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동일
  • 승인 2018.05.1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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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목적은 두 가지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이거나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꺼내놓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글은 누군가가 읽어주길 기대하며 쓴다. 일기 정도가 예외일 뿐 어떤 글이든 소통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친절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 바쁜 세상에 아까운 시간을 쪼개 자신의 글을 읽어 주길 바란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글을 쓸 때 누군가를 염두하면서 쓰면 된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얘기하듯이 쓰면 된다. 그럼 이야기를 전하듯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이런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기는커녕 글을 쓰며 연상되는 누군가를 애써 지우며 썼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내 글을 보고 언짢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쓸데없이 심각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막상 대면하면 꺼내길 주저할 이야기들을 쓰다 보니 누군가와 소통한다기보다는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넋두리에 가까웠다. 당연히 친절하지도 않고, 필요한 정보도 없고, 생각거리도 제공해주지 못했다. 이건 어느 정도 재능의 문제이기에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쓴다. 안 쓰고는 못 베기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도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몸과는 따로 노는 머리가 끊임없이 생각을 쏟아낸다. 꾸역꾸역 쌓아둔 잡생각을 이렇게라도 꺼내놓지 않으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끄적인 단상들이 뒤죽박죽 편집된 게 내가 쓴 글이다. 장황은 기본이고 때로 억지스럽다. 혼자 보고 말면 좋을 텐데 굳이 사람들이 보도록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공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겁을 잔뜩 내면서도 굳이 쓰고 또 이렇게 꺼내놓는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읽어준다. 시간이 남아서일 수도 있고, 얘가 또 뭔 헛소리를 하는지 궁금한 지인일 수도 있고, 가능성은 낮지만 나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교환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가끔 듣는 잘 읽었다는 인사는 참 고맙다. 기분 좋은 경험이다. 마치 마음의 상처로 심리상담을 받는 내담자가 자기 얘기를 다 들어주는 상담사에게 느끼는 감사함 같다고나 할까. 내담자는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그러니 한 명의 독자는 한 명의 심리상담가나 마찬가지다.


오늘은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사람을 떠올렸다. 마치 그 사람들이 앞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글을 써보기도 했다. 웃기는 건 진짜 그 사람이 앞에 있는 것 같아 쓸데없는 허세가 자제된다는 점이다. 면전에서 허세를 부릴만한 용기는 없다. 그저 글이니 그래도 되겠지 하며 지적 허영을 부릴 뿐이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정중히 인사드려야겠다. 내 생각을 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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