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어렵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면 끝

배문석 / 기사승인 : 2020-09-17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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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놀란 감독, 첩보 스릴러에 과학을 싣다

 

먼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그래피를 보자. <메멘토>(2001)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나이트>(2008),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그리고 <덩케르크>(2017)와 <저스티스 리그>(2017)까지. 놀란 감독은 숱한 화제작을 연출했다. 조금은 어렵고 또 조금은 무겁지만 흥행을 놓치지도 않았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때였던 8월 말, <테넷>은 개봉을 미루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록한 제작비를 다 거두지 못할 수 있지만 감독 이름값을 맨 앞에 걸고 정면 승부한 것이다. 올 봄 극장 대신 OTT(Over The Top Service)기업을 통해 온라인 개봉만 했던 작품들과 확실히 구별되는 배짱 있는 승부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충분히 그럴만한 수준을 지닌 작품이었다. 그가 앞서 연출했던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 다뤘던 과학요소를 더 세게 꺼내 들었지만 관객 시선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은 두 배로 세졌다. 


이야기는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을 뒤흔들어 인류를 말살하려는 테러세력에 맞서는 CIA첩보원(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테넷(TENET)’ 조직의 숨 막히는 사투로 채워진다. 미래에서 현재로 많은 물건들이 이른바 ‘인버전(역행)’해서 보내진다. 심지어 사람까지. 러시아 무기상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미래와 연결돼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균열을 만들었다. 방법은 단 하나 샤토르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의 도움을 받아 사토르에게 접근해 미래 살상무기를 회수하는 것 뿐. 

 


요약한 줄거리만으로는 결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영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진짜 현실과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 상황이 뒤섞인다. 여기에 엔트로피와 양자역학 그리고 시간 패러독스와 회전문 원리 등 복작한 과학이론이 등장하기 때문에 빠르게 쏟아지는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실제 물리학 전공 교수들도 어렵다고 고개를 저을 만큼.


그래서 이해보다 몸과 맘을 내맡기듯 수용하는 관람 방식을 권장한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완벽하게 구성된 액션과 대규모 폭발 그리고 빠른 이야기 전개를 긴장을 풀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절묘한 편집으로 완성된 영상, 바로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줄만큼 웅장한 음향을 즐기면 된다. 

 


테러조직과 맞서는 첩보 영화를 선택한 것도 신의 한수다. 장르 특성상 단서를 찾고, 범인을 추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니 수수께끼 같은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힌트처럼 이어진다. 거기에 놀란 감독이 고집하는 반전도 당연히 더해진다. 


다만 후반부가 전반부에서 보여준 충격보다 덜한 게 흠이다. 세계평화를 지키려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주인공과 악당이 시종일관 진지하다. 그 때문에 주인공 첩보원보다 동료인 테넷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이 더 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테넷>은 몇 번 봐도 괜찮을 영화다. 먼저 일반 상영관에서 보고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하다. 상영관에 빈자리를 가득 만들어낸 코로나19에 정면승부한 뚝심에도 박수를 보낸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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