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같은 풍경보다는 철새들이 노니는 모래톱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11-09 05: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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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경천대 위 비봉산 팔각정에서 내려다 본 상주 회상리 풍경. 낙동강이 휘돌아 가면서 드넓은 모래밭이 아름다운 곳이었다는데 지금은 상주보가 만들어져 다 물에 잠겼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낙단보 숙소 근처 새벽 안개는 강변에 자란 소나무들을 뭉근하게 감싸고 기온은 싸하다. 식당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감자탕을 먹었는데 맛은 글쎄, 가로수는 감나무를 심었는데 밭에서 자라는 감나무와는 생장 상태가 열악해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요즘 어느 지역이든 자랑하는 먹거리는 자기 고장 한우이고, 불고기는 파는 식당들은 집단으로 모여 있다. 어디든 한우가 가장 먹을 만한 음식이라는 궤변은 농가 수익이 그만큼 육고기 생산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생수와 점심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낙동강역사이야기관 따라 올라가는데 공원부지인듯 여유 땅이 드넓다. 울타리로 쳐진 화석유물로 가득하게 쌓아둔 곳을 지났는데 거의 방치되다시피 돼 있다. 김천시 인동화석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주상절리 600톤, 나무·동물·과일·조개화석 등 1만여 점의 화석류 소장자인 아무개 씨와 화석유물 무상대여협약을 체결해 작년 12월에 가져온 유물이었다. 개관 이후 활용도가 낮아지는 낙동강역사이야기관에 화석을 3년 예정으로 전시해, 동양 최대 규모의 화석박물관 설립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지만 물류비용, 화석유물 전시 유지비, 방범료, 인건비, 시설보호비용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모양이다. 화석유물 전시가 상주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대형 건물은 유지와 활용에 악재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강변을 걷는 길가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넘치는 스피커를 켜놓은 채 캠핑족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광고 CF처럼 낯설었다. 반대편 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아침 안개가 깔려 흡사 적벽강을 감도는 바위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고, 강변에는 감국과 쑥부쟁이들이 피어 가을풍경을 절정으로 이끌고 있었다.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났다. 중동교를 건너가는 풍광은 옅은 안개로 수면의 경계를 없애 산들이 더 멀어 보였다. 이 곳도 상주, 낙동강을 건너도 상주다. 그 아래 위천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강으로 상주와 의성을 가로지른다. 좌로 꺾어 다시 낙동강 상류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니 누런 벼논이 펼쳐졌다. 트랙터 한 대 만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벼 가을걷이에 바빴다. 이곳은 상주시 간상리, 물이 휘돌아가는 곳이라 아주 넓은 모래벌판이 발달한 곳이다.

조금 걸어가니 낡은 탱크와 자주포를 비치해 놓고 군사훈련장임을 알리는 표식으로 삼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 너른 들은 국방부 공군 전투기사격훈련장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온통 경작지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모래 경작지다. 마농사와 단무지 농사를 엄청 짓고 있었다. 국방부가 공군 전투기사격훈련장 부지 등을 민간에 임대했는데, 임대를 받은 일부 농민들과 특정 영농조합법인이 다시 부지를 불법으로 재임대해 30여년에 걸쳐 허가를 받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다 한다. 이 기업농 같은 농사들이 대부분 불법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영농 폐기물과 무단 소각된 쓰레기·제초제(글라신) 살포 등 낙동강 오염에 문제가 많은 모양이다. 허가자인 국방부와 하천점용허가권자인 상주시가 관리주체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 하니 강변 땅은 요지경 세상이다.

낙동강을 끼고 가는 강변의 모래사장은 아주 넓어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듯, 천혜의 비경으로 간혹 오리류만 날아오르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띄엄띄엄 비행기 공격 목표물로 보이는 붉은 십자가가 땅에 박혀 있어 흠칫 움츠려 든다.

가까운 식당도 없고 우리는 갈대밭 작은 버드나무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들었다. 이제 너른 모래밭을 다 지나고 강변 얕은 산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간다. 길가에 주인이 없는 듯한, 익을 대로 익은 감들이 가지 휘청하도록 많이도 달렸다. ‘땅에 떨어지나 우리 입에 떨어지나 마찬가지’라 핑계를 대며 저마다 한 가지를 잡아 참한 후식을 챙겼다.

이제 도로 이차선을 따라 조성된 힘차공원, 강창나무공원을 따라 걷는다. 가을은 곤충이나 자연 생명체들에게도 바쁜 계절인 모양이다. 도로를 건너는 박각시 애벌레도 만나고 길에 치여 죽은 뱀들이 이리저리 많다. 아무리 빨리 건너려고 해도 자동차 바퀴의 속도를 피해가는 것은 행운이다.

마침내 상주보에 도착했다. 상주보가 만든 유역은 넓었다. 강 중간에 원래 있던 자연 경천섬을 완전 인공공원화해놨다. 물억새도 갈대도 자연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큰물이 지면 잠기기도 한다는데... 섬을 연결하는 청룡사쪽 다리 공사와 강변 물을 타고 가는 수변데크길 공사가 한창이다. 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230미터 비봉산 자락이니 등산을 피할 수 없다. 종일 걷기의 마지막이 등산이라니. 그래도 데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상주보 유역은 탁 트인 시야로 멋진 경관을 보여줬다. 이곳이 바로 경천대관광단지다.

다시 낙동강을 건너 소나무와 멋진 바위가 어우러진 경천대(擎天臺)에 도착했다. 전망이 더 좋다는 150미터 또 다른 비봉산에 오르면 팔각정이 나온다. 강 건너 낙동강이 휘돌아간 풍경이 상주 회상리인데 동무 말로는 하얀 모래톱이 아주 아름다웠다고 한다. 경천이란 이름을 그냥 붙였을까? 상주보만 개방하면 다시 돌아오려나. 아직 그 풍요롭던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무척이나 아쉽고 궁금하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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