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공화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장애인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 기사승인 : 2021-10-25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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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요즘 세상은 ‘셀프서비스’ 매장이 참으로 많다. 흔히 셀프서비스는 대중식당이나 슈퍼마켓, 주유소 등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고, 제품의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이들 활용된다. 그런데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다.


차에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를 방문했다. 창문을 열고 주유소에 일하는 직원에게 “몸이 불편해서 그런데 주유 좀 부탁합니다.” 했더니 직원이 “그럼 셀프주유소에 오시면 안 되죠.”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참으로 서운하고,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평소 휠체어를 뒷자리에 싣고 다니는 내가 휠체어를 꺼내고, 차량과 주유기 사이가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주유를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힘든 일이다. 


2021년 9월 기준 전국 주유소 현황(자료: 한국주유소협회)은 전체 주유소 1만1220개 중 셀프주유소는 4707개로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셀프주유소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은 부산으로 주유소 382개 중 셀프주유소가 261개로 68%, 다음으로 많은 곳이 울산으로 주유소 234개 중 셀프주유소는 148개 63%다.


셀프주유소는 구매자 스스로가 주유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고 주유소 현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 주유소보다 셀프주유소가 더 많은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이들의 도움 요청을 외면, 거절, 거부하는 것은 너무나도 매정한 행위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몸이 불편한 필자는 가끔 겪는 일이다. 장애인들의 셀프주유소 이용이 불편하다 보니 최근 경기도 용인시가 제안했던, 장애인들이 셀프주유소에서 주유원의 도움을 받아 주유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 행정안전부의 ‘2021년 상반기 적극행정 경진대회’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례가 고맙기도 하지만 장애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내 돈 주고 물건 사는데도 도움을 받으며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 괜스레 부아가 치민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 주위를 한 번 더 살펴보고 약자를 적절하게 배려해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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