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와 경주 최부자 정신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5-15 08: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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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영남대학교 전신인 (구)대구대학 설립자 문파 최준 선생(1884~1970)의 장손 최염 선생(86세)은 지난 5월 8일 영남대 문과대에서 행한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강’을 통해 “영남대학교는 박정희를 지우고 민립대학으로 되돌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해방 후 경주 최부자 최준은 자신의 독립운동 경력과 가문의 명성을 활용해 영남지역 유지들을 독려해서 1947년 민립대학 대구대학을 설립한다. 필두 설립자인 최준은 12대 만석꾼 전재산을 기부하고도 ‘사립학교는 학교법인 그 자체가 주인이고 학교 설립자의 개인 소유물일 수 없다’는 경주 최부자 정신 교육관을 실천해 보였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정권은 대학통제를 위한 학교정비령을 발동했다. 대구대학도 학교정비령에 따른 신규투자가 필요했지만 최준에게는 더 이상 내놓을 돈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매판자본으로 비판받던 삼성 이병철 회장이 대구대학을 한수 이남 최고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밝히며 대구대학 경영권 인수를 희망했다. 최준은 이를 받아들여 1964년 8월 오로지 대학을 잘 운영해달라는 조건만으로 계약서도 없이 대학 경영권을 무상 증여했다.


그러던 중 삼성을 위기로 몰아간 세칭 사카린 밀수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병철은 최준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대구대를 청와대에 헌납하게 된다. 그 결과 1967년 12월 16일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합병돼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설립됐다. 박정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105만 평에 달하는 경산 캠퍼스를 조성하고 이어서 한국조폐공사에 10만 평의 땅을 되팔아 학교 건설 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1979년 박정희 사망 후 전두환의 도움을 받은 박정희의 장녀 박근혜가 1980년 4월 영남학원을 상속해 이사장이 된다. 이때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관련 인사인 최태민 일가를 중용함으로써 영남대학교에 반교육적 행태를 만연시켰다. 특히 영남학원과 박정희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1981년 7월 말 ‘영남학원의 교주는 박정희로 한다’는 정관 제1조를 명문화했다. 또한 대구대학 설립자인 최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최태민 일가로 구성된 이사진을 앞세워 최준이 학교재단에 출연한 울산 울주군 두동면 땅과 경주시 구정동 땅 등 최 씨 선산까지 팔아치우고 비자금을 챙겼다. 그래서 1987년에는 마침내 사립대학으로는 드물게 국정감사까지 받게 된다.


이에 반발한 영남대학교 교수, 학생들이 재단 퇴진운동을 격렬히 벌인 결과 핵심 관계자들은 형사처벌을 받게 됐고, 박근혜는 1988년 11월 2일 자로 영남학원을 완전히 떠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때부터 교육부 파견 임시이사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학은 직선총장을 중심으로 10년 동안 정상 운영되었다. 그러나 2009년 1월 이명박 정부 하의 임시이사진은 학교법인 영남학원 정상화 결정을 내려 박근혜를 재단이사로 복귀시키고 재단이사 4명의 추천권까지 부여했다. 그 후 영남대학교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다시 박근혜에게 돌아가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영남대학교의 공공성과 정통성이 처참하게 무너진 현실이지만, 해방 후 한국 교육의 주류였던 민립대학 대구대학을 설립한 최준 선생의 교육철학은 문파문고와 함께 영남대학교의 영원한 자산으로 명예롭게 남아있다. 최준 선생은 1970년 별세하면서 “영남대학은 내 뜻과 달리 태어났지만 이미 탄생한 생명체다. 잘 운영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말을 후손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최준 선생의 장손 최염 선생도 임시이사 체제에서 영남대학교 재경동창회장을 맡아 국책공대사업을 성사시키고 ‘영남대학교 학술진흥재단’ 이사를 맡는 등 학교 발전에 힘을 보탠 바가 있다고 한다.


영남대학교 교수회가 주최하고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장손 최염 선생을 강연자로 한 이번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강’을 영남대학교 당국은 학교재단에 위험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총장 명의로 공식 불허 입장을 밝혔다. 이는 참으로 졸렬하고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영남대학교 연혁에 대구대학 설립자인 문파 최준 선생과의 관계를 사실대로 밝히고, 가칭 문파기념관을 건립해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영남대학교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도록 조치해야 한다. 영남대학교가 진정 한수 이남의 명문대로 도약할 기초가 바로 문파 최준 선생의 교육철학을 오롯이 실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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