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정책 다시 살려내는 집권당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11-06 0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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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과거로 회귀하는 노동정책이 불러 올 파국

칠레 시위가 격화되면서 APEC 정상회의까지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뉴스에서는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됐지만, 우파인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 시위자가 들고 있던 피켓의 문구가 잊히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칠레에서 태어났고, 칠레에서 죽을 것이다.’


칠레는 남미에서 유일한 OECD 회원국이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2만5168달러에 달하지만, 빈부격차도 OECD 회원 35개국 중 1위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시민의 요구는 이 문구에 그대로 드러난다. 죽어가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이런 칠레의 사회적불평등 분야 1위에 비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양한 분야가 수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에 한 분야가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시간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이 1759시간인 데 반해 우리나라 평균은 2024시간이다. 이처럼 긴 노동시간에도 정부는 노동개악을 통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뺏는 거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존중을 내세웠던 민주당이 이제는 당당하게 노동자를 탄압하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뿐인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놓고 민주당의 청년 대변인이 내놓은 ‘남성도 차별받고 있다’는 어이없는 논평은 OECD 국가 중 남녀 간 성별 임금 차이 역시 1위라는 통계나 제대로 들여다보고 내놓은 것인지 의심스럽기만하다. 더군다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을 대표한다는 ‘청년’ 대변인이 내놓을 논평으로는 수준미달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청년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심각한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리고 민주당 청년 대변인이 이런 황당한 논평을 내놓기 전인 지난달 22일 32살 청년인 두 아이의 아버지가 설비 점검 작업을 하다가 시멘트 공장 환풍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게다가 이 날은 숨진 노동자의 생일이었다. 언론에 따르면 당시 시설 내부엔 어떠한 안전시설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노동자 산재사망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2018년에만 노동자 2142명이 사업장에서 숨지고 10만2305명이 다쳤다.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이다’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여전히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대고 내뱉어야 하는 지 절망스럽기만하다. 


사회적 불평등이 촉발한 칠레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장경제 우선주의는 칠레에서 죽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불평등과 노동자 착취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유령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죽을 것 같지 않다. 마치 오래전에 관 뚜껑에 들어가서 사라졌어야 할 색깔론이 흉흉한 뜬소문마냥 농촌을 떠도는 것처럼, 이제는 죽어 마땅한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집권 여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입에서 공공연히 나오면서 다시 노동자들을 옥죄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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