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미투 단상
[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미투 단상
  • 김동일
  • 승인 2018.03.07 08: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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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고발? 폭로?)가 나왔을 때, 역시나 문제의 핵심은 권력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권력의 위계에 따른 폭력이라고. 이윤택 등 연이은 폭로들은 그런 생각에 더 확신을 줬다.


사회적 권력에 의한 폭력이라면 굳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남성 피해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성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고 여겼다. 그렇기에 사회적 권력을 제대로 누려본 적 없던 나는 이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오달수에 대한 폭로에 이르러서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오달수는 “25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약간의 연애 감정이 있었던 것 같고”라고 했다. 25년 전... 약간의 연애 감정... 25년 전... 연애 감정... 
25년 전, 아무개의 비겁한 변명처럼 우린 무지했다. 아니 미개했다. 인권 감수성과 관련해서는 침팬지나 다름없던 시절이었다.


25년 전,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고,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좋다고 모든 남자들이 낄낄대며 노래할 때 여자들은 고작 ‘난 그런 여자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라고 항변하던 시절이었다.


25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웃집 아이들의 꼬추를 따먹었고, 아이스께끼는 남자 아이들의 재밌는 놀이였고, 선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학생의 귀를 만지고 등판을 쓸어내렸고, “오줌이 챗나 탱탱하네”라며 옆집 아줌마가 아침에 발기된 고추를 툭툭 치던 시절이었다.


25년 전, 청소년이 된 남자들이 마치 무용담을 얘기하듯 어떻게 물리력으로 여성을 제압할 수 있는지 비법을 떠벌리고, 팅기는 여자를 다루는 방법을 전수하고, 여자들의 내숭은 미덕이 되던 시절이었다.


25년 전, 강간당하던 여자가 등에 배기던 돌을 치우고 하자고 했다는 이유로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판결이 나오던 시절이다.(이 시절 유명한 이 이야기가 정확히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25년 전, 남자들은 모두 권력자였다. 사회적 권력과는 다른 생물학적 권력은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여자의 거절과 승낙을 남자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했다. 연애의 여부도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누군가 한 여자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연애가 시작된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25년 전, 그때 오달수가 위계로 여성을 억누를만한 사회적 권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회적 권력과 별개로 생물학적 권력은 존재했다. 그러므로 오달수가 그 시절 루저였기에 권력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결국 오달수의 연애감정은 권력자로서 자신의 것일 뿐이었다.


연이어 폭로되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맘이 편치 않다. 누군가 25년 전의 나를 폭로한다고 해도 그리 뜬금없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약간의 연애감정으로 기억하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없었다고 확신할 자신이 없다. 폭로할 깜도 안 되는 듣보잡인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처지의 남자들이 어디 한둘이랴.


25년 전의 무지함을, 미개함을 소급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억울해하는 아재들의 속앓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가해자들의 사과문 아래에 차마 “그때는 다 그랬어!”라고 쓰지 못하고 “응원한다”, “진정성이 느껴진다”라고 댓글 다는 아재들... 정신 차리시라.


세월이 변했다. 인권 감수성도 진화했다. 아직은 옷 입은 침팬지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점점 더 인간(다운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게 올바른 진화 과정이니 약간의 심리적 부적응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옳다.


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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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맘 2018-03-07 11:42:29
공감백배라 퍼옴***오달수가 거부 당하고 엄지영씨에게 그 후 연극에 참여 하지 못하게 했다면 갑질이 될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손댈려 했다 보내줬다...이게 무슨 .....미투입니까?....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55784 오달수청원

남자 2018-03-07 09:26:47
25년전 침팬지 수준의 인식상태가 아닌

2018년의 기준으로

남자가 여자와 같이 술을 마시다 여관에 같이 갈것을

대화로 제의해서 성사되었고 관계맺을것을 우회적인 의사로

전달했으나 거절당해서 중단한것이

천인공노할 성범죄에 해당합니까?

여기가 이슬람 사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