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려낸 태안 바닷가, 제철 음식들은 싱싱하고 풍성했다 - 서해기행Ⅲ
되살려낸 태안 바닷가, 제철 음식들은 싱싱하고 풍성했다 - 서해기행Ⅲ
  • 이동고 기자
  • 승인 2018.05.09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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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먹거리를 길러내는 원천인 태안 바다

<싱싱한 먹거리를 길러내는 원천인 태안 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나라지만 태안지역은 그 자체가 또한 삼면이 바다인 지역이다. 바다에 경계를 둔 곳이 많으니 계절마다 달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준비는 제철 자연산 재료다. 음식마다 맛이 제대로 나오는  제철 음식재료를 조상들은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태안 어르신들은 바깥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태안 해산물, 농산물은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태안 바닷가가 주는 풍성한 음식들

<태안 바닷가가 주는 풍성한 음식들>


바닷바람, 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소금, 해양성 기후가 만든 육쪽마늘과 황토고구마 등등 그 모든 것이 합해져 태안 음식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자염(煮鹽)도 생산하고 송홧가루 섞인 천일염도 만든다. 꽃게의 계절이 되었지만 태안 꽃게는 아주 비싸다고 한다. 중국어선이 격렬비열도까지 와서 잡아가기도 했고, 예전과 달리 해양경찰들이 많이 나와 방어를 하지만 전체 어획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 대합, 바지락, 꽃게, 아귀, 주꾸미, 실치회, 낙지탕, 노래미, 농어, 우럭탕, 해삼물회, 붕장어, 전복, 개불, 대합, 홍합, 전어, 새조개, 숭어회, 물텀뱅이탕, 생굴, 간자미 회무침, 우럭젓국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마음이 설렌다. 그 맛있는 태안지역 먹을거리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봄철이 제일 맛있는 주꾸미 샤브샤브


주꾸미와 낙지는 비슷해 보여도 식생이 완전 다르다. 낙지는 가을이 제철인 반면 주꾸미는 산란철인 3~4월이 가장 맛있다. 살은 쫄깃해지고 머리 안에 알이 가득 차오르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전골이나 샤브샤브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살짝 데친 알은 갓 지은 밥처럼 고소하다. 


우럭탕, 말린 우럭포, 우럭젓국
  
5~6월 보리가 익어갈 때 우럭의 맛은 절정에 달한다. 이 시기는 우럭이 알을 낳는 때라 양분과 지방이 아주 풍부하다. 바다낚시로도 많이 쉽게 잡히는데, 자연산 우럭에 마른 미역을 넣고 탕을 끓이면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제철 우럭을 오래 보관하려고 통째로 말린 것이 우럭포다. 우럭포는 배 위에 널어 바닷바람에 말려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한다. 어디서 말렸느냐가 그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것이다. 우럭포가 유명하니 제사상에도 우럭포를 썼다.
말린 포를 이용한 우럭젓국은 가을, 겨울철에 먹는 태안과 서산의 고유한 전통음식이다. 쌀뜨물에 자연산 우럭포를 먹기 좋게 잘라 넣어 무, 대파, 청양고추 등과 함께 푹 끓여 완성한 우럭젓국은 북엇국 못지않게 해장하기 좋고, 구들구들한 식감에 담백하고 구수한 태안의 맛을 대표한다.


조개 우린 물로 만드는 박속밀국낙지탕


음식 이름이 복잡해 보여도 조개를 우린 육수에 낙지와 박속을 넣고 끓인 탕이다. 오직 태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인데, 무 대신 얇게 썬 하얀 박속을 넣어 훨씬 시원하다. 낙지는 6~7월에 잡히는 세발낙지를 쓰며, 끓는 국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다. 낙지를 다 먹고 나서, 진하게 우러나온 국물에 다시 칼국수를 넣고 끓여 먹으면 ‘밀국’까지 완성되는 셈이다. 박속밀국낙지탕, 재미난 이름처럼 여러 가지 맛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다.  


가을 특산 태안 대하구이


태안은 봄 꽃게, 가을 대하로 상징되는 만큼 가을 해산물 하면 대하를 빼놓을 수 없다. 호일 위에 소금을 두껍게 깔고 살찐 새우를 올려 불판에 구우면, 대하의 속살까지 골고루 익으면서도 촉촉한 수분은 유지된다.


자연산 대하는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알 정도로 양식새우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고 한다. 킬로그램당 6~7만원까지 하니 서민들은 쉬이 먹을 엄두를 못 낸다. 대하는 아직 양식이 되지 않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양식 대하’는 사실 ‘흰다리새우’다. 자연산 대하는 수염이 자기 몸뚱이보다 2배 이상으로 길고 뿔이 머리보다 더 갈다. 성질이 급해 잡으면 바로 죽기에 수족관에 살아있는 새우는 자연산이기 어렵다. 일반 새우가 퍽퍽하지만 자연산 대하는 야들야들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자연산 대하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다.  

 

1박 2일에 나와 유명해진 게국지탕


가을이 되면 알이 찬 배추는 김치를 담고 남은 허드렛배추와, 고추도 좋은 것은 팔고 주황색 도는 허드렛고추(희나리 고추)를 성글성글하게 빻아서 넣는다. 워낙 싱싱한 태안 게는 벌건 게장이 아니라 소금이나 간장으로 바로 담았다. 남은 국물은 맛있기도 하고 버리기 아까우니 야채와 버무려서 솥에 밥할 때 투가리(뚝배기)에 넣어서 같이 끓였다 한다. 끓으면 밥물이 넘어가면서 밥물과 섞여 구수한 맛이 났다.


이 게국지탕을 만드는 재료는 ‘꽃게’가 아니라 껍질이 더 단단한 ‘박하지’라 불리는 ‘민꽃게’, ‘돌게’다. 게국지를 만드는 재료는 호박, 무청, 배추, 무, 박하지, 액젓, 새우젓, 육쪽마늘, 양파다. 이런 걸 같이 넣고 게국지를 넣어 버무렸다. 잘 삭은 게를 넣기도 하고 싱싱한 게를 넣을 때 맛이 다르다고 한다. 갓 잡은 박하지를 넣으면 시원한 맛이, 익은 게장을 넣으면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고 한다. 게국지탕은 밥이나 고구마와 같이 먹는데 밥도둑으로 불릴 정도로 맛이 좋다. 바닷일을 하고 추운 몸을 이 뜨거운 고구마와 게국지탕로 풀었다고 한다. 고구마의 단맛과 짭조름한 게국지탕이 잘 어울렸다고 하는데 게국지탕에 든 삭은 게장은 간간한 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고 한다. 해설사는 1박 2일에 게국지탕이 잘못 소개가 되면서 꽃게탕도 아니고 게국지탕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당시 게국지탕으로 만든 것이 꽃게여서 그 때부터 박하지 대신 꽃게를 넣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미디어의 위력과 동시에 책임감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통적인 게국지탕은 허드렛재료에, 쉽게 잡을 수 있는 박하지를 넣은 서민들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태안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겨울철 별미 물텀뱅이탕


물메기는 태안지역에는 너무 흔해서 잡으면 그냥 바다에 버렸다. 바닷물 속에 ‘텀벙’하며 빠져 ‘물텀벙’이라는 별명이 불었다. 태안에서는 물메기탕을 물텀뱅이탕이라 부른다. 바람이 쌩쌩 부는 날 얼큰한 국물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기 때문에 겨울 낚시꾼이 가장 사랑하는 메뉴다. 물텀벙은 살이 흐물흐물하여 잘 풀어지기 때문에, 뼈를 발라내고 탕 안에 흐트러진 살을 그냥 그대로 마시는 식으로 먹을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수많은 해산물처럼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그 맛을 다 알려면 자주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속밀국낙지탕. 머리에는 밥알같은 알이 가득했다.

<박속밀국낙지탕. 머리에는 밥알같은 알이 가득했다.>


싱싱한 해산물은 어디든 잘 어울린다

<싱싱한 해산물은 어디든 잘 어울린다>


아나고로 불리는 붕장어를 넣은 붕장어탕

<아나고로 불리는 붕장어를 넣은 붕장어탕>


태안 기름 유출 사고, 국가적 재앙으로부터 되살아난 바다


태안은 10년 전 2007년 12월 7일 아침,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이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부딪쳐 기름 유출 사고가 터진 곳이다. 국가적 재앙이었다. 모든 해안선과 바다, 바위, 자갈 등 모든 것이 검은 기름으로 덮였다. 그 사고를 극복한 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작년 9월 15일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태안군 소원면에 개관했다. 작년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충남 태안군 만리포 일원에서 펼쳐진 ‘희망 나눔 한마당’ 및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고 그 시기에 맞춰 개관식을 했다.


태안기름띠를 없애기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선 정부관계자들

<태안기름띠를 없애기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선 정부관계자들>


유류피해극복기념관부조물

<유류피해극복기념관부조물>


10년이 지나 우리 기억 속에는 희미해졌지만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잊혀져선 안 되는 사건이다. 엄청난 재앙 앞에 망연자실했을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 당시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수가 123만 명이라고 한다. 유류피해기념관은 국가적 재앙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기억을 리마인드(remind)하는 성지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투입된 예산은 전액 국비이고 지역주민에게는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여러 기금을 통해 조만간 지역발전기금 1421억원 정도가 지역사회에서 협의를 통해 배분될 계획이다. 사실 주민들은 배.보상에 대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사고가 일어난 원인도 의혹 없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 법적 배상금 50억원으로 법원이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 꼴로 재판은 끝났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중공업 쪽 예인선단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공동과실로 충돌사고가 일어났지만 소규모 기름 유출로 끝날 사건이 유조선의 독자적인 과실에 의해 최악의 해양오염으로 확대됐다”며 사고의 주된 책임을 유조선에 돌렸다.


유류 오염 사고의 상처는 표면적으로는 다 치유가 된 셈이다. 사고 상처 배.보상 문제와 관련한 법적 절차는 다 끝난 셈이고 지금은 어떻게 보면 시즌 2로 들어섰다. 하지만 당시 재난봉사에 참가한 주민들, 자원봉사자들의 후유증은 아직 남아있다.
자원봉사자들 이름이 기념관 벽면에 빼곡히 새겨져 있다. 이름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은 이름과 기간을 신고하면 벽면에 추가로 올릴 계획이다. 10년이 지났지만 그 분들이 ‘메모리얼 데이’처럼 그 역사의 현장을 다시 찾아주길 고대하고 있었다. 천리포수목원 등 태안의 다양한 관광지와 연계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태안을 가면 반드시 둘러볼 곳이다.


울산 태화강과 동해바다는 태안지역이 부럽다


태안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해안 자연환경을 조심스레 대한다. 몇 년 전 태안군 근흥면 안기2리 어촌계 주민사리 때 바닷물이 멀리 물러나면 갯벌로 멀리 나아가 작업을 하는데, 대합 꾸러미를 운반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그 고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어촌계 자금에다 수협 지원금을 합해 기천만 원을 들여 갯벌길을 만들었다. 트럭이 들어갈 수 있는 폭 7미터, 길이 1킬로미터의 갯벌 위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자갈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을 만든 후로 종패 번식이 감소되고 수확량이 확 떨어졌다. 단지 7미터 길 때문에 종패들 이동이 차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닷물을 가로막는 제방을 만든 것도 아닌데 물 속 생물들 길은 차단되었던 것이다. 갯벌로 다시 돌리고 나서야 원래 수확량이 올라왔다.


태화강하류 과거 조개섬 근처 강가. 조개껍질만 가득하다

<태화강하류 과거 조개섬 근처 강가. 조개껍질만 가득하다>


현대자동차가 들어선 태화강가에는 아직 엄청나게 다양한 조개껍질이 쌓여 있다. 그 근처 어디에 ‘조개섬’이 있었을 것이다. 재첩 등 조개도 많이 났지만 조개를 먹고 버린 껍질이 섬을 이뤘던 조개섬 말이다. 최근 만난 울산 토박이 어른 말씀이 “공단 짓지 말고 옛날 그 풍성했던 태화강이나 자연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해왔으면 사람 살기 더 좋았을지 몰라”하며 회한에 잠긴다. 자연을 대하는 우리 마음마저 너무 오염되고 훼손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자연이 살아 꿈틀거리는 태안의 풍경과 먹을거리로 세례를 받은 기분이었다. 태화강에 연어, 숭어, 은어, 황어 올라온다고 자랑하지만 언제쯤이면 안심하고 편안하게 제철 음식으로 맛보게 될까?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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