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클래식 들려주세요

류준하 음악애호가 / 기사승인 : 2019-07-10 0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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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반하다

어느 날 클래식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이모의 손에 이끌려 음악감상회장을 찾았다. 그날따라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아니라 아론 코플랜드의 ‘애팔래치아의 봄’이라는 친숙하지 않은 곡을 감상하는 날이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 날…” 


잠시 곡 소개가 있은 후 감상이 시작됐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신경이 쓰여 계속 그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걱정스런 마음과는 달리 음표나 박자 하나하나에 아이의 눈동자와 손가락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놀라운 모습이 포착됐다. 마치 지금 귀에 들리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라도 하려는 듯 조그만 가방에 넣어 온 수첩을 펼쳐 놓고 연필로 열심히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음악이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떼를 쓰거나 주위가 산만한 여느 아이들의 모습과는 다른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얼굴이었다. 주위에 앉았던 사람들도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아이가 아니라면 정말 신통할 일이 아닌가? 뭔지 모를 가능성 같은 것을 발견한 것 같았고, 갑자기 주변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 구스타보 두다멜


이 일로 인해 어른에게 쉬운 음악이 아이들에게도 쉽다거나, 어른에게 어려운 음악이 아이들에게도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자칫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들에겐 그저 음악 속에 담긴 이야기를 올바르게 전달할 뿐, 이를 아름답다거나 즐겁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라는 것을… 


‘독약보다 더 해롭다고 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온갖 게임에 빠져있는, 그래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마치 게임 속의 그것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난폭해져가는 우리 아이들과 이제는 초등학교까지 번진 학교폭력…’ 같은 말들은 음악을 들으며 느끼게 되는 감정과는 상반된, 다른 무척이나 우울한 것들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인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즈음, 클래식 음악이 유해한 주변 상황으로부터 야기되는 아이들의 정서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라디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은 “음악이 지닌 친숙함, 아름다움이 청소년의 저항 심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음악이 청소년 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문제의 처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1975년 빈민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자 오케스트라 육성 사업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클래식 음악활동이 청소년의 정서순화와 사회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동네 뒷골목 불량소년이던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은 이 교육 프로그램 덕택에 지금은 세계 정상급 지휘자로 성장해 전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안타까운 일은 베네수엘라의 정치불안으로 야기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가지원이 필수적인 이 프로그램이 여전히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프로그램의 효과만은 분명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 엘 시스테마 홈페이지

 

간간이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클래식 음악을 찾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일부가 사라지면 새로운 수요층이 다시 나타나는 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


어떤 일에는 때로 누군가의 솔선수범이 필요하기도 한데, 음악 듣는 일을 생활화하는 것 역시 어른들이 앞장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건전한 정서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드문 클래식 음악만 나오는 FM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굳이 큰 돈 안들이고도 음악 듣는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하루 이틀 만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생각으로 지금 라디오의 전원을 넣고 음량을 적당하게 조절해 집안에 음악이 흐르게 만들어 보자. 


류준하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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