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불쾌한 현실에서... <나를 찾아줘>

배문석 / 기사승인 : 2019-12-05 09: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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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이영애, 14년만에 절박한 모성애로 복귀했지만

찐 고구마 한 포대를 먹으면 이럴까. 불편한 장면들과 불쾌한 상상으로 범벅이 돼 극장문을 나서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아동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다 괴상한 폭력을 덧칠한 결과다. 현실이 더 힘들다고 말하지만 영화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들만 골라서 시연했으니 온전한 해명이 안 된다. 

 


정연(이영애)과 명국(박해준)은 6년 전 아들 윤수를 잃었다. 살아 있다면 13살이 됐을 아이를 찾아 매일 전국을 샅샅이 찾아다니는 아빠.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도 겉만 태연할 뿐이라 서로를 기대며 버텨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명국이 연이은 장난 문자 제보에 길을 나섰다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정연만 홀로 남게 된다. 자포자기하며 남편의 뒤를 따르려 할 때 또 다른 제보 전화를 받는다. 


아이 얼굴과 생김새 그리고 화상으로 생긴 흉터에 가족만 아는 며느리발톱까지. 정연은 의심을 거두고 외진 바닷가 낚시터에서 일하는 아이 ‘민수’를 찾아간다. 그러나 낚시터 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하고, 아이도 숨긴 채 혼란만 준다. 더구나 ‘경찰’ 신분을 강조하며 밀어내는 홍 경장(유재명)의 의뭉한 미소가 더 수상하기만 하다. 돌아가겠다 말했던 정연은 그날 밤 낚시터로 몰래 향했고, 결국 한 아이가 쫓겨 달아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초반은 실종아동 부모들이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간다. 주변에서 격려하는 말들이 허공에 맴돌고, 부모는 죄책감과 그리움을 두 어깨에 무겁게 지고 살아간다. 실제 삶에서 비슷한 또래 남매를 둔 엄마 이영애는 그 스산함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중반부터 남편을 잃고 홀로 남아 낚시터로 향할 때부터 자극적인 고통이 나열되며 엇나간다. 


닳고 닳은 낚시터 주인 부부, 그 곳에 일하는 음산한 사람들, 사냥을 즐기는 홍 경장과 대결구도가 그려지면 영화 장르는 갑자기 스릴러가 된다. 그리고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들 때면 B급 액션 활극이 된다. 뒤로 갈수록 절박함을 더 크게 포장하지만 고통과 폭주가 연속되는 혼종 장르로 어정쩡하게 마감된다.

 


물론 실종된 아이를 둘러싼 온갖 만행은 직접적인 묘사는 없이도 분노를 일으킨다. 낚시터 사람들은 범죄를 스스럼없이 공모하는 크고 작은 악마로 묘사됐다. 그렇다고 복수에 나선 엄마가 모두를 응징하는 것은 어설픈 억지 아닐까. 여기저기 빈틈이 많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은 더 어렵다. 게다가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 실종아동 현실을 방언처럼 변명하는 홍 경장을 보면 실소가 터질 만큼 경악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영애에게 너무 많이 기댄 영화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왠지 끌리는 신비함을 지닌 배우 아닌가. 그러나 이영애의 연기력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몇몇 장면은 CF처럼 인상적이었지만 이야기를 품고 장악하는 데는 호흡이 딸렸다. 신인감독의 연출이 부족했다고 책임을 미룰 순 있으나 배우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에 실망도 비례한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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