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의 자격은?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0-09-18 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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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의사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의료 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이 한창일 때,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의사협회에서 신문에 광고한 홍보 내용인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형 광고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받자 좋은 의사란 어떤 자격이나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은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최상위권의 학생이다. 우리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수업 내용을 척척 이해하니까 수업하기가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전교 1등만 의대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법대와 경제학과, 특히 서울대에 전교 1등이 몰렸다. 그래도 좋은 의사들을 많이 배출했다. 현재 의료계를 이끌고 있는 중견 의사들 모두가 전교 1등을 한 것은 아니었다. 


법대와 경제학과에 쏠렸던 전교 1등이 의대 쪽으로 이동하게 된 것은 더 높은 의료 수준이 요구돼서가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낮아진다면 전교 1등은 다른 진로를 택할 것이 명백하다.


전교 10등을 하더라도 의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의 과정을 착실하게 거친다면 누구나 의사가 되지 않을까? 좋은 의사란 성적이 중요하기도 하겠지만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환자의 병을 어떻게든 낫게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의사가 아픈 환자들에게는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병을 병 자체로만 보지 않고 병이 갖는 사회적 의미도 볼 줄 아는 넓은 안목도 가져야 한다. 특히 감염병이 빈발하는 현대에서는 감염병과 환경, 생태의 관계, 감염병과 빈부 격차의 관계, 감염병과 공공의료의 관계 등에 대해 관심과 안목을 갖는 의사가 필요하다. 이는 의지와 심성의 문제이지, 성적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의대 입학 과정은 공정성의 탈을 쓴 능력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뭐든지 성적이나 시험으로 줄을 세워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엄밀하게 따져 보면 이는 생각만큼 공정한 것도 아니다. 이미 가정환경에 따라 능력에 차이가 생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가정이 부유하며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에만 매진해 온 학생과 그렇지 못해 독학으로 공부하고 심할 경우 알바까지 하며 공부해 온 학생들의 능력에는 차이가 생기기 쉽다. 출발선의 공정성에는 눈 감고 결과만 갖고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의식에 가깝다.


쿠바의 의과대학에서는 일정한 성적 기준 이상이면 일부 학생은 추첨(추천이 아니라 추첨이다)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추첨으로 입학한 학생이 학업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의사 자격증을 엉터리로 취득했다거나 의사가 된 이후에 진료를 엉터리로 해 사회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의사들의 파업과 전교 1등 광고를 계기로 좋은 의사가 어떤 의사인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여러 나라들의 의사 양성과정을 비교해 보고 의료 정책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학교에서도 성적만 중시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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