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못에서 연밥 따는 처자에게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09-17 0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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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밥줄밥 내 따줄게 우리 부모 모셔다오”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공검면에 있는 공갈못을 소재로 한 ‘상주 모심기 노래’ 일부분입니다. 중모리 장단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상주 함창 공갈못 주변에서 모심기 즈음에 부르던 노래입니다. 동네 총각이 모를 내면서 허리를 펼 때 공갈못에서 연밥 따는 처자를 향해 부르던 일종의 청혼가라 할 수도 있고 시집살이의 어려움과 농사일의 힘듦이 긴 가사에 줄줄이 배여 나오는,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하며 부르는 노동요입니다. 그런데 ‘상주 모심기 노래’는 따로 있으므로 이 노래는 ‘공갈못 연밥 따는 노래(채련요)’라고 해야 더 정확합니다. 


‘상주 아리랑’도 있습니다. 전국에 아리랑이 숱하게 많고 ‘아리랑 고개’라는 지명도 많이 있지만 아리랑 고개에 얽힌 슬픈 사연이 상주 아리랑에 담겨 있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상주 예천 등지의 농민군이 상주 읍성을 점거했으나 왜군을 끌어들인 관군에 의해 일주일 만에 소탕됩니다. 읍성 태평루와 남사정에서 처형당한 100여 농민군의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시체를 끌고 북문(현무문)을 통해 화지산 기슭을 지나 냉림천(현재 북천)을 건너 풍양으로 가는 야산에 묻었는데 안동, 예천, 의성을 잇는 이 고갯길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한 맺힌 길이라 하여 아리랑 고개라고 합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버지 어머니 어서와요 북간도 벌판이 좋답니다/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 고개를 넘어간다”


실제로 야트막한 언덕이라 고개라 하기도 뭣하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고갯길이라는 의미로 아리랑고개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 1920년대 후반 경북 상주지역에서 30여 가구가 간도로 이주했다는 기록도 있어 동학혁명으로 스러지고 남은 사람은 간도로 쫓겨 가는 당시의 절박한 삶이 가사에 담겨 눈물겹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이 녹두장군이 일어선 전라도에서만 활발했던 것이 아니라 보은 선산을 비롯해 경기, 강원, 황해도 등 전국에 걸쳐 민중의 분노가 표출됐습니다. 나라를 개혁하려고 일어난 봉기를 외세를 동원해 진압하고 외세의 올가미에 갇힌 집권자들의 욕심으로 고통 받는 민중들, 백년이 지나서야 황토현에서 대승을 거둔 5월 11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그나마 위로가 될런지요. 


상주에는 경천대라는 낙동강 제1경이 있습니다. 굽이치는 낙동강을 바라보기 좋은 곳인데 4대강 개발로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니 은빛 모래밭이 없어졌습니다. 운하처럼 가득찬 물이 출렁이지만 넓은 모래밭이 사라져 안타까움이 큽니다. 유럽의 강과 우리나라의 강은 생성이 다른데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을 훼손한 것 같아 가득찬 물을 보며 오히려 답답함을 느낍니다. 


경천대 꼭대기에 있는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이라는 비석 또한 갑갑함을 더합니다.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운 명나라를 기리고 오랑캐인 청나라를 멸하겠다고 우담 채득기가 세운 비석인데 숭정은 명나라 황제의 연호입니다. 괴산 화양동 계곡 만동묘 근처 바위에 우암 송시열이 쓴 같은 내용의 각자도 있습니다. 대명천지가 밝은 세상이 아니고 명나라를 존중하는 말로 쓰였고 지금도 무심코 쓰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명분만 강조하다가 결국 병자호란을 자초해 민중을 도탄에 빠뜨린 당시 선비들의 꼬장꼬장함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모화사상, 사대주의 행태가 지금은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라 역사의 반복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합니다. 


상주는 경상도라는 이름 형성에 바탕이 됐고 삼백 즉 쌀, 누에, 곶감으로 대표되는 농업 기반 도시지만 지금은 ‘모심기 소리’는 듣기 힘들고 이앙기 기계 소리와 트로트 노래 소리만 6가야와 사벌국이 있었노라고 증언을 합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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