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명의 고전 성독] 우리 마음을 어떻게 비울까?
[백태명의 고전 성독] 우리 마음을 어떻게 비울까?
  •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승인 2018.03.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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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이 장을 마음을 비우는 장, ‘허중장(虛中章)’이라 하며 즐겨 읽었다. 비유가 선명한 완벽한 시 같다.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바퀴, 그릇, 방을 들어 도를 깨우치니, 성인이나 백성이나 똑 같은 삶을 살아간다고 넌지시 알린다.


노자를 학자들은 정치로 읽는다. 수행자들은 깨달음의 목소리를 발견한다. 학자들은 쌓아온 방대한 주석으로 글자를 풀이하며 갖가지 이본을 들이대고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행자들은 신라의 승려 의상(義湘)이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서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 증지(證智)라야 알 바이고, 다른 경지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치가 이렇다는 것은 깨달아 알아야 한다고 하며 한 소식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자기대로 해석하여 모호한 노자를 확실하게 일깨워주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 제11장 ‘허중장(虛中章)’은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없는 민중의 노래이다. ‘바퀴를 보아라! 빈 공간이 있어 수레가 굴러가고, 그릇을 보아라! 빈 공간이 있어 음식을 담아먹고, 방을 보아라! 빈 공간이 있어 잠자고 쉬지 않느냐. 그것처럼 우리 마음도 비우자! 비우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가 영원한 과제로 남아, 깨달아야 한다고 하면서 어려운 공부를 하도록 촉구한다.


제11장


三十輻이 共一轂(삼십폭공일곡)하니 : 서른 개 바퀴살이 한 바퀴통에 모이는데,

當其無(당기무)하여 : 그것이 무에 해당하여, 그 바퀴통이 비어 있어 바퀴 축을 끼워

有車之用(유거지용)이라 : 수레의 쓸모가 생겨난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하니 :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니

當其無(당기무)하여 : 그것이 무에 해당하여, 그릇 가운데가 텅 비어 있기 때문에

有器之用(유기지용)이라 : 그릇의 쓸모가 생겨난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하니 : 벽에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니

當其無(당기무)하여 : 그것이 무에 해당하여, 그 텅 빈 공간이 있어서

有室之用(유실지용)이라 : 방의 쓸모가 생겨난다.

故로 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요 : 그러므로 있는 것은 이익이 되고, 있는 것(바퀴, 그릇, 방)은 이로움을 주고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이라 : 없는 것은 쓰임이 된다. (바퀴, 그릇, 방의) 텅 빈 공간이 쓸모를 만들어 낸다.

 

*한자풀이: 輻 바퀴살 폭, 轂 바퀴통 곡, 挻 흙 이길 연, 반죽할 연, 埴 찰흙 식, 鑿 뚫을 착, 戶 지게문 호, 牖 바라지 유, 창 유.

 

<왕필주석>

 

轂所以能統三十輻者(곡소이능통삼십복자)는 : 바퀴통이 능히 서른 개 바퀴살을 통솔하는 까닭은

無也(무야)라 : 바퀴통이 비었기 때문이라.

以其無로 能受物之故(이기무능수물지고)니 : 그것이 비었기 때문에 능히 바퀴살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니

故能以寡統衆也(고능이과통중야)라 : 그러므로 능히 적은(一) 것이 많은(三十) 것을 통솔한다.

木埴壁으로 所以成三者(목식벽소이성삼자)는 : 나무와 찰흙과 벽으로 세 가지(바퀴, 그릇, 방)를 이루는 까닭은

而皆以無爲用也(이개이무위용야)니 : 모두 무로 쓸모를 만들기 때문이다.

言有之所以爲利(언유지소이위리)가 : 말하자면, 유가 이로움이 되는 까닭은

皆賴無以爲用也(개뢰무이위용야)라 : 모두 무가 쓸모를 만들어내는 데 힘입어서이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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