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논단] 벌통을 꽃밭에 놓지 말아야 한다
[열린 논단] 벌통을 꽃밭에 놓지 말아야 한다
  •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 승인 2018.04.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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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많이 따려면 꽃밭이 온전하거나 꽃이 더 잘 필 수 있게 해야 한다. 벌통은 꽃밭과는 너무 멀리 있어도 안 되지만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 한다. 꿀을 많이 따겠다고 꽃밭에 벌통을 두게 되면 벌들이 더 많이 가서 꿀을 더 따올 것 같지만 꽃밭 망가지고 꿀 양도 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래서인지 꽃밭 위에 벌통을 놓는 양봉업자는 없다. 단순한 상식 같지만 자연복원과 생태관광을 준비하는 데 명심해야 할 진리처럼 들린다. 꽃밭은 자연 자원이고 벌들은 탐방객(관광객)이 된다. 벌통은 탐방객들이 생태관광을 1차적으로 하고 와서 쉬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돈은 여기서 쓰고 가게 해야 한다.


‘순천만으로 오는 흑두루미들 눈높이로 그들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순천만 습지를 살려냈다. 흑두루미들이 논에 앉을 때 전깃줄에 걸려 다치는 사고가 나서 전봇대 200여개를 뽑아냈다. 순천만습지 주인인 새들이 힘들지 않도록 하기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순천만 국가정원도 세계적인 순천만 습지를 살려내기 위해 고민하던 중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최덕림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은 지난 과정들을 드라마처럼 들려줬다. 최 전 국장은 순천만 복원과 국가정원 조성 박람회까지 실무와 기획을 도맡았던 책임관이었다. 필자가 지난 3월 하순 경, 순천만을 찾았을 때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이 논에서 저 논으로 편안하게 옮겨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순천시는 순천만 가까이 있던 매운탕집, 유람선, 도로를 철거하면서 이대로 가면 도시가 계속 습지 쪽으로 발전해나가겠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그래서 습지로 나갈 수 없는 완충지대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수목원, 식물원을 구상했는데 어느 전문가 제안으로 ‘정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무전옥답 논에 무슨 정원이냐?’고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주마다 연간 50여회 이상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차츰 주민들도 이해를 하고 함께 해줬다고 한다. 조성 관리에 주민참여가 지금도 많다고 한다. 재정이 어려운 순천시는 정원박람회도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않고는 어려웠다고 한다. 국비를 지원받기 위해 ‘국제기구 승인 받은 정원박람회’로 해야 했다고 한다. 6~7년 이상 준비하고. 6개월이라는 최장기간 세계정원박람회를 마치고 나서 법을 일부 개정해 국가정원 개념을 만들고 1호 국가정원이 됐다는 이야기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만들어 낸 꽃밭은 순천만 습지와 흑두루미라고 한다면 태화강이 가진 꽃밭은 대숲과 대숲을 찾아오는 백로를 비롯한 철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에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떼가 찾아온다. 생활하수로 힘들었던 과거를 씻어내고 맑은 강으로 되돌리면서 연어와 황어, 은어가 돌아오고 있다. 태화강이 순천만보다 꽃밭이 좁기는 해도 종류는 다양하다. 꽃밭을 온전히 보전하고 자연자원의 눈높이에서 정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최덕림 전 국장은 거듭 강조했다. 태화강이 꽃밭 안에 있는 꽃도 희귀하고 다양하기에 국가정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도시보다 높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태화강을 찾아오는 백로가 편안하게 집도 짓고 새끼를 길러낼 수 있도록, 연어와 황어, 은어가 고향으로 편안하게 와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아늑해야 한다. 또한 태화강 대숲이 새와 물고기를 길러낼 수 있도록 생육공간을 넓혀주는 일이 필요하다. 꽃밭을 찾은 벌(탐방객)들이 머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꽃밭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하고 꽃밭 안의 새와 물고기들이 살 공간인 강물이 맑아질 수 있도록 완충적인 기능을 가져야 한다. 정원 조성 때문에 오염물질이 강물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일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태화강의 자연을 만났다면 태화강과 함께 살고 있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도 국가정원의 한 축이 돼야 한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벌통이 되고 벌들이 모아온 꿀을 딸 수 있게 된다. 벌통을 놓은 곳 또한 태화강 바닥보다는 배후 주거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관광은 자연과 생태가 온전하게 보전된 자연자원과 기초적인 시설이 들어선 하드웨어(hardware)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실제적인 이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휴먼웨어(humanware)가 필요하다. 사람과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바로 소프트웨어(software)가 된다.


태화강정원과 함께 다른 관광자원을 도입하고자 계획들이 발표된다. 남산 은월봉으로 올라가는 모노레일(330미터)과 남산로와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850여 미터의 집라인과 태화강 유람선 대신 에어보트를 운행하겠다고 한다. 벌통을 꽃밭에 두는 것은 아닌지, 백로들에게 물어봐서 불편함은 없는지 새들의 눈높이로 봤는지 묻고 싶다. 에어보트 소음이 백로 새끼들을 놀라게 하지 않나 살폈는지 묻고 싶다. 벌통을 꽃밭에 두는 대표적인 일이 아닐까 한다.


태화강뿐 아니라 서울주 관광 활성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서울주 관광 활성화 사업의 핵심은 등억온천 관광단지를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알고 있다. 최고의 꽃밭은 온천이고 배후의 꽃밭은 신불산을 비롯한 고봉들이다. ‘온천이라고 할 수 있나요? 온천 하러 안 갑니다.’ 활성화를 외치는 분들이 하는 이야기다.


온천 하러 온 벌(관광객)들이 다른 꽃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엉뚱한 꽃밭에 벌통을 올려놓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형국이다. 걷기 힘들고 불편한 벌(관광객)들이 높은 산 위를 보고 싶다고 하면 있는 길을 이용해서 전기차, 마차를 통해 우선 올려보면 된다. 신불산을 비롯한 1000미터급 봉우리들도 우리가 가진 진귀한 꽃밭이다. 함부로 벌통을 놓으면 안 된다. 꽃밭이 망가지면 후손들이 꿀 딸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울산은 정말 많은 꽃밭이 있다. 벌통 위치만 잘 선택하면 꿀은 지속적으로 딸 수 있다. 꽃밭에 놓고자 했던 벌통을 옮기는 일부터 했으면 한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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