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저희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기억과 기록] 저희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 원영미 ‘기억과 기록’ 회원
  • 승인 2018.06.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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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요? 다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전에 한번 지면으로 인사드린 적이 있답니다. 그땐 혼자였지만, 이젠 혼자가 아닌, ‘우리’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예쁘게 봐 주시길 바랍니다(두 손 모으고 살포시 꾸벅).


저희가 누구냐구요? ‘기억과 기록’이란 작은 공부모임을 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인사드리지만, 곧이어 파릇파릇한 새 얼굴들이 등장해 활약을 펼칠 거랍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의 개인사를 살짝 풀자면, 대학을 졸업하고 중단되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답니다. 별로 잘하는 것도 없고, 성격도 까칠하여, 심심한 세월을 보내다, 뭘 이루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공부하는 것이 좋아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였지요. 그런데 시간이 쌓이면서 언젠가부터 지역에서 공부를 생업으로 하며 살고 있는 저의 공부가 ‘저만의 것이 아닌가!’하는 고민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저의 얕은 지식과 생각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감사히 여기며 달려갔지요.


그렇게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만났지요. 그래서 의기투합하여 올해 초부터 공부모임을 시작하였답니다. 그 모임이 ‘기억과 기록’이지요. 이름에서 짐작이 되겠지만, 울산 지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학자들과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아키비스트(기록관리 전문가)들이 만나 지역사와 지역 아카이빙에 대해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게 되었지요. 물론 공부의 고수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갈증이 깊었던 탓에 넘치는 의욕을 감당하지 못하여 지치는 일이 없도록 독서부터 시작하였지요.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매혹적인 제목의 책을 만났답니다. 저자 데이비드 로웬덜은 과거의 실재 유무와는 관계없이 현재 내가 가진 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뿐이며, 과거는 기록이나 기억을 통해 현재와 만난다는 군요.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과거는 기억되기 위해 매우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물이랍니다. 과격하게 말해서 ‘역사는 기억투쟁의 산물’이라는 뜻으로 이해되더라구요. 


요즈음 20대 청년들의 과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여 물었지요. 부모님이 20대였던 시대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냐고. 그랬더니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요. 그 시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표정들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물었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20대 시절로 돌아가면 어떻겠냐고. 이번엔 인상을 찡그리며 거칠게 고개를 가로졌더라구요. 지금의 20대가 돌아간다고 해도 무방한 부모가 20대였던 1980년대는 그들에게 어떤 과거일까요? 그들이 태어나기 이전의 시대이니, 직접적인 기억을 없을 테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그려내는 가족 같은 이웃과 친구들이 있는 ‘덕선이의 쌍문동’으로 기억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영화 ‘1987’로 기억되는 것일까요? 


그러던 차에 제 절친이 문자를 보내왔네요. 울산의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니, 함께 갈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어요. 바로 그러겠노라 했어요. 30여 년 전 매캐한 공기를 가르며 도로와 골목을 누비는 청년은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그때의 장년은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그들이 모여 31년 전을 기억하고 현재를 기록하려나 봐요. 나와 친구는 그 기억의 장소와 시간에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018년으로 소환되는 31년 전 울산의 과거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다녀와서 말씀드리지요.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다시 두 손 모아 꾸벅).  


원영미 ‘기억과 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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