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퇴직자, 숲에서 미래를
베이비부머 퇴직자, 숲에서 미래를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8.04.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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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소호 참나무숲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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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이 베이비부머와 숲경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동고 기자


지난 6~7일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소호산촌유학센터에서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삶과 지역신문의 역할’을 주제로 연속 강좌가 열렸다. 이날 강좌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언론재단 부산지사가 지원하는 사별연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베이비부머와 숲경영을 주제로 강의한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은 최근 한해 6만명씩 귀산촌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10년 안에 100만명이 도시에서 산촌으로 일터와 삶터를 옮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전 원장은 가구 수로만 보면 60~70년대 산촌 마을 규모로 회복되는 추세라며 집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귀산촌을 하려면 지금 굉장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치산녹화, 박정희식 조림이 시작됐다. 화전민을 소개하고 땔감용 나무의 채취를 금지했다. 산림간수는 경찰, 세무서 직원과 함께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대상이었다. 이강오 전 원장은 치산녹화계획으로 심어진 나무가 10억 그루에 육박한다고 추정했다.


정부는 전국을 14개 대단지로 나눠 경제림을 조림했다. 제14단지가 밀양.양산인데 울산 소호, 내와, 인보, 서하리 등이 여기 포함됐다. 1960년대 10세제곱미터에 지나지 않던 산림축적은 2010년대 150세제곱미터로 15배 성장했다. 숲은 해마다 3퍼센트씩 성장한다.


박정희식 강압적 조림은 폐해도 낳았다. 무조건 심고보자는 식으로 토양과 산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미래의 수요를 고려치 않고 조림한 결과 50퍼센트의 조림목이 사라졌다. 10억 그루 중에 5억 그루가 죽은 셈이다. 대신 자연의 힘에 의해 참나무, 소나무류가 복원됐다. 이강오 전 원장은 자칫 인공조림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뻔했는데 계획대로 안 돼서 2차 자연림이 반 정도는 남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 숲으로 돌아오다


“어린시절 나무를 심고 고향을 떠난 베이비부머 세대돌이 산업역군이 돼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키웠다. 은퇴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보니 어린시절 심었던 회초리 같던 나무가 자라 의젓한 청년숲이 되었다.”


이강오 전 원장은 강원도만 가봐도 충분히 경영이 가능하겠다 싶을 만큼 숲이 자랐다며 영남도 준비가 돼 있고 꿈꿔볼만 하다고 했다. “구상나무인지 전나무인지도 모르고 묘목을 심었는데 독일가문비도 있고 어린 나무 가꾸기만 해줬는데 70년대에 조림한 것이 벌써 저렇게 자랐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모른다. 조금만 가꾸고 관리하면 일본이나 독일 못지않은 숲을 가질 수 있다. 울주군에 많이 있는 리키다소나무도 가공기술도 좋아졌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지난해 독일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300주년 행사를 열었다. 그들의 생각은 단순하다. 숲이 성장하는 것 이상 베지 말자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숲은 해마다 3프로 성장하니까 3프로 이상만 사용하지 말자는 게 핵심 요체”라며 “2030년까지 조금만 더 버티면 숲이 자원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고,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숲을 시장에 맡겨두면 가장 좋은 숲부터 민둥산으로 사라질 위험성이 다분하다. 목상이라고 하는 사업가들이 100년을 끌고가야 할 좋은 숲을 모두베기로 베어낸다. 이 전 원장은 “지금 이 상태로 베어내고 심으면 적재적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40년으로는 힘들다. 백년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백년숲 만들려면


문제의 핵심은 전체 산림의 67퍼센트가 사유림이라는 데 있다. 평균 2.2헥타르를 소유한 산주들이 213만명이다. 이강오 전 원장은 “산림의 공유화는 가능할까? 무주공산을 주인이 있는 공동체 자산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고, 시민사회가 산주로부터 지상권 임목을 매입하고,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산림에 우선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70~80년대 울산에서 운영했던 내와 산주협동경영 시스템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전 원장은 우리 식의 국민신탁운동이 필요하다며 산림은행을 울산에서 먼저 시작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서울 노원, 성북, 강북, 도봉 등 동북4구는 백년숲 계획을 세웠다. 이 전 원장은 “울산 도시숲 중장기 계획이 있느냐?”며 “편한대로 캐비닛에 넣어뒀다 선거때만 띄우는 정도로는 안 되고 관심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농보다 귀산촌이 두세 배 늘었다. 이 전 원장은 농사를 짓기보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약용식물을 키우는 경북 청송 산림텃밭을 예로 들었다. 지금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군이 80개에 달하는데 백두대간을 따라 있는 이 지역을 지속가능한 숲경영으로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살자리, 놀자리, 배울자리가 잘 굴러가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들어온다는 점도 덧붙였다.


20~30가구를 넘기 힘든 산촌 마을들을 묶어 군 단위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전 원장은 숲에서 돈을 벌기 전에 삶을 즐길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이웃과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문화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시장교환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틀을 잡는 게 일자리보다 먼저고 더 전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강오 전 원장은 울주 소호.내와 지역은 숲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관심을 많이 갖는 지역으로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며 70~80년대 협업산림경영체계가 살아있고 베이비부머 노동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하기 때문에 빨리 이 둘을 결합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숲은 더 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더 많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다. 더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을 주며 더 많은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삶터를 제공한다.” 이 전 원장은 조건이 다 갖춰진 다음에 시작하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지역 어르신들과 조합을 만들든 우리의 미래를 하루라도 빨리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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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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