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세 가지 청소년 관련 조례 논란(2)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5-16 09: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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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저널 시민포럼
▲ 4월 26일 울산저널 교육관에서 열린 시민포럼. 왼쪽부터 박현미 시민기자, 손근호 울산시의회의원,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이종호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 4월 26일 오후 6시 울산저널 교육관에서 ‘시민들의 정책 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다섯 번째 녹화를 마쳤다. 울산저널 시민포럼은 울산지역 현안들을 시민들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정책을 제안하는 좌담회로 마련됐다. 녹화된 좌담은 편집을 거쳐 유튜브 ‘울산저널 시민방송’에 방송되고, 지면에 지상중계된다. 이번 주제는 최근 울산시의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세 가지 청소년 관련 조례 논란’을 주제로 박현미 울산저널 시민기자의 진행과 손근호 울산시의원,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지난주에 이어 2부에서는 ‘청소년의회 조례 과연 시기상조인가?’, ‘청소년조례 제정, 불순한 정치적 의도인가?’, ‘청소년조례 주체인 청소년의 입장’ 등에 대해 알아본다.

 

손근호 의원 “청소년 의회는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박영철 대표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박현미 시민기자(이하 사회)=교사의 의견으로 “조례 주체인 청소년들이 먼저 참여하고 스스로 요구하도록 만들었어야 했는데 조례를 추진할만한 학생들의 요구가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의원의 발의로 먼저 시작됐다는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접어버리면 더 문제가 커질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 두 분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근호 울산시의원(이하 손)=우리 어른들은 과연 ‘청소년이 참여하고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나’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린 것들이 뭘 알아?’, ‘어른들이 다 경험해서 하는 이야기니까 무조건 따라’, ‘학생이 무슨 정치야? 학생은 공부만 잘하면 돼’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어른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울산의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정치이고 또 그 방법이 조례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잘 진행이 된다면 사실 법이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은 어른들이 그 문을 열어 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 문을 열어주고 청소년들이 민주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또 다른 목소리에 대해서도 존중과 이해를 가르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청소년의회는 청소년들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는 조례였다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시의원이 발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이하 박)=조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배제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지역의 청소년들이 모여 토론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의 참정권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등에 대한 조례안이 나온 것입니다. 공청회 때도 이미영 의원이 어떤 식으로 절차를 거쳐 청소년의회조례를 준비를 했는지 밝혔습니다. 다만 그 조례 내용이 조례에 합당한 조문으로 구성됐는지는 의원이나 의회의 전문의원실을 통해 검토해서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보면 되는 것입니다. 또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다 누려야 될 권리가 참정권입니다. 이 참정권을 몇 살 때부터 행사할 수 있는지를 누가 정하는 겁니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정책들에 대해 자기 발언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불합리한 정책들이 행해질 때 누가 제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부여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전면적으로 열 수 없다면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만이라도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시기상조라는 명분으로 청소년들의 판단능력을 의심하거나 그들에게 권리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부터 재점검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조례 제정 주체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조례와 청소년의회 조례는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으로 이 두 주체가 싫으니 조례도 싫다는 의견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 의원 “청소년의회 조례는 특정 정당 문제 아닌 지역 특색 문제”
박 대표 “‘조례 제정 주체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는 말, 납득 안 돼”

손=모든 분들의 생각을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조례를 반대하던 분들 중 몇 분을 만나보거나 기사 검색이나 영상 등을 보았을 때 정권에 비판적인 분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례를 추진하면서 받는 항의 문자에서도 지금 발의 중인 조례랑 전혀 상관없는 다른 조례로 문자를 보내거나 똑같은 문구를 복사해서 보내고 또 조례에 관련 있는 분들의 전화번호를 실수로 저에게 보내는 상황을 보면서 모두가 조례에 대해 이해를 하고 하는 반대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반대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구에서는 얼마 전 청소년의회가 열렸고, 거기는 다수당이 저희랑 반대의 상황입니다. 그 정당의 의원이 청소년의회 운영조례를 발의했습니다. 대구시의회 의장이 청소년의 자치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한 기사를 봤습니다. 이 문제는 특정 정당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지역적인 특색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고 하는데, 뭐가 불순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노총은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합법적인 노조인데,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불순한 것인가요? 오히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기본 법질서를 부정하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의원들은 일방의 정치적 세력이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입법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서 법에 의해 입법권을 부여받아 하는 정치적 행위를 전혀 근거도 없이 불순하다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근거해 하위법령인 조례를 제정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요.

손 의원 “학생 인권의식을 바라보는 감수성 부족보다 무관심이 더 커”
박 대표 “청소년들을 대상화된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살펴야”

사회=세 가지 청소년 조례의 주체인 청소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지난 3월 18일 ‘청소년의회 조례 공청회에서 발제했던 신주연 청소년이 조례를 바라보는 처지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신주연 청소년=저는 울산에 거주하고 울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의 많은 친구들은 울산에서 나고 자라거나 학창시절 대부분을 울산에서 보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졸업하면 울산에 남아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울산이라는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도, 기대를 품고 있는 친구도 드뭅니다. 울산은 청소년들에게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도시입니다. 지난 2018년에는 촛불집회를 통해 평화적이고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 냈습니다. 울산을 포함한 전국의 촛불집회에서는 청소년들도 함께했습니다.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했습니다. ‘감히 청소년이 정치를 알려 든다’며 잔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청소년은 주체적인 인격체이자 대한민국의 나라 발전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어른들은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난 20년간 학교와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공부만 강요받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이 하루아침에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정치에 관심을 갖는 청년층이 줄고 청년들의 정치참여도도 낮아질 것이며, 이는 곧 정치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회=신주연 청소년의 얘기 중 두 분께서는 어떤 점이 와 닿았는지 궁금합니다.
 

손=‘울산에 남아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울산에 애정이 없다’는 학생의 말에 울산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하는 일을 짊어진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영상에서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부분도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나라 선거법 연령은 만19세로 정해져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선거권이 부여됩니다. 저는 학생들이 그전에 충분히 정치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기본법 2조 교육이념을 보면 ‘교육은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누구나 자기 주관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 어른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박=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권리의 주체라고 보기보다는 대상화된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게 역력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여예산, 청소년위원회 등으로 구색을 맞추듯 바라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각종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자기 얘기들을 우리 사회에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청소년의회조례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것도 그들 스스로가 의견을 모아서 토론하고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인데 우리 어른들이 더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촛불집회를 보면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그들의 눈에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것들을 지켜볼 수 없어 나온 것입니다. 미래세대가 되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 두텁게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학부모 의견으로 “청소년 3가지 조례안이 학생 인권을 다루고 있는데 여성, 노인,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누구나 말하면서도 학생 인권에 대해서는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울산지역이 특히 더 학생 인권의식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울산지역 내에서 학생 인권 감수성에 대해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는지 두 분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손=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는 학생에게 민주적 시민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에 관한 조례이고, 노동인권교육 조례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노동법 교육에 관한 조례이며, 청소년의회 조례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의회를 구성하는 조례이기에 정치참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학생 인권의식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부족한 것 같다’라기보다는 무관심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시의회에서 청소년의회 조례에 관해 논란이 일어났지만, 사실 제 주변 시민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언론에서 청소년들의 정치권 참여를 좋은 방향으로 홍보돼야 할 텐데 그렇게 잘 되지 못한 부분들이 안타깝습니다. 청소년들도 자신의 의사표현을 충분히 할 줄 안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청소년들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청소년인권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정립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책을 생산하거나 입법을 하는 의원들도 학생인권 뿐만 아니라, 인권에 대해 교육을 받거나 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감수성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울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청소년인권이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교육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산, 경남 교육청 등과 함께 학생 대상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울산은 아직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진보교육감이 들어오면서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해보겠다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미진했다고 봅니다. 울주군에서는 민주시민교육조례가 아무런 잡음 없이 통과됐는데, 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례만 논란이 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또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울산의 지방정권이 한 번에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촛불을 통해 국민들이 개혁적인 입법을 하라고, 민주주의를 두텁게 만들어 가라고 만들어 준 덕입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다분히 실망스럽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프레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됩니다. 5월 이후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시민사회가 민주당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판가름이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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