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속에서 희망이 자란다. 실패박람회 in 울산

이철호 (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대표이사 / 기사승인 : 2020-09-09 09: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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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청년

지난해 7월 초 한국사회혁신가네트워크의 운영위원회를 겸해 광주사회혁신플랫폼 출범식으로 출장 간 자리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행정안전부의 서기관과 같은 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다 울산은 사회혁신사업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푸념에 뭐라도 같이 한 번 해보자는 꾐을 당해서 준비를 시작한 실패박람회가 9월 17일부터 태화강국가정원에서 펼쳐진다. 


실패박람회는 실패에 대한 공감과 격려를 통해 실패의 경험이 재도전, 재창업, 재취업 등 도전과 시도에 대한 응원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행정안전부의 사업이다. 실패박람회는 지난 2018년, 전국 각지에서 실패와 극복 스토리를 발굴하며 시작됐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다루기 힘든, 감추고 싶은 부정적 주제인 ‘실패’에 관한 이야기들을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 퍼포먼스를 통해 풀어냈던 것이 큰 주목을 받았다. 실패에 대한 신선한 접근과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엔 강원, 대전, 전주, 대구 4개 지자체의 권역 박람회를 여는 것과 동시에 온라인 연계를 통한 폭넓은 토론과 의제 발굴을 병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9월 광화문에서 진행된 종합박람회는 약 2200여 건의 재기 지원 상담과 더불어 부활마켓, 재창업 경진대회 등 더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됐으며 실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전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지난 2년간 진행된 실패박람회를 통해 발굴된 이슈에 대한 제도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올해는 실패에 대한 인식전환 확산을 넘어, 정책적 처방 지원과 더불어 시스템과 제도 확립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시민이 주체가 되고 기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민간자원에 대한 연계방안까지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울산을 포함한 여섯 곳의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및 시민단체 8곳으로 범위를 확대해 준비하고 있다.


울산의 실패박람회는 울산시민 100인의 실패와 희망스토리를 담은 ‘울산희망리더 100인 컨퍼런스’, 상시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도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도개선‧정책연계 사업인 ‘숙의토론’, 재도전을 위한 ‘상담마당’과 유관기관 전시 부스 운영 등으로 계획됐다.


3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여름이 되며 울산지역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울산 실패박람회도 기존 실패박람회의 방식을 고수하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실내가 아닌 실외인 태화강국가정원이면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맞게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행사 진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9월 현재, 예기치 못한 2차 대유행이 발생했고 짧은 시간 안에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패의 경험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실패박람회 기조에 맞게 조금 힘은 들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비대면 상황에 대한 앞선 경험을 갖게 됐다. 기존 예정된 오프라인 공연들은 지역 예술가들의 힐링음반으로 제작돼 시민들의 실패 상처를 보듬어주는 멜로디가 됐으며, 청년들의 힘든 목소리를 정책으로 제안하는 청년 숙의토론과정은 청년들의 특성을 반영해 각 구군에 소규모 거점을 둔 비대면 형태의 ‘청년정책 끝장개발 대회’로 변경돼 홍보 일주일 만에 참가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은 코로나 우울증으로 움츠려 있는 시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예술 프로그램인 ‘보통씨의 하루-일상의 예술백신’으로 대체됐으며, 재도전 상담마당과 숙의토론도 사전영상 제작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실패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성과도 없다. 울산의 첫 혁신 사업을 준비하며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실패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성과는 시민들이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서 형태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보여줬으며,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선례가 생겼다는 점일 것이다. 큰 태풍이 두 개나 지났고, 태화강국가정원은 남은 기간 동안 복구는 어려울 것 같다. 열흘 남짓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이 어떻게 더 변할지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하겠지만 다가올 시련보다 실패 속에 남을 희망의 메시지를 어떻게 공감하고 전달할지 더 힘을 내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철호 (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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