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그 어디쯤, 불국사와 토함산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 기사승인 : 2019-12-11 09: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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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불국사는 신라시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고찰로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는 불국사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경내에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절경을 이룬다. 소문난 곳엔 언제나 사람이 붐비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북적이면 공간을 온전히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다. 간호사라 교대근무로 평일에 쉴 수 있는 산우와 함께 조용한 시간을 맞춰 찾았다. 

 

▲ 가을이 완연한 토함산 등로


불국사 앞 벚나무 군락지가 앙상하다. 알록달록한 여러 종류의 잎사귀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플라타너스, 벚나무, 느티나무 등의 다양한 낙엽이 참 곱다. 두어 개를 집어 면밀히 본다. 여름의 초록이 이리도 아름다운 색으로 변하다니 바람과 볕, 자연이 하는 일이 참으로 경이롭다. 

 

▲ 경내의 단풍을 사진으로 담는 벗


평일인데도 단체 관광객, 가족, 연인, 외국인 여행객, 누가 봐도 출장 중에 잠시 들른 정장 차림의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인다. 다양한 모습과는 달리 그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으로 담는다. 석가탑과 다보탑 앞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엄마에게 사진을 찍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꼬마 아이, “엄마도 찍어줄게. 여기 서 봐!”하며 핸드폰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초딩,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 불국사 대웅전과 왼쪽부터 석가탑, 다보탑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 미래에 다시 이 순간을 꺼내보는 것도 좋다. 허나 여정에서 찰나의 순간을 만끽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랴. 사진이라는 이미지로만 담아가기엔 가을볕의 따스함, 절을 포근히 안은 토함산의 분위기가 황홀하다. 11월 중순인데도 여전히 볕이 따스하다. 


우리는 미래의 추억을 위해 얼마나 많은 현재를 투자하고 있는가. 그것은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좋은 집, 좋은 직장, 좋은 대학... 그것들이 필요한 궁극의 이유는 행복임에도 그 ‘좋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찰나의 행복들을 놓치고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볼 일이다. 


불국사에서 토함산 초입으로 향한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우거져 알록달록 가을 빛깔을 흠뻑 뽐낸다. 벗은 10년 전쯤 마지막으로 토함산을 찾은 기억을 꺼내 놓았다. 친구들과 함께 정상을 다녀온 뒤 ‘토가 나올 것 같아 토함산인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나눴었다고 했다. 필자는 의아했다. 토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3.6km의 거리로 그리 길지도 험하지도 않았다. 

 

▲ 불국사 해탈교와 연못, 뒤로는 토함산이 보인다


서로 다른 과거의 기억은 접어두고 걸음을 시작했다. 자연의 소리와 내음, 발바닥의 촉감을 느끼며 20분쯤 걸었을까, 샘터에 도착했다. 한 스님이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고 가다 바위를 젖혀보니 그때부터 샘이 나온다 하여 오동수라 이름 붙여진 샘터였다. 수량이 풍부해 세 곳에서나 물이 콸콸 나온다. 어르신 세 분이서 어느 것이 진짜 좋은 샘물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불국사 가장 가까운 마을, 장현동에 사는 삼총사는 동네 토박이로 아주 오랜만에 산에 올라왔다고 했다. 이 샘물이 만병통치약이며 물맛도 좋다고 감탄을 한다. 어르신들의 설명 때문일까? 마른 목 때문일까? 물맛이 참으로 좋다. 

 

▲ 오동수 샘터 앞 진현동 삼총사

 

▲ 정상 인근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군락지


다시 또 걷는다. 침엽수림, 억새군락지, 산하의 마을들, 추령과 함월산, 백두산이 한눈에 보이는 산그리메에 감탄하며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벗은 이리도 순탄한 여정이 10년 전에는 왜 그리도 힘들게 느껴졌는지 의문을 가졌다. 과거의 기억을 의아해하다 우리는 금세 답을 찾았다. 그 시절 그녀는 등정주의로 산을 다닐 때였다. 길 위에는 무엇이 있든지 중요하지 않았으며 정상을 향해서만 걷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 정상에서 바라본 추령, 함월산, 백두산
▲ 토함산 정상 부근에는 벌써 겨울이 찾아왔다
▲ 토함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장현동 방향)


현재의 우리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음을 안다. 찰나의 과정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는지가 중요하며, 현재에 집중할 때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안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삶의 찰나의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겠다고 마음에 새긴다.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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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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