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톺아보기] 학생회장 임명장 수여에 대하여
[교육 톺아보기] 학생회장 임명장 수여에 대하여
  • 서상호 효정고 교사
  • 승인 2018.03.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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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초가 되면 많은 학교에서 새 학기 개학을 한다. 지난 금요일 우리 학교에서도 개학식이 있었는데, 새로 전근해 오신 선생님들에 대한 소개 인사에 이어, 새 학기의 학생회를 이끌어갈 학생회장과 학생회 부회장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함께 가졌다. 겨울방학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에 학생회장단 선거가 있었으니, 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당에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학사 운영으로, 아마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런 일정을 밟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학교에서 밟고 있는 이 절차에 대해 나는 늘 작은 의문을 가져 왔다.


임명장이란 일정한 범위의 행정력 발동의 권한을 가진 임명권자가 그 소속 부하 직원에게 부분적인 직무나 직책을 맡긴다는 의미로 수여하는 증서다. 학교장이 그 학교 소속 교사들에게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등의 보직 교사를 임명할 때 수여하는 증서 따위가 그것이다. 이렇게 임명된 보직교사들은 학교장의 명을 받아 학교장의 학교 경영을 돕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임명권을 행사하는 학교장은 당연히 그 임명의 사유가 없어지거나 임용의 효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해임할 수 있는 해임권도 갖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학생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주체는 통상 학교장이니, 이것은 곧 학교장이 그 해당 학생에게 학생회장의 직무와 직책을 맡긴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임명된 학생회장은 학교장의 명을 받아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학생회장은 결코 학교장의 명을 받아서 그 직책을 맡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기 때문에 그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즉 그에게 그 직책을 맡긴 주체는 학교장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그를 선택한 많은 학생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선출된 학생회장에게 학교장이 임명장을 수여한다면, 그리고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해임할 수 있다면, 이것이 학생자치의 성격에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학생회는 학생자치 기구다. 학생회장단 선거에서 후보들은 흔히 학교장의 학교 경영 방식 중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비판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 학교장에게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공약이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학생회장에 당선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그 학생회장이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일정하게는 학교장과 마찰을 겪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학교 교육과정 속에 포함된 매우 소중한 민주주의 교육의 마당이고, 학생자치의 의미는 바로 그런 가운데 민주주의 교육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선거에 당선된 사람이 다시 학교장으로부터 명을 받는 임명 절차를 거친다면 그것은 모순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오래 전 이런 의문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반향이 없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는 정도의 미지근한 반응이 있을 뿐, 그 문제에 관해 적극적 호응도 반론도 나는 접해 보지 못했다. 반향 없는 세월 속에서 언제부턴가 나는 야릇한 의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학생들이 투표로 선출한 학생 대표에게 임명장을 주는 학교의 이 오랜 관행은 고도로 계산된 장치일 수도 있으리라는 의심이었다. 즉 우리의 학교가 겉으로는 학생자치 기구를 통해 민주 사회의 원리와 원칙을 가르친다고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학생을 통제에 길들이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즉 학생자치 기구가 실은 학생을 통제에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도구로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든다는 말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국민들을 국가의 통제에 순응하도록 순치시키는 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과도한 의심이라 비난할 수도 있겠으나 지난날 우리의 역사는 충분히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면이 있었다.


어쩌면 이런 내 판단이 섣부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상한 모순에 대해 누군가가 지적을 하면 최소한 그 지적이 타당하다든지 타당하지 않다든지 하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주의의 원리를 가르치고 열린사회의 소통 구조를 지향한다는 우리의 학교가 실은 매우 폐쇄된 구조 속에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서상호 효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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