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서 유래한 땅과 사물의 이름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 기사승인 : 2020-03-27 0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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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백

 

▲ ⓒ김선유 기자

 

우리는 동백의 이름을 한자로 겨울 ‘동(冬)’과 나무 ‘백(柏)’을 합해 적고 ‘겨울에 송백 같이 잎을 갖고 있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고 해서 동백으로 부른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동백의 생태를 관찰해 보면 겨울에 잎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은 꼭 그렇지 않다. 겨울에도 피지만 경남과 전남 지역의 섬들과 바닷가에 한정돼 있고 피는 비율도 낮다. 문헌에 수록돼 있는 한자의 표기도 시문과 땅이름의 동백에 해당하는 머리글자까지 모으면 冬柏, 東柏, 桐柏, 棟柏, 同博伊(岳) 등 아홉 종류나 된다. 울산 동백섬의 이름도 동백도(冬柏島), 동백도(桐柏島) 등 한자 표기가 다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동백의 이름이 겨울에 꽃이 피어 ‘겨울 동 나무 백’을 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서 필자는 동백의 진정한 의미와 어원을 밝히기 위해 동백의 이름과 동백 관련 땅이름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동백의 의미와 어원을 밝혀 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우리말 ‘자르다’, ‘도막나다’, ‘짧다’, ‘넓다’, ‘둥글다’, ‘살찌다’ 등의 의미를 가진 ‘도’에서 유래한 땅과 사물의 이름, 단어 등을 조사했다. 많이 참고한 문헌은 배우리(1994)의 <우리 땅 이름을 찾아서>, 한글학회(2003) 간행 <한국지명총람>, 국토리연구원(2015) 간행 <한국지명유래집>, 한글학회(2016) 간행 <한국땅이름큰사전> 등이다.

‘도’에서 유래한 울산 땅이름

울산 동백섬이 수록된 지리지와 지도에는 겨울 동자 동백(冬柏)과 오동나무 동자 동백(桐柏)으로 표기돼 있다. 울산 동백섬의 한글 이름도 동백섬. 돔배기섬. 돔베기섬 등으로 표기하거나 부르고 있다. 울산에서 부르는 동백 관련 땅이름도 이름의 동백 의미부에 도박, 돈박, 돔박, 동박, 동백 등이 붙어 있다. 이런 사실은 동백이란 이름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겨울에 잎이 송백 같이 푸르고 꽃이 핀다고 해서 겨울 동자 동백이 아니라 우리말 음으로서 ‘동백’ 또는 동백 비슷한 이름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동백과 동백섬을 표기한 한자가 여럿이라는 것도 동백이란 이름이 겨울 동자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동백 이름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도’는 ‘동박나다’, ‘도박나다’의 의미가 있다. ‘도’가 들어가는 울산의 땅이름으로는 도망맛돌, 도박골, 도박곧, 돈박고개, 돈박골, 돈박골사거리, 돈밖고개, 돈밖고개마을, 돋질산, 돔베기서미, 돗질산(猪頭山), 동백도, 동백섬 등이 조사됐다. 사물의 이름은 도망(해초 도박), 도야지, 도토리, 돼지, 돈박나무, 돔박나무, 동박나무, 동백나무, 동박새 등이 조사됐다. 


도망맛돌 바위는 울산 북구 강동 구류 어방웅디 남쪽에 있다. 이 바위에 도방(도박: 미역과 다시마와 같은 모양의 해초로 엽상체가 15~40cm이고 풀잎처럼 넓고 손바닥 모양으로 불규칙하게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다. 해안의 바위틈 깊은 곳에 자생한다)이 많이 난다. 


돈박(밖)고개는 돈돌매기 북쪽 언양읍성의 북동쪽에 있다. 언양읍성 동문 밖에 있는 고개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으나 명확하게 북동쪽에 있기 때문에 ‘동문 밖’이 전화해서 ‘동박’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 산자락이 잘려 돔박(동강)이 난 데서 왔다고 볼 수도 있고 돈박나무가 자라서 생긴 이름일 수도 있다. 돈박(밖)마을은 곤돌배기 북쪽 언양읍성의 동문 밖에 있는 마을이다(한국지명총람9: 경남편, 2003). 한국땅이름큰사전(한글학회, 2003)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다.


돈박(밖)고개·돈밖곡(골)은 동부리 북쪽에서 언양↔경주간 제35호 국도를 따라 직동리로 올라가는 첫 고개로 새 마을 입구의 국도변에 있다. 1914년 3월 이전에는 중북면 남동(南洞)에 속했다. “‘돈밖골(谷)’로도 불리는데, 옛 언양읍성의 동문(望月樓) 밖이 된다. ‘동문밖(東門外)’의 준말이 ‘동밖’이므로 이 돈밖고개는 원래 ‘동밖고개(東門外峴)’의 변음(變音)이다. 1990년대 초반 국도의 포장공사로 고개는 깎여 없어져 평평하고 지금은 옛집 2 가구와 언양 쪽에 1 가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일 장소의 이름을 돈박고개·돈박곡(골)과 돈밖고개·돈밖곡(골) 두 가지로 사용하고 있다. 돈박고개는 옛 언양읍성 동문의 동쪽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읍성에서 거의 45도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의 언어 습성으로 볼 때 성의 북문 밖이라고 해야 할 곳이다. 


이 고개가 속해 있는 마을인 직동(直洞)에 대해 “곧은(直) 골(谷)이 변하여 된 말이고 유래는 마을이 위치한 산이 동쪽으로 (반곡리 앞에서부터 어음리와 반천리의 고무재 위까지) 곧게 뻗어내려 왔다고 ‘곧은 골’이라 했는데 지금은 그 음(音)이 변하여 ‘고등골’ 또는 ‘고동골’·‘고정골’이라고도 부르지만 문법상으로는 ‘곧은 골’이 맞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게 보면 동박고개는 ‘고등골마을’이 위치한 산이 동쪽으로 곧게 뻗어내려 오다가 그 끝자락에 와서 돈각(동각)이 나고 그 돈각 난 곳에 길이 난 고개라는 의미로 부르게 됐다고 풀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 ⓒ김선유 기자


‘도’에서 유래한 전국의 땅과 사물 이름

동백의 의미와 어원에 의문이 있으면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분석해서 합리적 해석을 내려야 한다.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동백 관련 이름의 첫 글자는 도, 돈, 돔, 동 등으로 시작한다. 생물의 이름은 그 생물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특징을 주로 반영해 만들어진다.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생물의 이름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명확하지 않다. 서로 정보를 나눠야 할 집단 내 구성원들이 생활하면서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고유한 원형적인 말로 돼 있었을 것이다. 고유하고 원형적인 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의성어와 의태어다. 


동백은 옛날부터 식용, 약용, 미용재 등으로 써온 자원이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우리말 이름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것이 문자로 기록될 적에 우리말 이름을 음으로 또는 뜻으로 적었을 것이다. 실제로 각종 생활용어와 동식물 고유종의 이름은 거의 우리 고유말로 돼있다. 한자말로 돼 있더라도 괴(괭이)좃나무, 호라지(홀애비)좃, 슈자해좃이라는 이름이 상스럽다고 일반 민중들이 알아듣고 사용하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중국이름 구지자(枸杞子), 천문동(天門冬), 천마(天麻)로 바뀐 것처럼 그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현재 그 의미와 어원을 잘못 알고 있는 동백의 의미와 어원을 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동백이란 이름의 변천 과정, 관련 이름의 종류, 관련 땅이름 등을 조사 분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본다. 필자는 이미 동백의 이름과 동백 관련 땅이름을 조사해 정리하고 고찰했다. 동백이란 이름이 ‘동박나다’, ‘자르다’, ‘짧다’, ‘넓다’, ‘살찌다’ 등의 의미를 가진 ‘도’와 명사 뒤에 붙어 이름을 만드는 ‘바기’가 합해진 ‘도바기’에서 유래했고 그 뜻은 꽃이 질 때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박나거나 잘린 것 같이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이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 ‘도막나다’, ‘자르다’, ‘짧다’, ‘넓다’, ‘살찌다’ 등과 관련 있는 땅이름과 사물의 이름 및 모습을 나타내는 말을 조사했다. 


우리말에서 ‘동박나다’, ‘도막나다’는 “사물이 잘리거나 부러져서 여러 토막이 되다”는 자동사이고 자르다는 “(사람이) 무엇을 동강이 나도록 끊다”는 타동사다. 사물이 도막나거나 잘리면 길이가 짧아지고 너비가 넓어진다. 다시 모서리가 닳아지면 둥글어지고 다마(구슬)가 된다. 동물의 경우 짧아지고 넓어져 통통하고 똥똥해지면 살찌다고 하고 이렇게 된 모습을 살쪘다고 한다. 이런 말에 해당하는 어원이 ‘도’다. 


우리말에서 자르는 데 받침이 되는 대를 ‘도마라고 한다. 도마의 방언으로 도매, 돈베, 돔베 등이 있다. 짧게 자르거나 좁게 쪼개는 기구를 도끼라 하고 그 방언이 도치다. 잘라서 짧게 토막 내는 행위를 도끼질, 도치질이라고 하고, 잘라서 짧게 만드는 행위를 동강내다, 도막내다, 토막 낸다고 한다. 동강난 조각들을 동가리, 통가리, 돔베이, 톰베이라고 한다. 


짐승 중에서 몸길이에 비해 짧고 살찐 종을 도, 도시, 돋, 돝, 돼지라 하고 그 새끼를 도야지라 한다. 물고기 중에서 짧고 넓은 종을 도미, 돔이라고 한다. 뱀 종류 가운데 위협을 받거나 위험하면 스스로 꼬리를 자르는 뱀이 도마뱀인데 도마뱀을 이르는 방언이 도매구리, 도매배미, 도매뱀, 도뱀, 독다구리, 돈뱀, 돔뱀, 동아뱀, 동오배미, 동우뱀 등이다. 밤 종류 중에서 짧고 둥글어 돌돌 굴러다니는 밤알을 도토리라고 한다. 또한 바닷말 중에서 엽상체가 길이에 비해 짧고 넓은 종류를 도박, 도망이라 한다. 


동백의 종 이름과 동백 관련 땅이름의 조사에서 나타났던 도바, 도배기, 도보기, 도박, 돈박, 돔바기, 돔박, 동박, 동박, 동백, 동백이 등이 모두 ‘자르다’, ‘동박내다’의 의미를 지닌 ‘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도’에서 유래한 동백의 여러 가지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게 冬柏. 冬栢. 東柏. 桐柏. 棟柏. 洞白. 童泊(岳). 冬拍(岳). 同博伊(岳). 桐白伊(岳) 등 10종류나 된다.

동백의 의미와 어원

잘못 해석되고 있는 동백의 의미와 어원을 탐구하는 데 필요한 기초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동백의 이름이 ‘동박나다’, ‘자르다’, ‘넓다’ 등의 의미를 가진 ‘도’에서 유래했다는 가정에서 ‘도’와 관련 있는 땅이름과 사물의 이름을 조사했다. 동백이란 이름은 ‘동박내다’ 등의 의미를 지닌 ‘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사 결과들은 동백의 의미와 어원을 규명하고 해석하는 데 매우 확실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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