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위성정당은 민심의 바다에서 좌초할 수 있다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2-12 09: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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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정치·시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1인치 자막’을 뛰어넘어 세계 영화사를 새롭게 썼다. 작품상뿐만 아니라 각본상, 감독상, 국제 영화상까지 수상하면서 보수 일색의 아카데미상 역사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통쾌하게 부순 것이다. 


지난 5일에는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미래한국당 창당 쇼를 지켜보는데 묘하게 ‘기생충’이란 단어가 겹쳐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선거법 개악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미래한국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비례의석용 자유한국당’이고 어느 면으로 봐도 위장정당이며 불법적인 기생충정당이다. 


새로운 개정선거법으로 치러질 4.15 총선은 최초로 도입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그래서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최대한 반영되고 세대와 이념 그리고 지역이 빚어내는 갈등을 해소할 정치적 공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후안무치하게도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총선 전략으로 공식 채택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나아갈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입법과정에서 비록 치열한 반대투쟁을 벌였더라도 일단 법이 제정되고 나면 기꺼이 그 법에 승복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 노력을 통해 저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지자들에게 탈법행위를 선동하거나 법을 악용하는 것은 정당의 헌법존중 의무를 위반하는 나쁜 짓이다. 특히 개정선거법 취지를 비난하면서 아바타정당을 창당해 비례의원직을 도둑질하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의 이름으로 보호를 받을 정당은 민주주의 구현의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한 역할을 도외시하는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이러한 가짜정당의 출범을 방관해도 되는 걸까? 정당 설립과 정당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개정선거법상의 연동성 제약을 벗어나 비례의석을 확보할 이기적인 목적으로 기생충 정당을 끝내 창당했다. 언론은 꼼수론과 묘수론을 들먹이며 기계적 중립을 취하면서 미래한국당 출범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정의당 등 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4+1정당과 깨어있는 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전략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위성정당은 법으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금지대상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특정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헌법과 정당법, 개정선거법을 위반하는 탈법적 권리남용이기 때문이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도 미래한국당이 법률적으로 정당 개념에 부합하는 진성정당인지, 위장정당인지를 지체 없이 판단해줘야 한다. 개인의 위장전입도 징역형으로 엄벌하는 대한민국 법치 질서가 있는데, 5000여 명의 당원을 위성정당으로 위장전입시켜 비례의석을 훔치려는 자유한국당의 불법행위를 마냥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미래한국당은 가짜정당으로서 실체가 없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상 여러 규정과 정치자금법도 위반하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이 시정보완 대상이 아니라 등록거부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정당등록을 확실히 거부해야 옳다.


미래한국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위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나 선거사무장 등은 다른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므로,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배분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을 찍어달라는 선거운동을 한다면 그 자체가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또한 선관위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가’ 결정으로 미래한국당은 선거인단을 꾸려 민주적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영입 인사들을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하려면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밀실 공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자유한국당 지도부 마음대로 비례대표 공천을 할 수 없게 된 것도 위법 가능성을 높인다. 


민의를 왜곡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화를 낼 수도 있다. 선관위 권고대로 선거인단을 꾸려 민주적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할 경우 자유한국당 지도부 뜻대로 공천이 될지도 분명하지 않다. 과거 선거를 보면 우리 국민은 집단 지성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냉정하게 심판했다. 자유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을 통해 비례의석을 조금 더 가져갈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구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의석을 잃을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겠지만 가짜정당 기생충정당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성숙했다. 비례위성정당은 민심의 바다에서 좌초할 수 있다. 민심이 천심이다.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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