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톺아보기] 보편 교육과 학교 현실
[교육 톺아보기] 보편 교육과 학교 현실
  • 서상호 효정고 교사
  • 승인 2018.04.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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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이 보편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어떤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추구해야 할 미덕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거나 심지어는 피해야 할 악덕이 된다면 그것은 보편 가치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근대사회 이래로 학교 교육은 만인에게 인정되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가치가 학생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교사에게도 똑같이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며, 반대로 교사가 중시하지 않는 가치는 학생에게도 의미 없는 가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날 봉건적 교육에서는 남녀의 성별에 따른 미덕을 따로 교육 내용으로 삼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오늘날의 보편 교육 마당에서는 하나의 미덕으로는 여길지언정 적극 권장하거나 가르칠 일은 아니라고 여긴다.


물론 보편성을 명분으로 모든 문제를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흡연이 금지된 장소에서가 아니라면 성인들의 흡연에 대해서 누구도 제지할 수 없겠지만, 미성년자에게는 담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술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여야지, ‘어디 감히 어린 게’라거나, 이른바 ‘싸가지’의 문제로 처리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흡연을 하거나 음주를 한 청소년은 교육과 선도의 대상이 되며, 술이나 담배를 제공한 성인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는 학생복지부라는 부서가 있다. 과거에는 학생생활교육부라는 이름이었으며 줄임말로는 흔히 ‘학생부’라고 불리었다. 대개 학창시절 공포의 대상이 되곤 하는 곳이다. 근래에는 ‘학생부’가 지닌 공포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학생복지부’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생부’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이 학생부의 활동 중 오랜 옛날부터 이어 오는 대표적 관행이 바로 아침 등교 시간의 정문 지도다. 등교 길의 교통을 정리하고 용의복장을 점검하며 지각생을 단속하는 것이 정문 지도의 주된 내용이다. 그 구체적 모습은 다소 달라진 면도 있지만 이는 까마득한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 오던 우리 사회 학교 문화의 관행으로서 학교를 풍자하는 영화에도 흔히 보는 광경이다. 그런데 이제 학교가 이 묵은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보편 교육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일각의 요구 중 하나가 학교 차별화 정책이다. 자립형사립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에 대한 요구가 그것이다. 과거의 학교 서열화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 정책들에 대해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특수학교들에 대한 사회 일각의 강력한 요구 심리가 이해도 된다. 아침 교문에서부터 두발을 검열당하고, 이른바 단정한(?) 용의복장과 공손한 구십도 각도의 우렁찬 인사를 요구받는 저급한(?) 학교 문화에 더 이상 적응할 수 없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의 수준에서는 정규수업 이후의 시간까지도 통제하려는 학교는 저급한 곳이다. 별다른 불만 없이 정규 근무 시간 이후의 자기 시간을 통제당하는 교사들이 이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이런 교사들이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논리가 하품 나올 단순 억지 논리라 여겨진다면?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 대다수의 학교가 학생들에게 복종의 생활태도를 체화시키려는 듯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소수의 어떤 계층 아이들은 세련된 인간관계의 유연한 교유를 익히며 살아야 할 현실적 필요가 있다. 이들은 구십도 각도의 절과 함께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는 인사를 받을 수는 있어도 할 수는 없다. 세련된 목례와 나직한 목소리로 날씨를 이야기하고 정세에 관한 의견을 나눌 일이다. 획일적으로 모든 학생의 방과후 시간을 통제하겠다는 이 부당한 상황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찍이 작은 일로 외부와 마찰도 일으켜 본 적 없는 점잖은 이들은 차라리 자신들만의 세련된 학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세련된 매너와 우아한 교양을 익히며, 자기 필요에 따른 독서를 하고, 용인술과 경영을 고민하는 특수학교가 꼭 필요한 이유다. 다만, 각각 복종을 학습하는 곳과 통제를 학습하는 곳들이 따로 있을 뿐, 더 이상 계층을 초월한 존중과 배려와 유대의 보편적 가치를 학습하는 학교가 없어진다면 이 사회는 미래 사회에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상상이 어렵다.


서상호 효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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