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찜(1)

심규명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4-03 09: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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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명의 이심전심

아내는 요리를 그럭저럭하는 편이다. 요리에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루 세끼 끼니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 아니 챙겨주는 것을 보면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사는 것도 아니다. 한 번씩 TV를 보다가 쿡방을 보고 따라 해 주는 요리도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어쩌면 아내의 음식 솜씨는 별 까탈 없이 먹어주는 남편 때문에 무던하게 인정받을 정도로 자리를 잡아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 간지러운 자랑 같지만 사실 음식에 관한 한 관대한 편이다. 아내가 한 웬만한 음식은 잘 먹는 편이다. 공들여 한 음식이 어떠냐고 물으면 맛있다고 칭찬을 곁들이면서 진짜로 맛있게 먹는다. 그러한 패턴이 30년 넘게 이어지면서 아내의 음식 솜씨도 나름 발전해 왔고 그러한 발전에는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의 역할이 꽤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음식에 관한 한 좀처럼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무던한 편이지만 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모름지기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한다. 짠 음식은 먹기가 힘들고 싱거운 음식은 거들떠보기도 싫다. 천하의 이연복 셰프가 만든 음식이라도 간이 맞지 않으면 맹탕인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음식의 기본인 간을 맞추는 일에 잼병이다. 50이 넘도록 한 가정의 부엌살림을 책임져 왔으면서도 아직도 간을 맞추는 일에서는 갓 시집온 새댁처럼 서툴기만 하다. 내가 달걀찜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모처럼 한 달걀찜이 맹탕이다. 순간 짜증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 내일 모래면 60이 될 사람이 아직까지 음식 간 조절 하나 못하느냐며 혹독한 비평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장성한 아이들을 뒷배에 둔 아내는 달걀찜이 입맛에 맞지 않다고 쫓겨날 일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반격이 만만치 않다. “그럼 당신이 하세요”(사실은 “니가 해라”였던 것 같다)라고 치받는다. 살아가면서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순간에 감정적 대응을 해 낭패를 본 일들이 많다. 달걀찜이 그러하다. 욱하는 기분에 달걀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달걀찜은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그 후 아내는 주말에 아침밥을 챙기기 싫을 때면 내가 해 준 달걀찜이 먹고 싶다고 아양을 떨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남이 해주는 밥이라고 했던가. 가끔 밥을 하기 싫은 아내는 내가 해 준 달걀찜이 맛있다며 저급한 노림수로 아침밥을 챙겨달라고 요청한다. 그에 대해 나는 내가 한 달걀찜이 진짜 맛있어서 해 달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고급스럽게 대응하면서 아내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달걀찜은 우리 집의 특별식으로 자리 잡았고 다른 집들과 달리 요리의 반열에 올려졌다. 어느덧 달걀찜은 나만이 하는 요리로 굳어졌다.


사실 달걀찜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달걀과 물의 비율을 1:1로 맞추어 소금이나 새우젓을 넣어 간을 하고 익히면 된다. 그런데 달걀찜은 일반 음식들과 달리 음식을 하면서 간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달걀은 열이 가해지면 응고되기 때문에 열을 가하기 전 날달걀을 풀어놓고 간을 맞추어야 한다. 날달걀은 입에 대지도 못하는 아내에게 이 문제는 늙어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달걀찜을 몇 번 하면서 나의 기교도 늘어갔다. 그 말은 달걀찜이 반찬에서 요리의 반열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달걀을 풀어 맹물과 섞어 찜을 할 수도 있지만 멸치와 다시다, 포고버섯 등을 넣고 다싯물을 만들어 달걀을 풀어 넣었더니 감칠맛이 그만이다. 파릇한 파를 총총 썰어 넣어 향긋한 향기와 색감를 더한다. 당근은 덤이다. 사실 당근은 요리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색감을 내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당근은 생으로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지만 익히면 식감이 별로다. 그렇다고 특별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당근이 식재료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색감 때문이다. 노르스름한 달걀찜에 점점이 박힌 당근 조각들은 멋진 귀걸이를 한 여인처럼 달걀찜을 우아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여기다가 땡초 한 개를 잘게 썰어 넣어 준다. 땡초는 달걀의 비릿한 냄새를 잡아주어 달걀찜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귀걸이로 우아하게 멋을 낸 여인이 지적인 충만함으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도도함까지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렇게 완성된 달걀찜은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요리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아내가 맛있다고 하는 말이 허튼 말은 아닌 것이다. 이것도 나의 주관적이 생각이지만 말이다.


심규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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