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의 끝과 586 정치인의 종언

방석수 전 교육협동조합 상상공장 대표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12-26 09: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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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87년 6월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이뤄진 현재의 체제를 87년 체제라고 한다. 87년 체제는 국민의 힘으로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 직접선거로 표현되는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켜 한국사회가 발전하게 된 전기를 마련한 체제로 평가된다. 87년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고, 정치로 입문한 세대를 일컬어 흔히 386세대, 386 정치인이라고 불러왔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586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을 상징하고,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정치적으로 이어받아 그 혜택을 누려왔다. 


87년 체제는 촛불혁명을 거치며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들은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 내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은 한 번도 촛불민심을 앞서가지 않았다. “박근혜 임기를 보장해야한다” “국회와 광장 민심이 같을 수 없다”는 소리를 해 댄 정치인들이 당시 민주당을 이끌던 대표적인 386 정치인들이었다. 이미 이들은 촛불민심조차도 앞장서 끌어가기 어려운 낡은 체제 내의 정치인들이 된 것이다. 


촛불정부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차이고, 임기가 절반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우리 사회는 엄청난 개혁 열기로 출렁였다. 사회의 근본변화를 바라는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게 80%가 넘는 엄청난 지지를 몰아주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철저하게 심판했다. 어떤 평론가의 말처럼 촛불혁명으로 “70년 간 지탱해 온 한국사회의 주류기득권세력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정치와 사회의 무대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수구기득권 세력은 화려하게 부활해, 문재인 정권 탄핵을 부르짖고, 지지율 30%를 웃돌며 재결집해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벼르고 있다. 이게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근본개혁의 기초를 다져나가는 과감한 조치를 하며 그들의 정치적 생존기반을 와해시켜나갔다면 결코 부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노동자 기본권 신장, 미국에 당당한 나라, 재벌개혁에서 어떤 성과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지율 하락과 근본개혁에 대한 포기가 단지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의 난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다. 


이 시기에 586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는 소위 586 정치인들은 단 한 명도 촛불민심을 정면으로 대변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 없다. 국민들은 ‘양극화 해소와 재벌개혁’, ‘미국에게 할 말 하는 나라’를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는 586 정치인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설마 행동했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지금은 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거대정당인 민주당이 애초에 합의한 연동형 비례제 정신을 깨기 위해 암중모색 중이다.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이 정치개혁 의지, 선거법 개정 의지가 진심으로 애초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여러 현실을 이유로 87년 체제에 안주하고 있는 기성 정치인들일 뿐이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30년이 지났다. 87년 체제를 탄생시킨 주역의 하나인 586 정치인들에게 87년 체제를 넘어설 주역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어떤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87년 체제도 촛불혁명으로 운명을 다했고, 586 정치인 시대도 종언을 고했다. 


87년 체제 이후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담당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나올 때까지 지금의 혼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두가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함께 고민하고, 광장에서 싸우고 실천하며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방석수 전 교육협동조합 상상공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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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수 전 교육협동조합 상상공장 대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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