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길, 야만의 길

권병규 시민작년 가을 10년 가까이 하던 일을 그만 두 / 기사승인 : 2019-07-17 08: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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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년 가을 10년 가까이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기분 전환도 할 겸 동유럽 여행을 준비했다. 지금은 중부 유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여행에 대한 안내 책자를 찾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책 표지에 있는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처럼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대규모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건물과 경치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며 쉬다 오는 걸 떠올리곤 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힐링하러 갔는데 여행지에서도 요즘 말로 엄근진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래서 오히려 의외성이 주는 호기심에 이 책에 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낭만의 길, 야만의 길>은 기자로 일했던 이종헌 박사가 쓴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기다. 이 책은 발칸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3개국과 동유럽(중부유럽)에 있는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고 독일까지 6개국을 소개하고 있다. 책이 출판된 후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여행안내서의 기본요소인 최신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좀 아쉬운 점도 있지 싶다. 하지만 다크 투어리즘의 관점에서 각 나라들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여전히 유용한 여행안내서가 될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지 10개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이제는 그때의 장면들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의 주요 도시들을 다니면서 책의 2부 타이틀에도 있듯이 냉전을 넘어 시장으로 가는 동유럽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 있었다.


도시들이 풍기는 특유의 정취는 낭만적이었다. “보석으로 비유하면 붉은 색 기와지붕이 빽빽한 체코의 프라하는 산호고, 잿빛 건물들이 즐비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가 흑진주라면, 빈은 다이아몬드다”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행기간 동안 가장 인상에 남은 곳은 ‘아우슈비츠’였다. 폴란드어로 ‘오시비엥침’. 책에서도 하나의 챕터를 할애해 아우슈비츠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야만성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길지 않은 여행기간 동안 좋은 동행이 되어 주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발칸 반도 파트를 남겨두었다. 언젠가 그 곳을 여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류의 역사는 낭만의 길과 야만의 길 또는 그 두 길 사이 어딘가를 걸어온 과정이었다. 발칸과 동유럽에서 낭만의 길과 야만의 길을 걸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분들을 애도합니다.


권병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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