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층의 덕목-묵자와 공자의 차이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07-10 09: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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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묵자는 수직적 사회질서를 부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 나라가 잘 다스려 지려면 지배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명한 선비를 발굴해 등용하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군자는 옛것을 배우고 자신의 인격을 수양[수기(修己)]해야 한다는 공자의 관념적인 주장과 달리 묵자는 더욱 구체적으로 현명한 선비가 갖추어야 할 품성에 대해서 말한다. “장차 어찌해야 현명해지는가? 힘이 있으면 재빠르게 남을 돕고, 재산이 있으면 꾸준히 남에게 나누어 주고, 도리를 알면 권하여 남을 가르쳐야 한다. 이와 같이 한다면 배고픈 자는 먹을 수 있고, 추위에 떠는 자는 입을 수 있고, 어지러운 자는 다스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위현지도장내하(為賢之道將柰何)? 왈(曰) 유력자질의조인(有力者疾以助人), 유재자면이분인(有財者勉以分人), 유도자권이교인(有道者勸以教人). 약차(若此) 즉기자득식(則飢者得食), 한자득의(寒者得衣), 난자득치(亂者得治). 약기즉득식(若飢則得食), 한즉득의(寒則得衣), 난즉득치(亂則得治), 차안생생(此安生生).]


공자는 자신을 수양한 후에야 사람들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수기(修己) 안인(安人)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묵자는 수기(修己)는 안인(安人)(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군자(君子) 유어의(喩於義), 소인(小人) 유어리(喩於利)]”거나 “군자는 덕을 마음에 품고, 소인은 땅을 마음에 품는다[군자회덕(君子懷德), 소인회토(小人懷土)]”, 또는 “군자는 도를 추구하지 먹을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군자모도(君子謀道), 불모식(不謀食)]”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군자상(君子像)을 제시하지만, 묵자는 구체적으로 “일찍 조정에 나아가 늦게 퇴근[현자지치국야(賢者之治國也), 조조안퇴(蚤朝晏退)]”하는 근면함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언변이 논리적이어야 하고 술수에도 해박해야 한다며 현명한 선비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물며 현명하고 훌륭한 선비는 덕과 행실이 두텁고, 언변이 논리적이며, 도리와 술수에 해박하므로 더 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본래 나라의 보배이며 사직의 보좌역이다. 반드시 그들을 부유하게 하고 귀하게 여기며 공경하고 명예롭게 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나라의 어질고 좋은 선비를 얻을 수 있고 그들이 많아진다.”[황우유현량지사(況又有賢良之士) 후호덕행(厚乎德行), 변호언담(辯乎言談), 박호도술자호(博乎道術者乎), 차고국가지진(此固國家之珍), 이사직지좌야(而社稷之佐也), 역필차부지(亦必且富之), 귀지(貴之), 경지(敬之), 예지(譽之), 연후국지량사(然后國之良士), 역장가득이중야(亦將可得而眾也).]


공자는 군주(君主), 대부(大夫), 사(士)로 구성되는 지배층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희망했지만, 묵자는 혈연에 의해 세습되는 신분이 타파되기를 희망했다. 비록 수직적 질서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품성과 능력을 갖춘 선비를 등용하되 귀천(貴賤)은 세습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천인계급 출신인 이윤(伊尹)과 부열(傅說)의 사례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때에는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관직에 따라 복무하였으며, 수고에 따라 상을 내렸다. 공적을 계산하여 녹봉을 나누었다. 그리하여 관리는 항상 귀한 사람이 아니었고, 백성도 죽을 때까지 천한 사람이 아니었다. 능력이 있으면 등용되고 능력이 없으면 물러났다. 공적인 의로움을 내걸고 사적인 원한을 물리치라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고당시시(故當是時), 이덕취열(以德就列), 이관복사(以官服事), 이노전상(以勞殿賞), 양공이분록(量功而分祿). 고관무상귀(故官無常貴), 이민무종천(而民無終賤), 유능즉거지(有能則舉之), 무능즉하지(無能則下之), 거공의(舉公義), 피사원(辟私怨), 차약언지위야(此若言之謂也).]


또한 (지위의) 높고 낮음은 일을 잘하고[선(善)] 못하는[불선(不善)] 능력으로 헤아려야 하니 산이 높고 연못이 낮은 것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능력이 증명되면 윗자리에 천거돼야 한다고 묵자는 생각했다.[취고하이선불선위도(取高下以善不善為度), 불약선택(不若山澤). 처하선여처상(處下善於處上), 하소청상야(下所請上也).]


이처럼 행정과 재판을 담당하는 지배층은 현명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혈연에 의한 신분제도를 자연법칙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타파함으로써 백성들의 편안한 삶[안생생(安生生)]이 보장될 수 있다고 묵자는 판단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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