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풀로 역사] 92세 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내풀로 역사] 92세 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 윤지현 전문 기록인
  • 승인 2018.04.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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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김복동

<김복동 할머니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최근 대학원 과제를 하기 위해 들고 다니는 책이 있다. <발터벤야민의 문예이론>. 문학과는 영 거리도 멀고, 출판된지도 오래되어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그러다 얼마전 작가 겸 출판사를 운영하는 한 지인을 만났다. 역시 작가여서인지 학습서로 들고 다니는 이 책에도 관심을 보였다. 내가 어렵다고하자 자신의 책 읽는 방법을 소개해주는데, 그 방법 참 재미있는것 같아 여기서 잠깐 공유할까한다.


일단 그는 출판 사항을 먼저 확인했다. 몇쇄를 찍었는지 몇년도 출판인지 등을 본다. 출판년도는 그 책의 독자년도를 의미한다. 오늘의 언어가 아닌 출판된 그 시절의 언어와 생각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이력을 꼼꼼히 본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가족관계는 어떠했으며, 무엇을 공부했고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 있었는지를 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사를 그 위에 대입시킨다. 이 사람은 몇 살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데 나는 그 나이에 뭘 생각하고 어떠했는지... 인간으로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순간순간을 작가는 어떻게 풀었고, 또 그것을 어떻게 글로 남겼는지를 책 읽기를 통해 확인한다. “참 대단하지 않냐?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게...”(수업 때 안 사실인데 이 책은 첫 출간 후 2쇄가 나오기까지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한다. 그리고 그후 지금은 30쇄가 넘었다는... 또한 그의 유대인으로서의 출신도 이러한 글이 나오는 데 한몫을 담당한다.)


간혹 그 업적이란 게 너무 유명해서 너무 훌륭해서 업적만 남고, 사람은 희미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일구어낸 것이 아주 어린나이거나 또 아주 많은 나이었다는걸 알 때면 놀라곤한다. 여러분은 둘 가운데 어떤때 더 놀라시나요?


오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였던 안점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이제 남은 할머니는 29분. 최근 업무용 메시지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시는 김복동 할머니의 이력을 받은적이 있는데 이 이력을 보며 나도 몰래 작가님이 알려준 읽기법으로 읽고 있더라.


<김복동 할머니의 약력>


■ 1926년 4월 6일,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
■ 1940년 15세에 일본군‘위안부’로 연행. 5년 동안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지역으로 일본군 ■ ■ 제16사령부의 침략경로에 따라 끌려 다니며 일본군의 성노예로 생활. 성폭력이 고통스러워 중국 광동 지역에 머물 때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
■ 1945년, 싱가폴에서 일본군 제16사령부 소속 제10육군병원에서 간호사로 위장당하여 일본군인들 간호노동, 버려짐. 싱가폴미군포로수용소에 수감.
■ 1947년 22세, 미군포로수용소에서 조사를 받고 지내다가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 째 되던 해에 귀향.
■ 1992년 3월, 일본군‘위안부’ 피해 공개, 활동 시작.
■ 1992년 8월, 제1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
■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 증언.
■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참여, 실상을 증언.
■ 2010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회로부터 용감한 여성상 수상.
■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대지진 피해 때, 지진 피해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모금활동 제안, 직접 기부에 참여.
■ 2012년 3월 8일, 나비기금 활동 시작. 콩고여성들에게 연대와 지원 약속 메시지.
■ 2012년~16년,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등 매년 수차례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
■ 2013년 3월 8일, 베트남 한국군성폭력 피해자에게 사죄와 지원 메시지 영상으로 알림.
■ 2014년 6월 25일, 전 재산 5000만 원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성폭력으로 태어나는 아이들 장학금으로 나비기금에 기부. 이후 콩고전시성폭력 피해자 자녀들, 재일동포 자녀들 장학금으로 지원 시작.
■ 2015년 5월, 국경없는기자회 설립 30주년 및 AFP 설립 70주년 기념 공동 출판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에 선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과 함께 화보에 수록.
■ 2015년 7월 5일, 미국 워싱턴, 엘에이, 시카고 순회활동 중, 시카고에서 팔레스타인 분쟁지역 피해자의 법률지원을 위해 후원금 전달.
■ 2015년 12월 10일, 67주년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2015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수상.
■ 2017년 7월 6일, 재일 조선 고등학교 학생 3명에게 장학금 전달.
■ 2017년 8월, 유산기부약정서 공증(사후 남은 모든 재산을 나비기금에 기부하겠다는 약정)
■ 2017년 9월 26일,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에 선정.
■ 2017년 11월 23일, 한국 포항지진 피해자 돕기 1000만 원 후원 “직접 가서 위로를 전하고 싶은데 못가고 후원금만 전달해서 죄송합니다. 힘내세요.”
■ 2017년 11월 25일, 정의기억재단으로부터 여성인권상 수상.
■ 2017년 11월 27일, 여성인권상금 5000만 원 여성평화활동가 양성을 위해 정의기억재단에 기부.
2017년 12월 10일, 국제여성인권단체인 <Women's Initiatives for Gender Justice>에 의해 여성인권과 전시 성폭력 철폐를 위해 노력해온 이들의 업적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제작되는 ‘성평등 유산의벽’에 김복동 할머니와 정대협 선정.


지금은 인권활동가로 소개되기도 하는 그녀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92년이다. 하나의 목소리로 10년 이상을 활동하면 우리사회에서는 전문가로 인식된다. 92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데,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지치지 않고 참 오랜 기간을 싸우셨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것은 이 25년의 행적이 아닌, 할머니께서 이 25년을 시작하신 연세다. 계산을 해보니 62세. 60대가 넘으면 하던 일도 접고 쉼에 들어가는 시기인데(물론 요즘은 제2의 인생을 계획하시지만), 할머니는 그때부터 싸움을 시작하셨던 거다.
 
대다수 사람들은 싸움은 피가 한참 끓는 나이에 하는 행동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예순이 넘어서도 피는 뜨겁다. 듣기만해도 모든 이치를 안다는 이순(耳順)은 살아온 시간을 발판삼아 현명한 자세로 싸움에 임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이다.  


윤지현 전문 기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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