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안 수생정원을 가다
[기자수첩] 부안 수생정원을 가다
  • 울산저널
  • 승인 2018.05.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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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울산대공원에다 만들지.”

태화강 지방정원이 지정됐음에도 그 모양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차바와 같은 대형 수해도 걱정이지만 생태하천 태화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태화강 수생정원 제안이 시민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국가정원에 도전하고 있는 국내 지방정원 중 수생정원을 공식 콘셉트로 채택한 곳은 전북 부안이 유일하다. 부안의 도전이 태화강정원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부안 수생정원은 아직 시작도 안했고 실현 가능성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울산의 행정이 배워야 할 점은 적어도 부안군은 국가정원 추진에 있어 민주적 절차를 지키려고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너무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얘길 들을 정도로 8년여 준비 기간을 거쳤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문단을 발족하고 초기 컨설팅 결과 수생정원을 통해 구현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평을 받고 다시금 부안형 수생정원의 청사진을 가다듬고 있다.

수생정원 예정지 인근에 지금도 논밭을 일구는 주민들은 굳이 농수로 주변에다 수생정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겠냐고 묻는다. 인근 논과 밭을 매입이 완료된 곳에는 시범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생태하천 가꾸기 사업의 완성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수생정원 아이디어를 떠올린 부안군은 농수로 수질은 개선시키고 주변은 건강산책로 등으로 조성해 주민들의 이해도 충족시키고자 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몇 번 겪은 흔적도 보였다. 자연 습지대에 정자를 설치하고 갈대풀 등을 심었는데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는지 잡풀이 무성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정원 조성은 물론 관리에도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은 운이 좋아서, 예산이 많아 정원박람회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어찌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는 싸움일 수 있다.

그러나 울산은 다른 절박한 지자체만큼이나 정원의 가치와 정원 조성의 목적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였는가. 부안은 이를 부안읍 도시재생 차원에서 구상했다. 부안은 변산반도 쪽에 관광객이 몰려 부안읍이 그 길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읍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원 도심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기 위해 택한 아이템이 정원이었던 것. 때문에 읍내에 쌈지정원과 소위 고향의 강은 이미 조성 완료됐다.

도심의 짜투리 땅과 폐가 공터 등을 매입해 조성한 쌈지정원은 활기를 잃은 시내의 분위기를 펄떡이는 물고기(정원조형물)처럼 바꿔놓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안에서 눈여겨볼 점은 도시정원사를 육성하고 있다는 것. 마을 가드너를 양성하는 수업이 지난해부터 착수돼 이들을 부안에 정원문화를 전파하고 쌈지정원 등을 가꾸는 일꾼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정원도시라는 것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더디게, 주민과 함께하는 과제가 아닐까.

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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