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상풍력산업의 현주소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09-04 09: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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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1. ‘똥바다’ 위에 세운 청정에너지의 꿈
2. 한국 해상풍력산업의 현주소
3. 타이완 포모사 해상풍력
4.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국가 영국
5. 바닷바람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만나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심각한 기후위기로 세계 각국은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는 386기가와트(GW), 풍력발전은 그보다 많은 514GW다. 해상풍력 발전설비는 19GW로 2017년 한 해에만 5GW가 늘었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는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량이 해마다 10GW씩 증가해 2030년에는 12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2017년 말 기준 태양광 발전설비가 5.83GW로 1.14GW인 풍력보다 다섯 배 더 많다. 풍력 발전설비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해상풍력설비는 탐라해상풍력(30MW), 월정해상풍력(5MW)을 비롯해 10월 종합준공을 앞두고 시운전 중인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60MW)를 합쳐도 95메가와트(MW)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산자부는 2016년 기준 발전량의 7%(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2%)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로 끌어올리겠다며 이를 위해 신규 발전설비의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고 2030년 누적설비용량을 63.8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수용성과 환경성을 사전 확보하고 개발이익은 주민과 공유하는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해 부유식 해상풍력 등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풍력 발전설비는 17.7GW다. 해마다 1GW 이상 신규 풍력설비가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육상풍력은 개발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13GW 이상을 해상풍력으로 보급해야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공공 51조 원, 민간 41조 원 등 92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예산도 18조 원이 쓰일 것으로 예측했다.

걸음마 뗀 국내 해상풍력발전

현재 운영 중이거나 인·허가 진행 중인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15곳 남짓이다. 제주도는 운영 중인 탐라, 월정 해상풍력 외에 한림해상풍력이 기자재 입찰을 진행하고 있고 대정해상풍력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전라북도는 서남해해상풍력발전이 공사를 마쳤고, 새만금해상풍력과 군산해상풍력단지가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전라남도도 영광염산해상풍력, 압해풍력, 영광해상풍력이 인·허가가 진행되고 있다. 충청남도 태안해상풍력, 경상북도 포항풍력, 경기도 안산풍력도 인·허가 진행 중이다. 운영 중이거나 인·허가가 진행 중인 해상풍력 대부분이 고정식인 데 견줘 오는 10월 울산 울주군 서생 앞바다에 띄워 6개월 동안 실증을 진행할 750킬로와트(kW) 파일럿 플랜트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첫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다. 


제주,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충남, 인천, 울산, 부산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저마다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울산과 전남은 7.2~8.2GW급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육지에서 58킬로미터 이상 멀리 떨어진 수심 150미터가 넘는 깊은 바다 위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울산시는 750kW 부유식 해상풍력 파일럿 플랜트 실증과 5MW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시스템 설계·제작을 거쳐 5MW 터빈 40기로 1단계 200MW 실증단지를 조성한 뒤 10MW 터빈 100기가 설치되는 1GW 상용화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5개 민간투자사들도 2030년까지 투자사별로 200MW 실증단지와 1GW 상용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울산시와 투자사들이 계획대로 실증단지와 상용단지를 조성하면 모두 7.2GW의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울산 앞바다에 건설된다. 부유식 해상풍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전남은 지난 7월 15일 신안군 해상에 8.2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목포신항만을 배후단지와 지원 부두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상시 일자리 4000개, 간접 일자리를 포함하면 11만7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신안 해상풍력 사업을 ‘전남형 일자리’ 모델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원 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를 시행하고 있다.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해마다 산자부장관이 고시하는 의무공급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올해 6%인 의무공급량비율은 해마다 1%씩 증가해 2023년 10%로 늘어난다. RPS 의무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를 사서 의무공급량을 충당할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공급하는 전력량에 가중치를 곱해 발급된다. 해상풍력의 REC 가중치는 연계거리 5킬로미터 이하 2.0에서 연계거리 15킬로미터 초과 3.5까지로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도 지난해 7월부터 소형 태양광에 한해 5년 동안 한시 시행되고 있다. FIT란 신·재생에너지 전력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30kW 미만 태양광발전소, 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100kW 미만 발전소가 대상이다. FIT로 소형 태양광발전사업자는 20년간 고정가격을 보장받는다. 


산자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도입하겠다고 밝힌 계획입지제도는 국회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안과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계획입지제도가 도입되면 광역지자체가 주도해 대규모 계획단지 부지를 확보하고 재생에너지발전지구를 지정할 수 있게 된다. 광역지자체는 마을공모 방식을 병행해 부지를 발굴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지구개발 기본계획을 심의한 뒤 민간사업자에게 부지를 공급한다. 민간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구개발 실시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 인·허가 의제를 처리한다. 사업자는 지자체에 개발이익을 공유하고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첫 상업운전 탐라해상풍력

2017년 9월 16일 제주도 서쪽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바다. 하루 전 종합준공식을 마친 탐라해상풍력의 3MW 발전기 10대에 장착된 블레이드(날개)가 평균 초속 7.6미터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제히 돌았다. 앞서 2012년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주 구좌읍 월정리 앞바다에 2MW와 3MW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운전을 시작했지만 실증연구용이었고, 해상풍력 상업발전을 본격 시작한 건 탐라해상풍력이 국내 처음이다. 


해안에서 500미터~1.2킬로미터 떨어진 수심 16~20미터 해상 8만1062제곱미터의 공유수면에 한 줄로 죽 늘어선 10기의 발전기는 제주도민 2만40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85GWh의 청정에너지를 생산한다. 연간 4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양이다. 

 

▲ 제주 한경면 두모리 앞바다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3MW 발전기 10대가 해안을 따라 바다 위에 나란히 서 있다. ⓒ이종호 기자


발전사업허가와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은 건 2006년 8월이었지만 공사는 거의 10년이 지난 2015년 4월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탐라해상풍력발전 김동명 본부장은 “발전소 주변 주민과 어민들을 설득하고 보상 합의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11년 6월 특수목적법인(SPC) 탐라해상풍력발전을 설립하고 이듬해 5월 두산중공업과 설계-조달-시공 등 일괄(EPC)계약을 했지만 프로젝트 파이넨싱(PF)이 문제였다.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이라 금융조달이 쉽지 않았다. 2015년 한국남동발전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해 4월 착공했고, 2016년 3월 PF를 완료할 수 있었다.


공사는 하부 자켓을 설치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해저 바닥을 평탄화(leveling)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40톤짜리 쇄암기를 떨어뜨려 터파기 작업을 한 뒤 거푸집을 설치하고 수중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현대스틸산업의 잭업 바지선으로 하부 자켓을 거치한 다음 핀 파일을 자켓 레그에 박기 위해 지름 86센티미터, 길이 14미터의 천공 굴착(RCD) 작업이 이어졌다. 핀 파일이 박힌 레그에 속채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고 상부 자켓을 거치한 뒤 상·하부 자켓을 용접해 연결했다. 자켓 위에 하부 타워, 중간 타워, 상부 타워를 이어 올리고 나셀과 허브, 블레이드를 차례로 설치했다. 타워와 나셀의 무게는 각각 215톤, 128톤이다. 자켓 바닥에서 허브까지 높이는 80미터, 로터 직경(회전 날개 지름)은 91.59미터에 이른다. 


해저 케이블은 바다 밑바닥을 준설해 주철관을 깔고 해저 케이블을 집어넣은(포설) 다음 되메워 육지 모니터링 하우스로 연결했다. 육상전용선로는 관로 터파기 작업과 맨홀 설치 뒤 전선관과 케이블을 포설해 10킬로미터 떨어진 한림변전소로 연결했다. 공사는 1년 반 만에 끝났다. 2016년 9월 계통연결을 완료한 탐라해상풍력은 1년 뒤 종합준공 때까지 발전기 10기 중 3기를 시운전했다. 


들어간 공사비는 1650억 원. 처음에 남동발전 27%, 두산중공업 36%, 포스코에너지가 37%를 투자했지만 남동발전이 포스코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해 금융을 조달했고 이후 두산중공업의 지분까지 인수했다. 2036년까지 20년 동안 운영은 남동발전이, 발전기 운전과 정비는 두산중공업이 맡는다. 김동명 본부장은 “탐라해상풍력의 MW당 설치비는 55억 원으로 육상풍력에 견줘 약 2.5배 비싸지만 발전효율은 육상풍력보다 1.5배 높다”고 말했다.


상업운전 개시 후 2년이 지난 탐라해상풍력단지는 바다 속에 잠긴 하부 자켓과 되메우기를 한 해저 케이블이 인공어초 구실을 하며 감태가 군락을 이루고 산호까지 생겼다. 어초를 찾는 바닷고기가 늘었고 어종도 다양해졌다. 2012년 발표한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2030년까지 2GW의 해상풍력 시설용량을 확보해 제주도 전력수요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 계획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 탐라해상풍력 모니터링 하우스 2층에 있는 종합상황실에서 김동명 본부장이 발전, 송전, 운영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2019년 7월 기준 제주도의 총 전력설비 용량은 중앙급전발전기 778MW(46.6%), 신재생발전기 491MW(29.4%), 2개 육지 연계선 400MW(24.0%)를 합해 1.67GW다. 신재생발전기 중 풍력 설비용량은 265MW고 태양광은 217MW다. 태양광은 한 달에 10MW씩 늘고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김영환 본부장은 “태양광 발전설비가 지난해 80MW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60MW 급증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으로 보면 제주도는 이미 전체 발전설비의 30%에 육박해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이미 현실로 앞당기고 있다.

 

탐라해상풍력은 건설비의 일부를 마을에 지원하고 두모리조트와 금등체험마을 등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수익사업을 돕고 있다. ‘제주특별법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특례,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풍력자원의 독점적 이용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을 사업자와 제주도민이 공유하기 위해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제주도에 환원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17년부터 탐라해상풍력과 제주에너지공사를 비롯해 풍력지구 사업자들이 당기순이익의 17.5%남짓을 기부해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을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에 쓰고 있다. 동복리 풍력발전처럼 마을주민들이 직접 발전기를 소유해 매전 수익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 제주시 오라동 한국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전력관제센터에서 김영환 본부장이 신재생 통합관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 제주계통 신재생 전원 설비 현황. 2019년 7월 현재 신재생발전기 비중은 29.4%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앞당겨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발전량 점유율은 신재생에너지가 12.9%였다. 자료: 한국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지난 7월 15일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앞바다 9.6킬로미터 해상. 3MW 풍력발전기 20개 가운데 마지막 15호기에 블레이드가 장착되면서 서남해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건설 공사가 완료됐다. 한국해상풍력은 앞서 5월 22일 첫 호기 시운전을 시작으로 6월 13일부터 발전기 3개를 시험 가동해왔다. 10월 준공되면 해마다 155G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5만 가구에 공급할 예정이다.


2010년 11월 정부가 서남해안 부안, 영광 앞바다에 2.5GW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해상풍력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서남해 2.5GW 해상풍력사업’이 구체화됐다. 초기 계획은 12조5000억 원을 들여 2014년까지 100MW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2016년 400MW 시범단지를 거쳐 2019년까지 2GW급 확산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단계 계획은 5년가량 늦어졌고, 2단계 시범단지와 3단계 확산단지 조성도 어민 반대 등 지역사회와 마찰로 추진이 불투명하다. 

 

▲ 7월 15일 완공 뒤 시운전 중인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를 8월 23일 방문했다. 공사 현황을 설명하는 현대스틸산업 김유온 현장소장. ⓒ이종호 기자


한국전력과 발전6사가 SPC 한국해상풍력(주)를 설립한 건 2012년 12월, 발전사업허가, 군전파영향평가 등을 거쳐 두산중공업, 현대건설과 EPC 계약을 체결한 게 2015년 10월이고, 이듬해 3월 전원개발승인을 받아 2017년 5월에서야 첫 해상공사에 착수했다. 

 

▲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해상변전소. ⓒ이종호 기자


서남해해상풍력단지에 세운 풍력발전기는 두산중공업의 3MW 터빈을 달았다. 허브 높이 90미터, 로터 직경 134미터로 탐라해상풍력에 쓰인 발전기보다 더 커졌다. 20기의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은 154킬로볼트(kV)급 해상변전소를 거쳐 서고창변전소로 연결된다. 


발전기 20기와 해상변전소, 실증센터 등 실증단지 건설에 들어간 사업비는 4570억 원이다. 발전기 건설은 MW당 52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상풍력은 20기 가운데 1기는 하부 기초구조물을 자켓 방식이 아니라 수압차를 이용한 석션버켓 공법으로 설치해 약 10억 원의 기초 공사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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