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업기행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 기사승인 : 2019-07-18 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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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화경관

대산농촌재단 해외농업연수에 함께했다. 독일에 도착해서 버스로 이동하며 처음 만난 독일 농촌의 모습은 아름다운 유채밭이었다. 연수 일정 중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달리면 어김없이 구릉지에 끝없이 펼쳐진 노란 꽃밭을 만날 수 있었고 너른 초지와 보리밭 사이로 마을이 보였다. 마음이 저절로 평온해지는 경치였다. 


녹색계획에 의해 1954년부터 문화경관이라는 이름으로 초록색의 경작지가 지켜져 왔다. 그 덕에 독일의 많은 휴가지는 농경지의 아름다움에 기반하고 있다. 많은 농가들이 차경을 이용해 농가민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었으며 도시민들은 평온한 자연경관 속에서 온전한 쉼을 얻을 수 있었다. 


울산의 상북면이 떠오른다. 조상 대대로 비옥한 농토였던 이이벌에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공장이 들어섰다. 영남알프스라는 고산준봉이 둘러싸고 있으며, 태화강의 상류가 흐르는 아름다운 곳에 공장은 여간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는 거시적 관점으로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 독일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너른 유채밭(대산농촌재단 제공)


▲ 농가 민박에서 바라본 풍경(대산농촌재단 제공)
▲ 아름다운 풍경을 차경으로 삼는 농가 민박
▲ 농가 민박에서


지속가능한 농촌, 지속가능한 에너지

독일은 바이오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쉴러븐 마을을 견학했다. 마을 내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와 난방을 생산한다. 에너지원은 마을 반경 10km 안에서 구해지며 마을에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환경에도 이로운 방식이라고 했다. 에너지를 통한 지역경제(농업, 축산, 난방공급 등)가 만들어졌으며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에 있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는 낮추고 화석에너지 사용은 없애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도 마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년에 2000톤가량 감소했다고 했다. 


‘독일 사람들은 멜빵바지를 입어도 허리띠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했다. 그 속담처럼 에너지 손실률을 줄이고, 공급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복합적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농산물과 축분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주로 운용하지만 바이오가스 이용이 어려운 겨울을 대비해 나무보일러를 보조 시스템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만들어진 에너지의 손실률을 줄이기 위해 열로 공급하지 않고 바이오가스를 배관을 통해 이동시키고 있었으며 바이오가스가 생성되면서 생기는 열로 건조시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시설에서는 곡식, 단백질이 많은 사료 등을 건조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시중보다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고 했다. 겨울에 나무보일러를 사용하고 남은 재는 다시 밭의 퇴비로 돌려보내 자연순환시키고 있었다. 환경과 지역경제, 두 마리 토끼를 한 손에 쥐고 건강한 농촌을 지켜가는 쉴러븐 마을 사람이 부러웠다.
 

▲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 쉴러븐 에너지자립마을을 소개해주는 토마스 빈켈만

 

독일의 대농, 언론의 질타를 받다

우리가 본 드넓은 경작지의 유채는 바이오디젤로 사용된다고 했다. 독일은 바이오디젤을 내연기관의 연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심지어 농기계는 100% 바이오디젤을 사용한다. 땅에서 지속해서 나는 것들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훌륭한 사례였다. 


허나 아름다운 유채밭의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다. 너른 면적에 동일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자연히 병충해에 약해진다. 바나나의 사례로 전 세계가 이를 체화했다. 독일 대부분의 녹비작물(유채, 보리 등) 경작지는 헥타르 단위로 기계로 재배되고 수확된다. 이동 중 유채밭에서 20미터로 날개를 펴 약을 뿌리는 액제살포기를 자주 만날 수 있었고,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를 시기별로 살포하고 있었다. 유채의 씨를 수확해 기름을 짜고 남은 것들은 동물의 사료와 퇴비로 쓰인다. 지구라는 계(system) 안에 살면 별 수 없이 모든 것은 돌고 돈다. 그 제초제와 살충제 등의 농약은 토양과 가축을 통해 결국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 이동 중에 만난 액제살포기
▲ 이동 중에 만난 액제살포기

 

연수 일정 중 ‘EU와 독일의 농업지원정책’에 대한 강의를 해준 요셉 휘머 박사(전 켐프텐농업국 국장)는 독일의 언론에서는 농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며 질타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한 농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편향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독일 환경부에 따르면, 자연보호구역에 곤충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먹지 않아 괜찮다고 생각하는 바이오매스(유채 등) 경작지 인근에는 더 심각한 수치를 보여준다. 1989년부터 2015년 사이 75%의 곤충이 감소했다. 녹색을 많이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녹색을 어떻게 유지하는가도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 산에서 바라본 이이벌의 농공단지와 길천산업단지


▲ 이이벌이자 태화강 상류의 하천부지에 있는 농공단지와 길천산업단지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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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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