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세 자영업자가 송철호 시장님께 드리는 글

김동일 / 기사승인 : 2019-07-04 09: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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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본이 아빠의 일상주반사

안녕하세요 시장님. 저는 북구에 사는 40대 영세 자영업잡니다. 시장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시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관한 관심은 찾기 어렵더군요. 물론 더 큰 현안, 더 큰 과제들이 많아서 그러리라 이해는 합니다. 그럼에도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이 64%고, 기회추구형 창업은 21%라고 합니다. 영세 자영업자는 말 그대로 영세한 규모의 생계형 자영업잡니다. 그러니까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 중 절반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영세 자영업자고,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가게의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잡니다.


영세 자영업자는 정부의 일자리 지원자금이나 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정책마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영세한 자영업자입니다. 돈만 투자하고 직원들이 다 알아서하는 일명 ‘오토매장’을 운영하는 기회추구형 사업자가 아닙니다. 중형 매장을 몇 개씩 경영하고 있는 중소 사업자가 아닙니다. 의사나 변호사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직 개인 사업자가 아닙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직접 일하는 중노동 자영업자입니다.


이런 영세 자영업자가 시장님 공약집에 있는 ‘힘내라 소상공인’이라는 구호가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다른 정책에 비해 우선순위도 낮고, 전체 사업체 8만여 곳 중 소상공인이 84.1%를 차지하는 걸 감안하연 비중도 작지만 그래도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직접 언급한 것만으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대감은 금세 실망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정책 목표는 분명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지원’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인 내용은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건립’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큰 분류에 있던 ‘마케팅 플랫폼’ 구축도 실제 사업 내용에는 없었습니다. 이건 영세 자영업자 지원이 아니라 중소유통상인에 한정된 지원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일자리 지원자금이나 카드 수수료 인하도 그렇고 재수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처럼 실제로 망하는 건 영세 자영업자인데 수혜는 영세하지 않은 자영업자만 챙긴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시장님이 새로 만드신 소상공인 행복드림센터를 보면서 다시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실제 사업비가 적더라도 다섯 명의 직원이 상근하는 센터가 내실 있게 운영된다면 영세 자영업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테고 도움도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대도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체 예산 중 2억은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할 수 있는 덜 영세한 업소에 월 1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고, 창업 및 경영 교육과 컨설팅에 각 1억 원씩을 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굳이 길게 말씀을 드리지 않겠지만 교육이나 컨설팅은 요식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일하느라 뺄 시간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틀씩이나 장사를 포기해가며 억지로 교육을 듣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게다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기존 업체에게 창업 교육이 웬 말입니까. 일부 영세 자영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을 듣는 이유는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경영환경개선지원금을 받으려면 교육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힘듭니다.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워진 원인을 두고 다른 의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려워졌다는 사실만은 다들 인정합니다. 족발집 사장님, 미용실 사장님, 커피집 사장님, 반찬가게 사장님, 강된장집 사장님은 이게 다 사람을 잘못 뽑아서 그렇다고 푸념합니다. 바뀌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말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장님의 시정활동을 보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이해도, 영세 자영업자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한 관심도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님께서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시겠지만 실제로 내놓은 정책들이 그렇지 않다는 방증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님. 만약 영세 자영업자들의 힘듦을 공감하신다면,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으시다면 영세 자영업자를 만나세요. 중소기업 경영자를 만나듯이, 노동자들을 만나듯이, 체육단체를 만나듯이 만나 주세요. 만나서 얘기를 들으시면 적어도 비효율적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실제로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아주 적은 예산으로도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획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어느 영세 자영업자가 답답한 마음에 시장님께 드리는 넋두리입니다. 부디 언짢아 마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동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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