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가리라는 말이 무색한 영리한 새 ‘큰부리까마귀’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2-01-17 0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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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 큰부리까마귀의 얼굴 모습 ⓒAomorikuma


▲ 도심 공원에서 먹이를 탐색하고 있는 큰부리까마귀. 온몸이 광택 나는 검은색이다. ⓒWikipedia


■ 한자명: 嘴太烏
■ 분류: 참새목 까마귀과 까마귀속
■ 학명: Corvus macrorhynchos Wagler, 1827
■ 영명: Large-billed Crow, Jungle Crow
■ 분포: 유라시아대륙 동부 아시아지역

최근 약간 지능이 낮거나, 이해력이 떨어져 맡겨진 일을 어리숙하게 하면 상대방을 비하하는 뜻으로 ‘세대가리’라는 말을 쓰는 일이 종종 있다. 공적인 방송에서도 자주 ‘새대가리’라는 말이 들린다. 인간이 마치 만물의 영장으로 가장 영리하고 최상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고 다른 생명체를 비하해 같은 사람에게까지 은유적으로 깔보는, 스스로 인격을 떨어뜨리는 작태다. 그와 유사한 말로 정치권에서 당을 옮겨 다니는 사람을 가리켜 ‘철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놀리는 말로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로 ‘닭대가리’라는 말을 썼던 관습이 있었는데 이 말이 ‘새대가리’로 닭에서 새 전체로 확대한 것 같다. 이런 인간의 말장난을 무색하게 할 만큼 영리한 새가 이 글의 주인공 ‘큰부리까마귀’다.


큰부리까마귀는 우리 주변에서 일 년 내내 생활하는 텃새다. 원래 산림 환경을 선호해 살았지만, 최근에는 도시주변부 심지어 대도시 도심에서도 출몰해 음식쓰레기를 뒤지는 큰부리까마귀를 볼 수 있다.

 

 

▲ 가을철 숙성된 과실 먹이를 잔뜩 물고 있는 큰부리까마귀 모습. ⓒono-wildbird.life.coocan.jp

 

▲ 해안가에서 먹이를 물은 큰부리까마귀. ⓒsasimage.blogspot.com

크기는 전체 길이 56cm, 날개 펼친 길이 100cm, 몸무게 550~750g 정도다. 전신이 광택이 있는 검정색으로, 암수가 같은 색을 띠고 있다. 수명은 사육하에서 약 20년, 야생에서는 약 10년.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까마귀와 닮았지만, 앞이마가 거의 수직으로 부리가 굵고 두터우며 윗부리는 앞으로 굽어 있어 두 종의 모습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등 섬지방을 포함해 전국 어디서나 큰부리까마귀를 볼 수 있다. 먹이는 잡식성으로 참새 같은 작은 새랑 쥐, 다람쥐, 곤충 등 동물성도 즐겨 먹는다. 도로에서는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시체를 먹기 위해 도로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보며 먹이를 탐색하다 먹이를 발견하면 물고 높은 곳으로 되돌아가 먹는다. 도시 주변에서는 대개 전봇대나 나무 위에 즐겨 앉는다. 지방질이 높은 먹이를 좋아하는데, 호두나 개암 등 껍질이 딱딱한 먹이는 스스로 깰 수 없어 수십~100m 정도 하늘 높이 물고 가 껍질이 부서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아스팔트 위로 떨어뜨리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도심 안에서는 차가 다니는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보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딱딱한 먹이를 물어 보행 도로 가운데 위에 놓은 다음 되돌아와 차량에 의해 껍질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다시 파란 불이 들어와 사람이 건너갈 때 함께 깡총깡총 점프하듯이 걸어가서 속 알맹이를 맛있게 먹는다.

 

▲ 4월에 큰 나무 위에 나뭇가지로 집을 짓고 2~5개의 알을 낳는다. 포란일수는 20일. 암컷만 포란한다. 알 크기는 달걀과 비슷하거나 조금 작다. ⓒWikiWand

심지어 철도 변에 사는 큰부리까마귀는 딱딱한 먹이를 선로 위에 놓아 기차기 지나가면 다가가 부서진 열매 속을 먹는데, 가끔 돌을 놓는 장난을 즐겨 일본에서는 신칸센(우리나라의 KTX)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과학자들이 이런 큰부리까마귀의 영리한 행동을 보고 지능이 얼마인지 IQ 실험으로 측정해 보니 5세에서 7세가량 아동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측정돼 조류세계에서 가히 가장 영리한 새라고 인정할 정도다.
머리가 좋은 큰부리까마귀는 눈을 물 대신 사용해 ‘눈 목욕’을 하거나, 개미를 물어 깃털을 다듬거나, 개미집 위에 날개를 펴고 앉아 개미들이 깃털 속에 사는 이를 퇴치하는 ‘개미목욕’을 하거나, 목욕탕 굴뚝 위에서 나오는 ‘연기를 이용한 목욕’, ‘세제를 이용한 약제 목욕’ 등 다양한 목욕 방법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처럼 영리한 큰부리까마귀에게 ‘새대가리’라는 비어는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 큰부리까마귀 분포 영역 그림 ⓒIUCN 적색목록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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