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무용론 무엇이 문제인가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6-06 09:29:08
  • -
  • +
  • 인쇄
생활 법률

최근 인터넷상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여성 경찰이 남성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경찰이 해명을 위해 전체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해당 여성 경찰이 다른 경찰과 시민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장면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일부 시민들은 여성 경찰 채용 확대 기조를 비판하거나 여성 경찰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여경무용론까지 제기한다.


여성 경찰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주로 이들의 신체능력 부족에 맞춰진다. 이참에 여성도 군대 보내고, 데이트 비용도 반분하고, 스포츠 경기에 남녀구별을 하지 말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이에 대해 어느 국회의원은 “여경 불신을 해소하려면 부실 체력검사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동영상 하나로 여성 경찰 전체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여성 경찰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일선의 경찰들은 해당 여성 경찰의 지원 요청이 현장 매뉴얼에 따른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 경찰들도 공무집행방해 상태를 일시에 제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시민에 대해 소극적,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테이저건 상시사용도 부담이 가는 일이다.


모든 여성 경찰의 신체적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 물리력을 사용한 범인 제압만이 유일한 경찰 본연의 업무는 아닐 것이다. 성민감지수가 높아지는 지금 여성 피의자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 경찰의 역할 확대가 필수적이다. 여성 경찰의 뛰어난 지적 능력 내지 섬세한 감성에 기반한 수사 및 치안 유지로 범인 검거가 더 용이해 질 수 있다. 경찰 청렴도 내지 시민과의 소통 공감 역시 여성 경찰 때문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이때의 평등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 개념이 강하다. 즉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거나,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의 신체적 특색은 본질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 아닐까?


지금의 논란은 어찌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여권이 신장되고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남성들에게 관용을 요구하기엔 남성, 여성 모두에게 어쩐지 개운치가 않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려면, 여성 경찰도 남성 경찰처럼 신체적으로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여성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능력을 발휘했는가를 논단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에게 불합리한 점에 대해 성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세태에는 일부 공감이 가지만, 남녀 간의 신체적 특성을 무시한 여경무용론은 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경무용론은 여성불평등의 오랜 역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일전에 여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라고 불리고 싶다고 밝힌 영화인이 있었다. 당시 이분 참 멋지고 진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여성 경찰 스스로가 여경이 아닌 그냥 경찰로 불러달라고 하는 날이 올 때까지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굳이 남성 경찰을 남경이라고 부르지 않으니 말이다.


김민찬 변호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찬 변호사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