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5코스 간절곶-송정방파제-진하해수욕장-회야강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 기사승인 : 2019-09-18 0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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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산행

한가위라 타지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동생들이 오랜만에 내려왔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따뜻함 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외가, 친가 할 것 없이 친척들 대부분이 울산, 그리고 울산에 접해있는 경주에 있다 보니 어디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어릴 때는 명절마다 친척집에 다녀오며 홍대, 가로수길 등 핫한 곳들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러웠다. 허나 지금은 한 곳에 계속 뿌리내리고 살 수 있었던 모든 것에 감사하다. 

 

▲ 간절곶, 연날리는 아이들
▲ 간절곶에서 바다를 감상하며
▲ 간절곶에서, 왼쪽 김나리(31)


이번 추석연휴엔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청명한 하늘과 쨍쨍한 볕 그리고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다. 모든 것이 적당한 날이었다. 타지에서 사느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반가운 친구와 함께 추석동안 잔뜩 먹은 죄책감을 덜어보자며 배낭을 메고 나섰다. 


간절곶에서 걸음을 시작했다. 연인들, 가족들 끼리끼리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더운 줄도 모르고 연을 들고 뛰어다닌다.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고 푸르른 초록의 초원 위에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조화롭고 아름다워 현실감이 없다. 꼭 영화의 한 장면 같다. 

 

▲ 간절곶의 랜드마크인 큰 우체통
▲ 명선도 앞에서
▲ 상납돌 앞의 전망대
▲ 솔밭에서 바라본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길을 따라 걷다보니 으리으리한 커피전문점들이 제법 보인다. 이곳도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변해왔다. 우리가 대학생이던 10년 전, 갑자기 겨울바다를 보러 가자며 이곳에 왔었다. 배가 고픈데 마땅히 사먹을 만한 것이 없어 트럭에서 파는 옛날 호빵을 하나씩 사들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꺄르르 웃었던 기억이 난다. 큰 우체통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그때만 해도 고즈넉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번듯한 관광지가 되었다.


이곳만큼 우리도 참 많이 변했다. 그녀는 학창시절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1년쯤 있다 오겠거니 했지만 그녀는 그 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오지 않았다. 만 3년을 넘기고 나서야 그녀가 돌아왔다. 까맣게 변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환해진 얼굴로 돌아온 그녀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취업의 길로 가지 않았다. 운동이 좋다며 뷰티바디대회에 나가 1등을 하며 헬스트레이너가 되더니, 한날은 일식돈가스가게를 창업하겠다고 했다. 호주에서 온 그녀가 스테이크하우스도 아니고 일식돈가스라니 생뚱맞기 짝이 없었다. 

 

▲ 송정 방파제를 배경으로
▲ 진하 나루터
▲ 진하해수욕장 명선교
▲ 진하해수욕장 명선도 앞
▲ 진하해수욕장에서 명선교 방향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허나 기우와 달리 그녀는 안정적으로 가게를 잘 운영해 오고 있고, 제법 꾸준히 손님이 찾아오는 동네맛집으로 소문도 제법 난 듯했다. 그녀는 가게 안에서 일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편하게 맛있게 먹고 갈수 있을지 떠올려 본다고 했다. 티가 나지 않아도 재료의 질이나 재료손질을 허투루 하지 않고 처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을 하고 설거지를 하느라 거칠어진 친구의 손이 멋져보였다. 

 

▲ 해파랑길 4코스 간절곶
▲ 해파랑길 이정표

 

▲ 해파랑길


가을볕이 쨍해서 좋기도 하지만 걷기엔 조금 힘들기도 했다. 허나 더위에 땀이 맺힐 때쯤이면 솔숲이 나타나 시원함을 선사했다. 솔밭에 떨어진 솔가리가 볕에 마르는 향이 참 좋았다. 걸으며 과거의 추억도 회상하고, 미래의 고민도 하던 우리는 점차 말이 없어졌다. 그냥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느끼느라 자연스럽게 말이 줄었던 듯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쉬며 시원한 오미자차를 나눠 마시며 “아,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하고 친구가 말했다. 그 말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느라 놓치고 있던 그 찰나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이미 지나가 어찌 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로 얼마나 많은 찰나의 현재를 놓치고 사는가. 길 위에서 오늘 또 하나를 배운다.

 

▲ 회야강에서 바라본 일몰
▲ 회야강에서 바라본 진하해수욕장 방향


진하해수욕장에 다다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덕하역까지 걷기로 했던 우리의 처음 계획을 접기로 했다. 어디까지 걷는 것이 어떻게 걷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음을 안다. 해가 넘어가는 가을바다가 참 아름답다.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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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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