 작년 4월 환경부 공모사업인 ‘물 순환 선도도시’에 선정됐다. 물순환 도시는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방식으로 하는데 자연의 물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로 하여 왜곡된 물 순환을 회복시키는 사업을 말한다. 울산시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국비 48억 원이 포함된 예산 96억 원으로 남구 삼호동 일원에 침투도랑, 식생체류지, 투수성 포장, 옥상녹화 등 저영향개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울산시는 ‘물 순환 개선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는 물 순환 개선 목표와 실행계획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물 순환 개선사업을 시 전체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 불투수면으로 포장된 도심지는 아주 위험하다. 많은 강수량이 땅으로 흡수될 시간도 벌지 못하고 바로 강으로 흘러들어가 범람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 태화강은 불투수 면적율이 52.3%에 달해 강유역의 건강성을 악화시키는 경계인 2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울산시는 도시의 원활한 물 순환을 위해 식물재배화분, 나무여과상자, 식생수로, 침투도랑, 투수포장 등의 투수성 시설로 침투 및 저류를 증가시키는 저 영향개발기법 도입을 적극 권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태화강은 태화강 공원 근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탑골샘으로 발원한 46km의 긴 강이다. 상북면 근처 개천은 건천화되어 강물이 끊어진 지 오래다. 지금도 등억온천단지 아래 개천은 물 순환을 무시하는 인공적 하천정비공사가 거의 완성단계다. 자연순환을 가로막는 난개발 공사를 곳곳에 벌이면서 물순환 선도도시가 되겠다는 소식은 참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삼호다리에서 연어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선바위, 망성교, 언양을 지나 상북면 개천에서도 잡혔다는 뉴스를 접하고 싶은 것이다. 단지 물은 마시는 물, 씻을 물이 부족해 불편을 겪는 인간만을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물 순환을 둘러싼 수많은 수생 생명체들의 생존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동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