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근대성(2)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12-04 09: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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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세습을 부정하는 묵자의 입장은 이장(里長)-향장(鄕長)-국군(國君)-천자(天子)로 이어지는 정치조직에도 관철된다. ‘상동(尙同)’에 의하면 그들은 마을과 고을, 나라와 천하의 가장 현명한 사람을 선발해 백성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담당하게 한다. 그러면 누가 어떻게 현명한 사람을 선발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옛날 성왕들처럼 상동(尙同)의 원리에 따라 각 기관의 우두머리는 천자가 임명한다[고고자성왕(故古者聖王) 유이심이상동(唯而審以尙同), 이위정장(以爲正長)]. 이는 중앙집권적 체계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방식이다. 문제는 천자의 선출이다. ‘상동(尙同)’상(上)에는 명확히 표현하지 않지만, 중(中)·하(下)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천하가 천하의 이로움을 하나로 통일시키고자 현명한 사람을 선택해 천자로 세운다[시고천하지욕동일천하지의야(是故天下之欲同一天下之義也), 시고선택현자(是故選擇賢者), 입위천자(立為天子)]. 여기에서 천자를 선발하는 주체는 천하(天下)다. 천하(天下)를 천(天)으로 해석하면 군주천명론(君主天命論)이나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 되고, 천하지인(天下之人)으로 해석하면 민약론(民約論)이 돼 군주선출론이 된다. <묵자(墨子)>에서 천하는 대부분 ‘세상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사상적 맥락에서 볼 때 후자가 옳다고 판단된다. 여전히 어떻게 선출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는 홉스(Hobbes)보다 한 걸음 더 발전된 사고다. 홉스(Hobbes)의 이론은 로크와 루소에 의해 계승 발전돼 꽃피웠지만, 묵자의 상동(尙同)이론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계승되지 못했으며, 2000년 이상 중국의 어떤 사상가도 세습에 의한 왕위계승을 의심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의 비극이자 동아시아의 불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묵자의 근대성은 ‘명혼(明鬼)하(下)에서와 같이 일정한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묵자는 귀신을 하느님을 대신하여 인간의 행위를 판단해 상과 벌을 주는 존재로, 나아가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인격신으로 상정하고 있다. 묵자의 논리체계에서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시키는 귀신의 존재는 필연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귀신의 존재여부를 증명하는 방식이 삼표법(三表法)에 의거해 귀신을 보고 들은 백성이 있다는 점과 역사서에 의거해 성왕들이 귀신의 존재를 믿었다는 점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논리의 전개방식이 <묵자(墨子)>의 다른 부분과 달리 매우 유치하고, 내용에서도 신화와 역사의 혼돈으로 인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묵자의 귀신은 중국의 고대신앙에 나오는 귀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여전히 애니미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묵자는 축성(築城) 기술자이면서 무기 제작 전문가였기 때문에 광학을 포함한 물리학과 기하학을 포함한 수학에 대해 상당한 조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묵경(墨經)’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개구리가 메추라기로 변한다’는 당시의 속설을 그대로 믿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근대성의 부족’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묵자의 근대적 성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방법론의 패러다임을 바꾼 뉴턴(I. Newton 1642~1727)이 연금술에 깊이 탐닉했다는 이유로 그의 업적과 근대적 방법론이 폄훼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와 같다. 일본의 대표적인 묵자 연구자인 와다나베 다까시(渡辺卓)가 언급한 바와 같이 “묵가는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으며, 그 때문에 절멸했고 역시 그 때문에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상기”되고 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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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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