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오누이, 임성주와 임윤지당(2)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11-01 00:00:37
  • -
  • +
  • 인쇄
백태명의 고전 성독

우리 민족의 장기는 철학인데, 理氣哲學(이기철학)을 공리공론이라 깎아내리는 것은 식민교육의 잔재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기에 우리 선조들은 理氣二元論(이기이원론)에서 氣一元論(기일원론)으로 확실하게 전환했다. 이상과 현실의 차등이 二元論(이원론)을 이룬다. 天理(천리)가 지배하는 이상을 버리고, 오로지 현실에서 갈등이 화합이고 화합이 갈등인 상생상극의 원리로 세상을 이해한 것이 氣一元論(기일원론)이다. 一元論(일원론)은 남자와 여자, 중심부와 주변부, 지배자와 피지배자, 부귀한 자와 빈천한 자, 공동문어와 민족어 등 살며 겪는 갖가지 대립 주체가 대등한 관계를 이루는 철학이다. 실학은 당대 사회 변혁을 꾀하지만, 철학은 거대한 문명 전환의 축을 돌리는 동력이다.


임윤지당은 어릴 적부터 총명해서 오빠 임성주한테 성리학과 역사를 배웠다. 그때 여자가 철학을 공부한 것은 오묘한 일이다. 理氣二元論(이기이원론)에 의문을 품고 氣一元論(기일원론)을 탐구한 임성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여든 일흔을 바라보는 늘그막에 오빠가 혼자 지내는 동생의 시댁 원주로 가서 다섯 해를 함께 보내며 학문을 논했다. 오빠가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 동생은 애틋한 편지를 써서 올린다.

拜送仲氏南歸序(배송중씨남귀서)라 : 둘째 형님 남쪽으로 돌아갈 때 절하며 보내는 편지

-전략-
又念我兄弟(우념아형제)하면 : 또 우리 형님과 아우를 생각하면
而仲氏長於我十年(이중씨장어아십년)한데 : 둘째 형님은 나보다 열 살이 더 많은데
稟氣淳厚(품기순후)하여 : 타고난 기운이 순박하고 두터워
八老至長近(팔노지장근)에도 : 팔십 노년에 가까워도
受天無甚疾病(수천무심질병)이라 : 하늘로부터 심한 질병을 받지 않았다.
德彌高而學彌力(덕미고이학미력)하여 : 덕이 더욱 높고 학문에 더욱 힘을 쏟아
惜寸陰之將移(석촌음지장이)니라 : 잠시라도 시간이 가는 것을 아까워했다.
-중략-
焉者矣(언자의)에 : 이에
小弟非惟兄弟孔懷之情(소제비유형제공회지정)이요 : 저는 오로지 형제간에 큰 사랑의 심정뿐만 아니라 (孔클공)
而慕仰感德者切於中(이모앙감덕자절어중)이니라 : 둘째 형님의 거룩하신 덕을 우러러 사모하는 것이 마음속에 간절합니다.
意謂自今以往에(의위자금이왕)에 : 생각해 말하는데 지금부터 앞으로
源源受誨(원원수회)하여 : 끊임없는 가르침을 받아
以終餘日則(이종여일즉)하면 : 남은 시간을 보낸다면
亦可以不負平生之志(역가이불부평생지지)하고 : 또한 가히 평생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而庶免大過(이서면대과)하리라 : 큰 허물을 면할 것이라.
或有不與草木同腐者的(혹유불여초목동부자적)을 : 혹시라도 초목과 같이 아무 의미 없이 썩어버리지 않을 것을
心口相語者累矣(심구상어자누의)니라 : 마음과 입으로 말한 것이 여러 번이나 되었습니다.
-하략-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