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자결의 꿈과 현실의 벽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31 09:49:58
  • -
  • +
  • 인쇄
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아뿔싸, 자유한국당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두둔하는 태도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다가 스스로 ‘친일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토착왜구 정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자 그 덫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다가 급기야 황교안 대표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현재 한반도 평화는 신기루와 같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와 대북제재 강화 주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국면에 외교 안보 국방 분야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내는 어깃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황 대표의 이러한 태도는 자유한국당에 덧씌워진 친일 프레임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헌법 개정 노력과 맞닿아있고, 한반도 분단에 따른 군사적 긴장 구도가 일본 자민당과 한국 자유한국당의 공통된 존립기반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로 향하는 순리에 저항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한일 보수세력의 공조체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받아주지 않으면 즉각 NPT를 탈퇴하고 자강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의 불안한 안보심리를 자극하고,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린 안보 포퓰리즘이라 치부하더라도 참으로 치졸하고 위험하다. 


핵무장 북한 따라하기는 결코 애들 장난이 아니다. NPT 탈퇴와 핵무장으로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로부터 체제 위협과 함께 각종 제재를 계속 받아왔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1995년~1998년)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극한의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NPT 탈퇴하고 핵무장을 시도하면 한미동맹은 파산할 것이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자초해 특히나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바로 붕괴 위험을 맞이할 것이다. 색깔론과 맞닿아 있는 핵무장론은 보수층 불안을 자극해 그들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선동정치이며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전쟁 위험을 없애기로 한 합의로서 남북 간의 ‘사실상 종전선언 또는 불가침선언’으로 평가되며 결국 안보가 강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지난 세월 우리의 삶에서 계속된 전쟁을 멈추기로 한 선언이다.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어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기로 한 것이며, 그동안 전쟁의 위협과 이념의 대결이 만들어온 특권과 부패, 반인권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우리 8000만 겨레의 마음을 담은 희망의 메시지다. 남과 북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모든 군사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협의해 해결하기로 한 것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뿌린 조치다. 지난 6월말 남북미 정상의 군사분계선 깜짝 회동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했기에 가능했다.


남북 양 정상은 9.19 평양합의를 통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정신을 살려 우리 문재인 정부는 대미 공조와 대북제재 틀 내에서 각종 남북협력을 추진하려는 태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한다는 근본정신에 부합하도록 남북 정부는 북미협상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 두 정상이 약속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즉시 재개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단순히 사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 화해협력과 평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을 모두 뛰어넘고, 남북 상호 간 교류협력 및 민족경제 균형 발전을 위해 남북 정상이 남북 자유통행을 허용하기로 결단할 수는 없을까? 분단의 휴전선을 허물고 서로 만나 부대끼다 보면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온 겨레의 통일 여망도 더 빨리 실현되지 않을까? 미국을 위시한 주변 열강들의 변수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평화 번영의 길을 찾는 용기를 내보자고 하면 돌팔매질 당할까? 철없는 민족주의자의 한 여름밤 꿈이 날개를 편다.


최병문 논설위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병문 논설위원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