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문학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07-19 09: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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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옛날에는 용맹한 장수도 모기에게는 떨었다. 고명한 학자도 모기를 이기지는 못했다. 여름날에 모기가 온 세상을 휘저어 공포 분위기가 고조됐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를 만나면 문학이 생동한 기운을 얻는다. 이것을 모기 문학이라 하자. 오늘날에는 모기가 서식할 조건이 사라지고, 모기약이 지독하고, 고층 아파트가 많아 모기가 사람을 괴롭히지 못한다. 모기가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니 모기 문학이 사라졌다. 유럽은 살만해 소설이 죽어가고, 아프리카는 비참해 놀라운 소설이 나와 인류를 각성시키는 것과 대비된다.


정약용 선생은 사회의 부조리와 세태 변화를 적실하게 표현한 시를 많이 남겼다. 이 시를 범이나 구렁이 같은 거대한 권력의 횡포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고, 말단관리인 모기의 횡포에 크게 분개하는 속 좁은 자신을 자조적으로 나타냈다고 하며,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소시민적 기질을 비판하고 근본적인 사회 모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찾았다. 정약용 선생은 모기한테 뜯기며 모기를 탓하기보다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치열한 모기 문학을 한 셈이다.

憎蚊(증문)이라 : 모기를 미워해
정약용(丁若鏞)이라


猛虎咆籬根(맹호포리근)에도 :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거려도
我能齁齁眠(아능후후면)을 : 나는 코 골며 잠잘 수 있고
脩蛇掛屋角(수사괘옥각)에도 :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脩 길 수)
且臥看蜿蜒(차와간완연)을 :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一蚊譻然聲到耳(일문앵연성도이)하면 :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氣怯膽落腸內煎(기겁담락장내전)을 :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네.
揷觜吮血斯足矣(삽자연혈사족의)하지 :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吹毒次骨又胡然(취독차골우호연)을 :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次 속 차)
布衾密包但露頂(포금밀포단로정)하면 : 베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包 쌀 포)
須臾瘣癗萬顆如佛巓(수유외뢰만과여불전)을 : 금방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 머리처럼 되고,
頰雖自批亦虛發(협수자비역허발)하며 :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髀將急拊先已遷(비장급부선이천)을 : 넓적다리 급히 덮쳐도 너는 이미 가고 없어
力戰無功不成寐(역전무공불성매)하여 : 싸워봐야 소용없고 공연히 잠만 못 자
漫漫夏夜長如年(만만하야장여년)을 :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 년과 맞먹네.
汝質至眇族至賤(여질지묘족지천)이 :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眇 작을 묘)
何爲逢人輒流涎(하위봉인첩류연)을 :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夜行眞學盜(야행진학도)지 : 밤으로 다니는 것 정작 도둑 배우는 일이지
血食豈由賢(혈식기유현)을 : 네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인가?
憶曾校書大酉舍(억증교서대유사)에는 : 생각하면 그 옛날 임금님 글을 다듬을 때는
蒼松白鶴羅堂前(창송백학라당전)하여 :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나란히 서 있어서
六月飛蠅凍不起(륙월비승동불기)하여 : 유월에도 파리마저 얼어붙어서
偃息綠簟聞寒蟬(언식록점문한선)을 : 대자리에 편히 누워 서늘한 매미 소리 들었는데
如今土床薦藁鞂(여금토상천고갈)하니 :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이니, (薦 거적 천)
蚊由我召非汝愆(문유아소비여건)을 :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대유사 : 규장각(奎章閣) 사무를 관장하는 부속건물의 하나
*교서 : 국왕이 발표하는 문서
*藁鞂(고갈) 볏짚, 偃 누울 언 召 부를 소, 巓 머리 전, 涎 침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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