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일기] 어린이집 보낼까?
[엄마일기] 어린이집 보낼까?
  •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승인 2018.04.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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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름 확신이 있었습니다. 네 살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겠다는 다짐 말이죠. 어린이집도 사회생활이지 않습니까? 36개월까지 충분한 교감과 사랑을 부어주고 미련 없이 보내고 싶었습니다. 큰애는 가뿐히 데리고 있었고 네 살에 보낼 때에도 더 데리고 있을까 아쉬웠습니다. 예민하긴 했어도 큰애는 저와 기질적으로 잘 맞고 아이가 하나니 제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따금씩 동생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요동친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작은애는 기질이 저와 다릅니다. 큰애의 행동과 생각이 예상가능하다면 작은애는 예상 범위를 뛰어넘습니다. 그것이 적잖게 당황스럽고 빈번하게 버거웠습니다. 머리형 엄마와 장형 아이의 만남이라고나 할까요.(애니어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


작은애는 외강내강입니다. 외모도 장군이요 내면도 장군입니다. 친정엄마가 처음 사진으로 작은애를 접하셨을 때 첫마디가 강호동 같다고 하셨지요. 26개월에 접어든 요즘, 얼굴도 제법 갸름해지고 눈매가 살아나니 여아다운 기품이 생겼습니다. 분홍색 옷 입혀나가도 아들이냐 물어보고 딸이라고 정중히 말씀드려도 꼭 아들 같다고 한소리 덧붙이시는 어르신도 있습니다. (댁의 손녀도 막상막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간신히 삼켰습니다.) 작은애가 묶을 머리카락이 없었을 때 큰애 친구들이 니 동생 남자냐 여자냐 물어보는 건 단골질문이었습니다.


저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4월부터였습니다. 아이도 원할 거라는 전제조건으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36개월까지 데리고 있으려 했던 제 계획에 금이 갔습니다. 작은애가 언니를 온 마음을 다해 찾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평소에도 언니를 좋아했지만 부쩍 언니 옆에서 자려 하고 언니 잠바 입으려 하고 언니와 한 의자에 앉아서 먹으려 했습니다. 급기야 언니가 등원차를 타면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낮 동안 언니를 계속 찾고 언니에게 가고 싶다는 표현이 잦아졌습니다. 한때 지나가는 바람인가 싶어 관찰 중인데 2주 연속, 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애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언니 따라 어린이집 가고 싶은 거 아니야? 의문이 들더군요. 엄마가 데리고 있는 것을 아이도 원할 거라는 전제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른데 내가 한 가지 원칙을 고집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내 딴엔 최선으로 하는 건데 아이에겐 최선이 아닐 수 있겠구나,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낫나? 뭐 그런 고민들 말입니다. 굳건했는데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보내서 엄마와 떨어지는 슬픔보다 지금의 언니를 찾는 슬픔이 더 크지 싶습니다. 물론 어린이집 간다고 해서 언니와 늘 있을 순 없죠. 각자 반에 지내며 오다가다 마주치고 오후 통합보육시간에 언니와 상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니와 등하원을 같이 하는 소소한 재미는 덤이겠죠.


망설여지는 이유는 두 가지 더 있습니다. 3세반이 반지하 교실이고 바로 옆 도로에는 버스가 다닙니다. 환기도 어렵겠고 매연이 반지하 창문으로 솔솔 들어올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7세가 먹는 식단을 3세도 똑같이 먹는다는 것, 유별난 엄마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3세반을 들르면서 간보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버릴까?’라는 표현은 왠지 엄마 마음이 치달은 것 같아서 정나미가 없습니다. 보낼까? 보내볼까? 예상치 못했던 고민을 하고 있는 4월입니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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