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호랑이가 득실대는 천혜의 땅이었다"
"울산은 호랑이가 득실대는 천혜의 땅이었다"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2.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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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가칭 '울산 호랑이 생태원' 설립 추진을 위한 워크숍이 남구 올림피아 호텔에서 이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첫 발표자로 나선 배성동 작가는 한국 호랑이를 찾아 러시아를 10여 차례를 오간 경험을 토대로 ‘한반도 주변국으로 망명 간 반구대 호랑이 생생탐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반구대암각화에서 확인된 범(호랑이+표범) 그림만 23점이나 된다”면서 “이제 울산은 고래만 관심을 갖는 것에서 탈피해 육상동물, 특히 한국범을 중심으로 한 콘덴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곡천 암각화 주변 범굴, 영남알프스 천황산 사자평 범굴, 남목 착호비(捉虎碑) 등에 호랑이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며 “바다를 접한 울산이 과거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졌다는 것을, 호랑이 보호구인 연해주 라조 지형이 울산과 유사한 데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항 교수(서울대 수의학과)는 ‘한국범 되살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현재 러시아 연해주에 남아있는 아무르 호랑이와 아무르 표범이 바로 한국 호랑이와 한국 표범 혈통과 일치함이 밝혀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17년 현재 한국 호랑이가 약 40마리, 한국 표범이 약 7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종 복원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인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동물이 호랑이”라며 “울산이 조선범을 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할 경우, 암각화와 관련한 다양한 스토리텔링이나 국가 브랜드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을 수 차례 오가며 남북한 백두대간을 두루 탐사한 특이한 경험을 한 뉴질랜드 탐험가 로저 셰퍼드씨는 ‘남북한 백두대간을 걷는 외국인과 조선범’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아직 물증은 없지만 북한 주민은 누구든지 호랑이가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최근에도 직접 만난 백두대간 주민들 사이에 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은 증언도 있다고 전했다.


토론 패널로 참가한 신동만 KBS PD는 “공업도시로만 울산이 알려졌지만, 과거 울산에는 영남알프스 암벽에는 표범이, 조선범은 강이나 해안가를 중심으로는 먹이활동을 하는 땅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며 호랑이생태원은 뜻깊은 일이라 말했다. 또 “지금 호랑이와 표범은 일제시대 이 땅에서 도피한 망명정부 모습과 비슷하다”며 “울산이 나서서 다시 우리 땅에 귀환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박종화 한국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세계 최초로 조선범의 유전자 게놈을 한국인이 완전 분석했고, 호랑이 복원은 진짜 과학자, 전문가가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복원도 인간 중심이 아니라 호랑이 생명체 입장에서 해야 한다”며 “유니스트 학교 위치도 암각화와 접하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울산호랑이연구소를 학교 안에 설치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또 “호랑이 복원 연구는 비정치적인 남북협력의 기초가 될 수 있다”며 남북공동연구도 제안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온 이동명 씨는 “연해주 러시아 물류를 연구하러 갔다가 연해주에서 호랑이와 접점을 찾았다”며 “호랑이와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로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땅에는 호랑이가 만주 연해주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내려왔고, 바다에는 고래가, 울산에서 위로 올라간다”며 “둘 다 한반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거시적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울산사람은 과연 어디서 먼저 형성되었는가”를 묻고 “연해주에도 시원인 홍산문화 영향을 받은 토기 석기들, 후세에 와서는 세형, 동형 유물이 발견된다”며 “극동과학아카데미 역사고고학 박물관 토기가 김해, 가야, 신라 토기유물와 많이 닮았다”고 지적한 뒤 “한반도 중도토기가 북쪽에서 발견된 걸로 서로 영향을 준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또 “큰 틀에서 사람과 호랑이와 고래는 다 같이 생태계 지표를 형성하며 크게 보면 우리 인류의 삶과도 직접적 연관이 된다”면서, 특히 “17세기에 호랑이가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효종, 현종 나중에 경신대기근이 발생하자 산으로 화전을 일구러간 사람들에 의해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고 그 때부터 호랑이가 만주, 연해주로 밀려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동명 씨는 “앞으로 미국이 퇴조하고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으로 나왔을 때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위구르, 돌궐과 손잡고 대처했기에 호랑이 연구는 러시아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호랑이는 한반도 번영을 상징하는 지표동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워크숍 자리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출마자도 참석해 "호랑이 생태원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 국경을 뛰어넘는 뜨거운 관심을 느꼈다"며 실현 타당한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가칭 호랑이 생태원 설립추진 공동위원장으로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배성동 작가, 이명훈 전 고려대 교수, 안창옥 에코환경기술 회장이, 추진위원으로 김수환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대표, 로저 셰퍼드 뉴질랜드 탐험가, 박종화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이동명 러시아 연해주 문화사학자, 임정은 국립생태원 전문위원 등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호랑이 생태원은 한국 범 보전(보전기관), 한국 범 연구(연구소), 한국 범 교육(학교), 한국 범 표본과 자료 보존·전시(박물관), 한국 범과 함께 즐기고 놀기(공원), 범 주제공원(테마파크) 등의 여러 기능이 밀접히 상호 연결되는 복합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호랑이와 표범을 아우르는 범을 위한 국제적인 보전과 연구,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고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수 년 내 울산호랑이생태원 설립을 구체화 하고 ‘호랑이 특구’를 울주군 반구대 일대 혹은 영남알프스 일대에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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