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만세운동’ 해설을 마치며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시민 / 기사승인 : 2019-05-29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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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4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울산박물관에서 특별전 ‘울산의 만세운동’ 해설을 했다. 해설은 울산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시작했던 4월 첫째 주부터 8주 동안 진행했다. 매번 3차에 걸쳐서 했고,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6차를 했으니 총 27회를 했다. 그 사이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고, 많은 일이 있었다. 해설을 한다는 게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끝나고 난 뒤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5월 25일부로 교육 프로그램이 종료된 지금 울산저널의 지면을 빌려 생각했던 것들을 써보려 한다.


특별전 프로그램은 전시 해설 30분, 독립신문 만들기 30분, 태극기 가방 만들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내가 맡은 것이 전시 해설과 독립신문 만들기였다. 독립신문 만들기는 전시 해설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때 당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오늘(당일)’을 기사로 써보는 활동이었다. 태극기 가방 만들기는 에코백에 태극기를 새겨 넣는 것이었는데, 그 원리가 등사기와 같아서 ‘1919년 삼일운동을 준비하던 당시 사람들이 많은 수의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활동이었다.


전시 해설을 시작할 때는 항상 “삼일운동은 중요합니다. 그렇죠?”로 시작했다. 그러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네”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을 듣고 이어서 물어본다. “왜 중요할까요?” 그러면 사람들은 살짝 민망한 미소를 띠며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고개를 떨궜다. 그때 바로 “3월 1일에는 학교, 회사 다 안 가시죠? 그건 3월 1일이 너무너무 중요하기 때문이겠죠?”라고 말하면 무거워졌던 공기가 다시 풀어진다. 사람들은 씨익 웃으며 그동안 ‘그냥’ 넘어갔던 삼일절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해설이 시작된다.


특별전 해설을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 특히 재미있었던 현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자녀들이 듣게 하기 위해서 따라왔거나, 독립신문 만들기와 태극기 가방 만들기에만 관심을 보였던 부모님들이 해설이 진행될수록 더 흥미를 가지고 더 열심히 듣는 모습이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시험공부하듯이 필기를 하고, 답을 꼼꼼하게 체크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서너 번씩 들으러 오기도 했다. 한두 번만 그런 모습을 봤다면 그냥 개인의 특성이라 하겠지만, 거의 매 회 그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현상’처럼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가 하는 해설에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울산에서도 삼일운동 한 줄 몰랐어요”였다. 그래서 비록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고민했고,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했다. 흥미를 끌기 위해 과장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저 있는 그대로, 100년 전 삼일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은 뿌듯함을 느낀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삼일운동의 의미와 진행, 울산의 삼일운동, 박상진, 최현배, 서덕출, 성세빈, 공출까지 다 전달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매번 똑같은 해설을 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매번 관심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 해설에 적응하고 난 이후부터는 다음 시간을 즐겁게 기다리며 준비했다.


울산은 공업도시가 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구의 10%가 토박이이고, 90%가 이주민이었다. 그래서 이주민들은 울산이라는 도시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이어져 온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나 역사 관련 강좌에 다수 참여해봤고,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결과 ‘놀랍게도’ 울산의 역사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확신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울산시민들에게 제공되어온, 제공되는 울산의 역사는 반구대암각화와 고래, 공업도시 정도다. 공급이 수요를 전혀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을 넘어 공급자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역사’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며 시민들과 만나는 접점에 있는 울산박물관이 삼일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 전시를 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또한 굉장히 좋았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평가서를 받는데 감사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한다’는 평가를 해주었다. 이것은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잘 몰랐던 울산의 삼일운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 울산박물관에게 하는 일종의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울산박물관에 바라는 점에는 앞으로도 울산과 관련된 전시를 많이 해달라는 분명한 요구가 있었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이런 기대와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서 앞으로 울산박물관에서 시민들에게 울산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연구, 발굴해 깊이 있는 전시와 이번과 같은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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