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급변하는 세계연료전지 시장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1 06: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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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개막한 ‘2020 수소모빌리티+ 쇼’에서는 코로나19에도 많은 기업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해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기암 기자


기획: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소산업, 앞으로의 전망은? 

 

(1)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수소경제시장 규모
(2) 세계 최고의 수소시티 구현을 위한 울산시의 노력
(3) 현실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급변하는 세계연료전지 시장
(4) 수소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전략은?
(5) 전문가들이 보는 수소경제,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소 환원 제철기술 언제쯤 상용화될까?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철강산업과 수소산업과의 관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산업은 이산화탄소(CO2)를 다량 발생시키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고도의 기술이 있음에도 향후 우리나라가 수소사회로 진입할 때 어떤 문제들을 맞닥뜨리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약 4년 전 ‘철강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석탄 대신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했고 이 제철공법으로 온실가스를 15% 감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부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고로(철광석으로부터 선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노로인데, 고로라고도 한다. 보통은 용광로라고 한다)가 있는 포스코와 당진 현대제철에 오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이란 철강 생산 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시키는 기존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탄소계 환원제 대신 수소를 사용한 환원공정을 통해 CO2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공정기술을 뜻한다.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키면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생성하지 않아도 철 생산이 가능해진다. 탄소계 환원제를 사용하는 기존 제철공정은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약 2톤의 CO2가 발생한다. 전 세계 CO2 배출량 중 철강산업에서 나오는 CO2의 양은 무시할 수 없다.

EU,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CO2 배출 80% 저감 요구

중요한 것은 현재의 석탄 사용 제철공법 체제의 고로를 바꾸지 않고 수소환원제철공법에도 적용시킬 수 있느냐 하는 건데 고로를 바꾸게 되면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연구해 온 일본도 2040년부터나 상용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철강산업에 수소를 얼마나 싸게 공급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상호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석탄기반 공정에서 환원반응(환원은 분자, 원자, 이온이 전자를 얻어서 산화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이온이 전자를 받아들여서 알루미늄이 되면 환원이라고 한다)이 점유하는 비율은 50% 이하이며 나머지는 단순 열공급에 활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전면적 수소환원 전환 시 철강공정은 주변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수소와 그린전력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바뀐다”며 “현재 연산 3800만 톤 규모의 석탄 기반 철강제조를 수소 환원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526만 톤의 수소와 3700MWh의 전력이 외부에서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의 내부 모습을 사람들이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넥쏘는 뛰어난 출력과 정숙성, 충전시간 대비 긴 주행거리(1회 충전 시 609㎞) 및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우수한 성능으로 기존 운행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기암 기자

상대적으로 소형의 노후화된 설비를 보유한 유럽 철강사들은 CO2 배출량이 최소화된 전력구조에서 저탄소 실현을 위해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고로에서 전기로의 전환 및 수소환원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수소환원공정 전환에 대해서는 경제적이고 충분한 수소가 공급되는 것을 전제로 기반 요건의 차이를 파악하고 검토해야 하며 또한 현재의 석탄 사용 설비 기반을 단계적으로 대체하는 최적화된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정부는 CO2 감축 로드맵에 따라 유럽 내 철강사들에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CO2 배출량 80% 저감을 요구했다. 유럽의 각 철강사들은 유럽 내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생산 및 수소활용 제철기술에 대한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이상호 연구원은 철강시장은 이미 글로벌화돼 있고 국가마다 탄소세에 대한 법제화가 통일되지 않아 이른바 Level Playing Field(평평하지 않은 운동장에서의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국내 철강산업의 탄소 저감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공정전환을 고려하되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성, 국제 공조를 유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특히 국내철강업계는 향후 대량의 저가 수소활용이 가능한 시기를 대비해서 고로 기반으로 탄소의 일부를 부생가스 수소로 대체하는 Hybrid 제철법을 연구 중이며 개발 후 경제성과 가능성이 높은 기술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토해 산업현장에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로 부과될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

탄소국경조정(Carbon Border Adjustments, CBA)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가 간 감축 의욕의 차이를 보정하는 무역제한 조치를 의미한다. 탄소국경조정은 다양한 형태로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보다 넒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강한 온실가스 규제가 도입된 국가에 있는 기업은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비용이 상승해 피해를 입게 됐고 국내업체가 규제가 없는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혹은 경쟁국가의 생산을 증가시키려는 유인이 존재하게 됐다. 

 

즉 탄소누출(특정 국가 혹은 지역의 탄소 감축정책 시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원이 역외로 이탈하는 현상)로 인한 문제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이 검토된 것이다. 특정 품목에 대한 탄소세, 신규 탄소관세, EU ETS(유럽연합 안의 이산화탄소 거대 배출 기업 간 배출권 거래 프로그램)를 수입품으로 확장하는 등 조정 옵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범한산업은 지난해 수소연료전지사업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범한퓨얼셀’을 통해 본격적으로 군수용 및 민수용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범한퓨얼셀의 건물용 연료전지 제품 BNS050를 소개하고 있는 변용수 상무. ⓒ이기암 기자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나라들은 탄소누출의 위험부담이 가장 큰 부문부터 우선 적용 후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측되며 유럽의회 랑케 국제통상위원장은 수개월 내 시멘트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 계획을 언급해 시멘트가 탄소국경조정의 첫 부과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이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고 온실가스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탄소국경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EU가 2021년 상반기 내로 세부 운영방안을 채택하고 2023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국경조정과 더불어 이미 국내에서 시행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기업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탄소배출권 거레제는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허용량이 남으면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할당량을 초과하면 부족한 만큼 시장에서 사야 하는 제도다. 2019년 말 탄소배출권(지구온난화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은 4만 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8년 12월보다 75%나 급등한 수치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만 원대로 떨어졌지만 탄소배출권 수치는 여전히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도시가스 회사가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주도
울산 북구 율동택지지구 810세대에 연료전지 적용


세계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2015년에 17억7440만 달러(한화 약 2조1621억 원)였으며 2017년에는 184% 성장한 5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 역시 2013년 2300억 원이었는데 2년 후인 2015년 100% 성장한 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발전용 연료전지는 한국남동발전이 2006년 250KW급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이 확대돼 현재 300MW 이상의 규모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표적인 발전용 연료전지 제조사인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은 해외기술을 도입해 자체 생산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포스코에너지는 2007년 미국의 Fuel Cell Energy로부터 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포스코는 포항에 100MW 이상의 생산시설을 준공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본의 경우 2005년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가 출범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에네팜’이라는 가정용 연료전지 국가 브랜드를 출시했다. 

 

▲ 지난 8월 울산에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는 ‘수소경제 활성화와 그린뉴딜’을 주제로 한 2020년도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하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기암 기자

 

또한 일본은 2018년 4월 고베시내에서 세계 최초로 수소 100% 연료발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발전시킨 전력과 열을 인근 스포츠센터, 국제전시장, 하수처리장, 공공병원 등에 공급했는데 이를 CGS(코제너레이션 시스템: 전기와 열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발전공급 시스템)라고 한다. 일본 관서지역의 오사카가스에서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의 가정용 연료전지 ‘에네팜’은 2018년에 고베시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연간 1000대분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매년 그 예산을 다 사용할 정도로 시민들의 ‘에네팜’ 이용이 인기를 끌었다. 

 

에네팜은 2019년 7월 기준 누적보급대수가 약 29만대를 기록했는데 특히 에네팜 보급은 가스소매사업자인 도시가스회사(오사카가스)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오사카가스는 천연가스 신사업 개발의 일환으로 연료전지 제조사와 공동으로 에네팜 기술 개발을 추진했는데 고베시민들은 에너지 절약 의식이 정착돼 있어 일본 그 어느 도시보다 에네팜 도입에 적극적이었고 그 결과 고베는 일본 전역에서 에네팜 보급률 2위 도시가 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정부 보조금 사업을 통해 보급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연료전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춘 시장이 형성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수소승용차에서부터 시작해서 상용차, 열차, 선박, 드론, 건설기계 등 모든 수송 분야에 수소가 활용될 수 있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며 세계 연료전지 시장이 연평균 22%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수소는 분산전원의 최적 에너지전환기술 및 설비로 친환경적이고 고효율로써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의 경제적 가치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사회가 다가옴에 따라 연료전지 보급을 통한 수소경제 활성화 방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울산 역시 수소시범도시에 연료전지를 적용할 계획인데 북구 율동택지지구 일원의 공동주택, 요양병원, 학교 등이 그 대상이다. 국민/공공임대의 공동주택인 율동택지지구에는 810세대 A1, A2블록에 연료전지 440KW 2기를 적용한다. 또 양정동에 있는 비비요양병원과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 각각 연료전지 100KW 2기와 100KW 1기를 적용한다. 

 

이밖에도 양정동 행정복지센터와 울산 상수도사업본부 북부사업소, 울산 마이스터고에도 연료전지를 활용할 예정이다. 인근의 포항 역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사업비 2427억 원을 들여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포항시, 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소연료전지 제품 국산화 실증단지 및 산업화 단지를 조성하며 MW급의 대용량 발전용 연료전지 검인증이 가능한 인증센터 설립이 예정돼 있다. 이에 기업, 연구소의 공동연구, 기술교류, 상용화 지원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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