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인가, 공범인가?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7-10 09: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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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선호 울주군수에게 단도직입 들이대는 질문이다. 대운산 계곡은 울산 12경의 하나다. 경관이 아름답고, 산림이 울창하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계곡이 자랑이다. 울주군은 국민들 혈세를 쏟아부어서 그런 청정계곡을 최악의 인공하천으로 망쳐 놓았다. 제목부터가 과하고 격한 반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제발 대운산 계곡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현장을 가서 본 다음에 판단해 주기 바란다.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고 마음 같아서는 멱살을 잡고 흔들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지경이다.


UBC울산방송에서는 심층분석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본부U’에서 대운산 환경파괴 논란을 약 18분간 다뤘다.(6.29 방영) 그런데 울주군 담당 공무원은 “태풍 차바로 인한 홍수피해가 컸던 지역이라서 재해 예방 차원에서 시행하는 공사이며, 친환경공사임을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에서 국비 70%를 지원하는 사업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리고 울산시청 녹지공원 당당 계장이 신문 기고를 통해서 재해 예방을 위해서 불가피한 사업임을 재차 주장했다.


그런데 시청 담당 계장은 기고문에서 대운천 정바공사의 목적이 실은 수목원 조성을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6월 11일 대운천 공사현장을 처음 답사했을 때 당연히 수목원 사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울산시 미래비전위원회 녹지안전분과 회의에서 울산시 담당국장에게 어떻게 대운천을 이렇게 망치는 공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울주군에서 하는 사업이라 시는 관계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다시 살펴보니 수목원 조성은 울산시, 하천 정비사업은 울주군이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수목원 조성을 위한 사업인데 시와 군이 역할을 나눈 것으로 의심을 했는데 담당 계장이 기고문을 통해 수목원 개장 시 피해 예방을 위한 사업임을 인정한 것이다.

울주군 담당자의 거짓말과 궤변

여하간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이 재해 예방을 위해서든 수목원을 위해서든,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더라도 멀쩡한 대운천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공무원들 주장이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궤변이라는 것을 논점 하나하나 팩트체크를 통해 밝힌다. 


첫째, 태풍 차바 때 울산지역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대운천 계곡은 산사태 및 홍수피해 흔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질서를 유지해 온 청정하천이었다. 혹여 피해가 있었다면 하천을 자연 그대로 놔두지 않고 인공적으로 변형시킨 곳이었다. 지금 울주군에서 실시한 대운천 정비사업은 재해 예방이 아니라 재해 유발 공사다. 계곡을 봅슬레이 경주코스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계곡물의 유속이 빨라져서 계곡 하류의 마을과 농경지 피해 위험이 더 많아졌다. 


둘째, 대운천 바닥 정비와 제방축조가 친환경공법이라는 주장은 개구리가 웃다가 까무러칠 일이다. 하천 바닥을 목욕탕 바닥처럼 돌을 깔고 레미콘을 부어서 처발랐고, 축대를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했을 뿐 속에는 시멘트로 채웠다. 그 어떤 동식물도 깃들어 살 수 없게 만든 하천 바닥과 축대를 보면 도무지 생물종다양성이란 개념조차 없다. 그런데도 ‘친환경공법임을 자부’ 한다니 지렁이가 통곡할 노릇이다. 


셋째, 국비를 보조받는 사업이니까 정당한 공사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산림청에서 ‘치유의 숲’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정비한 하천(큰골)을 보면 울주군에서 한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모세혈관을 다 망치는 산림청의 사방사업은 신종 4대강 사업인 셈이다. 대운산 환경파괴 측면에서 본다면 산림청은 공범을 넘어 종범이다. 환경의식 낙제점인 산림청이 사업비 70%를 지원했다고 그 사업의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사업의 정당성은 시민들이 판단한다,

단체장 자리는 무한 책임

대운산을 망친 출발은 전임 김기현 시장 시절 수목원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대운천 정비도 신장열 군수 시절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현 이선호 군수도 책임에서 비켜날 수는 없다. 환경연합은 지난달 19일 이선호 군수와 배석자 없이 면담을 진행했다. 현장 사진을 보여주자 놀라는 표정으로 “공사를 이렇게 하는 줄 몰랐다”고 실토하며 잘못된 공사임을 인정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일단 공사중단 조치 후 잘못된 공사라는 인정과 사과를 전제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 기자회견을 먼저 안 하면 환경연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대응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어떤 조치를 했다는 소식도 없고, 우리에게 알려온 바도 없다. 환경연합은 운영위원 회의를 통해 목요일(7.11) 기자회견 및 현장방문을 결정했다.


단체장은 권한만큼 책임도 큰 자리다. 전임 군수 때 시작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수목원을 따라 진행한 대운천 정비공사는 발주와 착공 모두 올해 이뤄진 사업이다. 대운천을 이렇게 망가뜨리도록 최종결재권자가 몰랐다면 그 자리에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인 셈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공범이고 적폐다. 누구든 필자의 표현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함께 현장에 가서 따지자고 제안한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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