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무엇이 문제인가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7-18 08: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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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한국말이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베트남 출신의 한 결혼이주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한국인 남편이 구속됐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피해 회복을 약속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결혼이주여성은 제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불안정한 체류와 관련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체류권 보장이나 가정폭력 관련법 강화 등이 거론된다.


현행법상 결혼이주여성이 계속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결혼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의 체류연장요건으로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의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결혼이주여성이 국내체류 연장허가를 받을 때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이 삭제됐으나, 결혼이주여성이 비자 연장, 외국인등록증 발급, 영주권 신청, 귀화 신청 등을 할 때는 여전히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요한다. 이는 가정 내에서 한국인 배우자에게 권력 우위를 주고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문제의 핵심이 된다.


결혼이주여성이 자녀를 출산한 뒤 이혼하게 될 경우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다. 실무상 이혼 시 남편의 ‘전적인’ 귀책사유에 의해 이혼에 이르게 됐다는 사정이 판결 이유 등으로 증명돼야 체류연장이 가능한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면서 일방 당사자의 귀책사유를 100% 가까이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말도 잘 안 통하고 한국법 지식이 전혀 없는 외국인 배우자가 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오로지 취업만을 목적으로 허위로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신고하려는 외국인은 경계해야겠지만, 이미 실제 한국인과 혼인해 자녀까지 출산한 이들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해 보인다. 결혼이주여성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배우자와 이혼 뒤 상대방의 전적인 귀책사유를 입증하지 못해 국외추방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혼한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민 자격으로 계속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결혼이주여성이 이혼한 경우 체류연장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이들을 곧바로 국내에서 추방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관련 법령의 취지는 한국인과 혼인해 국내에서 체류하던 중 한국인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외국인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국내 체류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이주여성이 이혼했을 때 국내에서 무작정 내쫓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체류자격 기준을 낮추고, 만약 불허할 때 이혼의 귀책사유가 외국인에게 있다는 점을 출입국당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결혼이주여성이 이혼 시 본인에게 전적인 귀책사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점 정도만 소명하면 체류 연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또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대단히 의미 있고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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