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없는 2020년 울산시 예산안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 기사승인 : 2019-12-05 0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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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

내가 근무하고 있는 울주군을 비롯해 각 지방정부들이 내년 살림살이를 의회에서 의결 받기 위해 분주하다.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편성된 예산에 대해 관련 분류별로 각종 위원회에서 심의된 것들이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떤 분야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어떤 사업에 힘을 주고 추진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조직과 예산이다. 그래서 편성된 당초예산을 들여다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적한 울산시민연대의 ‘2020년 울산시 예산안 평가’는 시민 중심의 시정 실현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시민연대의 평가가 당초예산 편성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어쩌면 행정의 가장 큰 권력인 예산편성권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편성과정이 아닌 편성이 끝난 후 공개된 정보로 분석을 하는 것은 시민참여 시대에 걸맞지 않아 보이며 각 지방정부의 예산편성 전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울산시민연대의 이번 예산안 평가에 더해 2020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울산시가 지금까지 얼마나 노동을 홀대해 왔고, 노동홀대 정책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희미해져서 정말 이런 공약을 했나 싶은 노동존중이라는 말은 예산 어디에서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과 명칭에 노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일자리노동과의 내년도 예산은 모두 193억 원 정도로 전년도에 비해 45억 원이 줄었다.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각종 예산을 제외하고 안정적 지역 노사문화 및 노동복지 실현이라는 정책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50억 원이다. 하지만 이 사업 예산의 80%에 이르는 39억 원의 사업비가 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에 쓰인다. 


작년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면 노동존중문화 확산에만 4억3000만 원이 편성돼 있으며, 이 안에는 교실로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등의 사업들이 편성돼 실제 노동존중을 위한 세부사업들이 촘촘하게 편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울산시의 예산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사협력 증진에 편성된 예산 가운데 노사화합 족구대회, 노사민정 한마음 등반대회, 근로자 해외산업 시찰 등의 구태의연한 사업들만 편성돼 실제 노동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은 전무함을 확인할 수 있다. 


사무분장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노동정책담당관의 경우 1. 노동정책 수립 및 추진, 2.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에 관한 사항 총괄, 3. 노동존중 문화 및 노동인지적 행정문화 확산에 관한 사항 등으로 노동이 우선임을 확인할 수있지만, 울산시의 일자리노동과장의 경우 1. 경제분야 및 국 소관 행정의 종합 기획·조정, 2. 고용정책 및 실업대책 종합 기획·조정, 3. 지역고용정책심의회 및 일자리정책협의회 운영 등이며, 업무분장을 살펴보더라도 노동존중문화 확산 등은 아예 내용도 없다. 


조직과 예산이 없이 말로만 실현하겠다는 사업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일 뿐이다. 정치를 바꾼다는 말은 다름 아니라 정치를 통해 실현되는 정책을 바꾸겠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울산의 정치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정책의 변화 없는 정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더 늦기 전에 민선 7기 울산시정이 유권자의 어떤 선택으로 당선이 됐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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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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