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D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19-12-05 09: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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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얼마 전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가 김중혁의 ‘엇박자 D’를 학생들과 같이 감상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엇박자 D는 음치이자 박치다. 고등학교 시절 다른 학생들과 달리 단장에 자원할 정도로 합창단에 열정을 지닌 학생이었다. 그러나 축제 준비를 위해 합창 연습을 하면서 음치, 박치라는 것을 모두 알게 됐고 음악 선생님은 립싱크를 주문한다. 엇박자 D는 처음에는 입만 벙긋거렸으나 2절이 시작되고서는 힘껏 노래를 불렀다. 결국 공연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화가 난 선생님으로부터 관객이 있는 앞에서 수모를 겪게 됐다. 시간이 지나 엇박자 D는 무성 영화 전문가가 됐다. 공연기획자인 ‘나’에게 더블 더빙(지금으로 보면 BTS가 아닐까 싶다)이라는 가수와 ‘더블 더빙과 무성 영화의 만남’이라는 공연을 기획하는데 함께 하자고 제의를 한다. 무성 영화와 더블 더빙의 멋진 연주가 어우러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엇박자 D의 훌륭한 기획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앙코르 요청이 쇄도한다. 불이 꺼지고 앙코르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더블 더빙의 목소리가 아니다. 음이 맞지 않는, 박자도 맞지 않는 낯선 목소리들의 합창이었다. 하지만 듣기 싫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관객들은 조용히 노래에 귀 기울였다. 더블 더빙은 간주만 연주했고 합창은 계속됐다. ‘나는 오늘 고백을 하고’라는 과거 20년 전 축제 때 불렀던 그 노래였다. ‘나’와 초대된 합창단 친구들은 조용히 립싱크를 한다. 


엇박자 D는 음치이자 박치로 소설 속에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나’와 친구들은 학창 시절 ‘엇박자 D’라는 별명으로만 불렀고 졸업 후에도 얘깃거리로 삼았다. 놀림의 대상으로 별명으로만 불렀기 때문에 엇박자 D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문학은, 특히 소설은 허구이지만 우리네 삶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감상하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주제 의식은 무엇일까?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다름과 틀림,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엇박자 D는 음치에다 박치로 다른 친구들과 달랐다. 그 때문에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고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음치들의 노래를 절묘하게 리믹스해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한 엇박자 D의 작가는 ‘다름’은 열등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르다’를 ‘틀리다’고 잘못 얘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다르다’는 것은 ‘같지 않다’이고 ‘틀리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인데... ‘같지 않음’은 그 자체를 이해하면 끝나는 문제이고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종종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 ‘다름’을 ‘틀림’으로 잘못 인식하기 때문에 갈등이 벌어진다. ‘틀림’은 정확한, 절대적 기준을 전제로 한다. 그 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틀렸다’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림’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내 생각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기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 간에, 부부간에, 나아가 우리 사회 모두 이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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