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속으로]제주 4.3, 70년의 세월을 위한 해원의 전시
[문화현장 속으로]제주 4.3, 70년의 세월을 위한 해원의 전시
  • 곽영화 시민기자. 화가. 미학
  • 승인 2018.04.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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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개막식

<개막식 모습. 많은 제주도민과 전국의 예술가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09-2-전시실 모습1
09-2-전시실 모습2

 <전시실 모습, 로비와 내부 전시실을 가득 메운 작품들.>

                                                       
지난 3월 26일부터 제주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4.3 70주년 동아시아 평화인권전’이 ‘침묵에서 외침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진행된다. 주최측은 “이제는 제주 4.3이 단순히 읽고 듣는 역사를 넘어 보고 느끼는 시각화를 통해 제주만의 불행한 역사가 아닌 전국과 소통하고 나아가 공감하며 공감대를 넓혀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제주 4.3평화재단, 광주 5.18기념재단,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부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함께 기획되었으며 국내작가 26명, 대만, 일본, 중국, 베트남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제주의 4.3을 중심으로 전국에 일어난 반민주적이고 폭압적인 지난 역사를 공유하면서도 한편으로 동아시아 전역에 일어난 반인권 행위까지를 넓히고자 하는 취지이다.


국내 작가는 민중미술 1세대로서 한국의 진보미술을 이끈 대표적인 작가들을 비롯하여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해 온 작가들과 함께 제주의 청년작가들이 참여했다. 민중미술 1세대들로는 강요배, 김정헌, 민정기, 임옥상, 주재환, 심정수 등의 원로작가들이 참여했으며 뒤를 잇는 이종구, 이명복, 박진화, 송창, 홍선웅, 곽영화, 허달용, 박경효, 임남진 등이 참여했다. 민중미술은 세계의 미술계에서 인정하는 두 개의 한국미술사조로서 구한말의 진경산수화와 함께 한다. 특히 근현대 한국미술사에서 민중미술이 유일하기에 의미와 가치가 크다.    


주제는 제주 4.3민중항쟁, 광주 5.18, 부마항쟁, 노근리 등의 지역의 민중항쟁사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동아시아의 반인권 역사로서 일본의 히로시마 원폭, 베트남전쟁, 대만의 계엄령 등을 통해 평화와 인권을 표현했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유정은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역사가 우리를 여기까지 몰고 왔으며 왜 그러했는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류가 인정하는 미래를 가지려 한다면 현재를 연장함으로써 이루어질 수는 없다”라는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말을 서두로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20세기 제주의 현대사는 야만의 시대였다. 1945년 일제식민지로부터 해방됨으로써 그 부풀었던 희망의 세상을 기대했으나 한반도에 찾아온 것은 점령군의 회오리바람이었다. 평화는 민중의 힘으로 쟁취해야 된다는 것, 또 민중을 배제한 평화는 위장평화라는 것이 4.3과 한국현대사의 가르침 이었다”며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1948년을 겪은 사람들이 70년을 지나 하나, 둘 떠나고 있는데 우리가 그 기억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되새기지 않는다면 또다시 그 시대 풍경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나쁜 역사는 되살아 날것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읽고 보는 기록과 함께 느끼는 기록으로서의 음악과 미술, 문학과 연극 등 다양한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시는 로비와 실내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형 전시가 갖는 물량성이 물씬하게 느껴진다. 출품된 작품들 대부분이 대형이기 때문이다. 전시장 로비에는 가변설치로 설치작품과 입체작품, 그리고 평면회화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시실 내부에는 주로 대작으로 구성된 평면 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출품된 작품들을 간략히 살펴본다.


09-3-강요배

<강요배의 작품. 시신을 바라보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에스키스.>


제주 출신의 대표적인 작가 강요배는 4.3을 시리즈로 그린 ‘동백꽃 지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가 작품의 주제로 삼은 동백꽃이 제주 4.3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강요배 작가는 목탄으로 그린 시리즈물의 스케치를 출품했으며 제주 4.3을 상징하는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과 함께 4.3을 상징하는 작품이지만 출품된 작품이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의 밑그림을 출품하여 미술품의 제작과정을 엿보게 하고 있다. 그의 출품작은 모두 ‘시신을 보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4.3 당시에는 시신을 전시하는 일이 많았다. 길목이나 다리 위 또는 광장에 민중을 겁박하게 위해 토벌대들이 참수된 머리나 시신 자체를 잔인하게 내보였던 것이다. 관덕정 광장에서 시신을 보고 있는 소년, 노인, 여인들의 모습이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09-4-이명복_광란의기억

< 이명복의 작품 ‘광란의 시간’, 4.3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서울에서 제주로 오래 전에 이주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명복 작가는 흑백의 단색조로 4.3 당시의 실제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작품을 구성했다. 그의 작품의 배경은 동굴이다. 동굴 밖에는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이 보이지만 동굴 속의 참상은 처연하다. 한국의 근현대사가 갇혀있는 역사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드넓고 아름다운 동굴 밖을 보지 못하는 인간군상을 그린 플라톤의 고전적인 동굴에의 비유를 생각하게 하여, 아직도 동굴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그림에는 이승만, 조병옥, 박진경, 이덕구, 김달삼, 맨스필드, 송요찬, 로버츠, 유해진, 노덕술, 서북청년단 등 실제 인물이 파노라마를 만들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력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단에 그려진 한라산 백록담과 함께 중심을 이루는 남녀의 모습은 그동안의 아픔과 질곡을 해원하고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기원하는 상징이 된다. 두 인물의 주위에 떨어지는 동백꽃은 서사적인 화면을 서정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09-5-이종구_조천읍 북촌리 2688번지

<이종구의 작품. 300년 된 팽나무의 상흔을 통해 아직도 영면하지 못하는 숱한 영혼을 표현하였다.>



이종구 작가는 ‘조천읍 북촌리 2688번지’ 작품을 출품했다. 마을에 있는 수령 300년의 팽나무를 화면의 전면에 배치하여 4.3의 상흔을 묘사하고 있다. 1949년 1월 17일, 군인에 의해 총살당한 300여명의 양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밤새워 진행된 살육의 시간에 유난히 파란 하늘에 뜬 초승달은 오히려 무정하다. 그리고 팽나무아래에 이유도 모르고 죽임을 당해 묻힌 영육은 아직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해원을 기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팽나무가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신목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4.3의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희생당한 모든 분들의 영혼이 해원되기를 희망하는 작가의 심정이 엿보인다.


09-6-곽영화_두병사

<곽영화의 작품.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모든 이념은 지배권력의 이념일 뿐이라는 내용을 두 병사의 형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필자 곽영화는 4.3의 내용을 확장하여 이념으로 대립된 남한과 북한의 병사 모습을 그렸다.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으면서도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분단의 상황을 전통 무신도의 현대화를 통해 표현하였다. 홍수를 통해 임진강으로 떠내려 오는 북한병사의 소식을 접한 후, 남한의 군사도 홍수피해를 입어 임진강으로 시신이 되어 떠내려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림은 통일이 되지 않으면 끝내 희생을 지속해야 하는 수많은 남북한의 젊은 청년의 희생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모든 이데올로기는 지배권력의 욕망일 뿐이다. 20세기의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좌우대립과 분단이 가진 질곡의 저변에는 모두 지배권력의 욕망일 뿐이며 제주 4.3도 이러한 연장에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내용으로 근대사의 한계를 작품의 내용으로 삼았다.     


이외에도 광주의 작가로서 불화를 현대화하여 현대인의 일상을 그린 임남진의 작품, 그리고 송창의 ‘인간의 탑’, 노인과 아이들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가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제주의 청년작가 김산 등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또한 베트남 작가와 대만 작가 등의 출품으로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의 질곡을 조망하고 서로의 정서를 알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동아시아의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의 오랜 대화를 통해 참석한 모든 작가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을 함께 느끼고 있음을 필자는 직감했다. 4.3의 폭압에서 미국의 개입도 확연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너무나 화창한 봄날, 아름다운 제주땅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발자국아래에는 아직도 슬픔이 용천수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09곽영화 호박사진

곽영화 시민기자. 화가.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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