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정원박람회 '외상값' 파문] 예술성 존중 받지 못하고, 경제적 지원도 못받고
[태화강 정원박람회 '외상값' 파문] 예술성 존중 받지 못하고, 경제적 지원도 못받고
  • 울산저널
  • 승인 2018.03.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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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정원박람회 ‘빅 이벤트’ 졸속으로 치닫나

울산광역시가 태화강 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조성비 중에 10퍼센트만 먼저 지급하는 등의 ‘노예계약’을 작가들에게 맺도록 했다는 지적이 한 조경전문지를 통해 보도되면서 정원박람회 작가들의 말 못할 고충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울산지역 언론이 아닌 조경 분야 내부에서부터 먼저 터져나와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조경전문지에서 지난달 26일 보도한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울산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월간 <환경과조경>의 지난달 26일 보도에 따르면 울산시는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의 정원 작품 조성비 중 10%만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디자인 변경 요구에 정원 조성 비용 지급까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자신의 활동공간에서부터 장거리로 울산까지 이동하며 정원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태화강 정원박람회에 참가해야 하는 셈이 됐다고 주변에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사실을 폭로해 ‘미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작가들에게 언론 접촉을 삼가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냉가슴을 앓고 있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이 한 소식통의 설명이다.

“원래 2500만원에서 5000만원을 사전에 정원 조성 비용으로 지급해서 작품을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근데 돈을 5000만원을 준 게 아니라 그중에 10퍼센트씩만 줬대요. 500만원 주고 정원을 만들라고 공무원이 그랬대요. 일단 공무원이 주고 끝나고 나면 주겠다고 그랬대요. 그리고 이걸 갖다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라고 작가들에게 종용을 했대요.”

현재 보도만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을 뿐 조경 분야 안팎에서는 여기저기 작가들에 대한 울산시의 처사를 비판하는 소문은 파다하고 조경 분야 내부에서도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전언들이 계속해서 들려오지만 결정적으로 울산시에서 디자인 중도 변경에 이어 작가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협약서에까지 서명을 종용해버렸으니 선의로 참가한 작가들은 울산시의 행정 때문에 손발이 꽁꽁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는 게 조경 전문가들의 하소연이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도 <환경과조경> 보도를 인용해 이 같은 부조리를 비판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한 것일까.

“협박은 아니고 그러니까 뭐냐면 박람회를 급박하게 하려고 하다보니까 예산이 없는 거예요. 본예산이고 없는 거여서 추경편성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그거 지금 편성중인데 그렇기 때문에 한마디로 '외상'을 한다는 거죠. 근데 정원이 500만원 갖고 만들어지느냐, 안 만들어지죠. 돈 있는 사람들 같으면 그렇게 해가지고 할 수 있는데 청년들이나 시민들에게 그렇게 당장 2500만원이나 5000만원을 구하라고 하면 어디서 구해요? 절대 안 되지.”

사실을 폭로해 ‘미투’라고 하고 싶은 심정

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500만원으로는 정말 정원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다른 아마추어 정원도 아니고 작가 정원인데다 면적도 넓으면 힘들 것이라는 게 다른 전문가의 지적이다. 게다가 타지역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울산이라는 위치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결국 심사 통과 작가들이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끝까지 정원을 만들긴 하겠다고 한 건 사실이지만 앞서 지난 보도에서부터 설명했듯 작가들은 자신의 혼이 담긴 작품의 예술성도 주최 측에게 존중 받지 못하면서 당장 경제적인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 상황까지 닥치자 ‘내가 이러면서까지 태화강 정원박람회에 참가해야 하냐?’는 자괴감까지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조경 분야 전체에 파다하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설명했다.

“원래 전문작가들은 5000만원이고 그냥 상 받지 않은, 수상경력이 없는 작가들은 2500만원이고 그래요. 시민, 학생은 더 적게 주는데 작품 당 150만원이고 그건 면적이 작으니까, 근데 그걸 그냥 주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부분들은 예산 없이, 예산이 없어서 외상을 주며 진행되고 있어요. 세상에 외상을 주고 정원을 만들라고 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는 어디에도 없죠.”

단순히 이는 작가들만의 난처한 입장으로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가들 입장에서 겪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이 정원박람회 사태가 돌아가는 흐름을 관망해보자면, 일단 울산시가 국가정원 승인을 받기 위한 목표로 준비한 태화강 정원박람회라는 ‘빅 이벤트’ 자체가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제대로 예산 등이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울산이 전국적인 망신을 초래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개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0퍼센트 선 입금이 전례가 있는 일일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겨우 500만원 갖고 그 넓은 면적의 정원을 어떻게 공사할 것이고, 또 울산시에서 나중에 밀린 만큼 이자를 쳐서 줄 것도 아니잖습니까.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을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조경 분야 안팎에서 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조성까지 파행으로 치닫자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물론 4월 태화강 지방정원 조성 및 국가정원 신청에 6월 국가정원 승인이라는 무리한 목표까지 잡아놓고 이를 밀어붙이는 울산시가 제대로 정원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조경 분야 안팎에서는 깊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국토관리청과 산림청에서도 울산시의 계획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4일 <울산문화방송>을 통해 나온 바 있다.

“요즘은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외상을 잘 안하는데 중앙정부 승인을 얻기 위한 광역자치단체의 행사가 중요한 손님들을 모셔놓고 외상을 운운하고 있다는 게, 박람회의 핵심이 될 만한 국내 신진, 유명 작가들의 작품 조성을 외상비로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입니까.”

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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